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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의 출발, 내 장사에 로고와 색을 입히자

Marketing Bites 1. 자영업자를 위한 마케팅 119 (07)

사례. 간판은 파랗게 메뉴판은 빨갛게     

김 모 씨는 최근 빵집을 냈다. 주변에서 제법 맛있다고 하던 제빵 기술도 제대로 배웠고, 가게 실습경험도 마쳤다. 아내와 함께 오래 의논한지라, 집안 반대도 없었다.
가게 이름도 나름 ‘부부사랑빵’ 하고 부부간의 화목을 강조하는 이름으로 지었다. 이 빵을 먹는 이들이 서로를 아끼는 마음으로 빵 한 조각을 사가서 나누어먹고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게 간판은 주변에 지나다니는 사람들 보기 시원하게 파란색 배경에 흰 글씨를 썼다. 안의 메뉴판은 환한 조명 아래 더 돋보이도록 빨간색 배경에 로고를 얹어 만들었다. 손님들이 빵을 담아갈 봉투는 더 고민했다. 로고를 새겨 인쇄하면 동판비용이 별도로 들어서 오히려 로고를 안 새겼을 때보다 종이질은 낮은데 가격은 더 비쌌다. 고민 끝에 일반 빵집에서 많이 쓰는 갈색 계열의 민무늬 봉투로 결정했다.
파란 간판과 빨간 메뉴판, 갈색 빵 봉투. 김씨의 부부빵집 이름과 로고 작업은 다 끝난 걸까.      



이런 가게 의외로 많다. 밖에서 보기엔 꽤 근사한데 안에 들어가면 테이크아웃 잔은 가게 이름 하나 없이 ‘깔끔한’ 일반 종이컵. A약국과 B약국 분명 이름은 다른데, 약을 담아주는 비닐봉투엔 모두 약국 이름은 온데간데없고 제약사에서 후원해준 제약사 봉투로 통일.

이래서는 애써 이름을 만든 보람이 없다. 이름을 만든 이유는 자주 부르고 기억하고 장사하는 입장에선 또 오길 바라서이다.  

이번 호의 주제는 애써 만든 이름을 나만의 가게 브랜드로 만드는 법, 로고와 폰트, 색깔에 대해서다. 이를 통해 머릿속에 어른거리던 나만의 가게를 멋들어진 브랜드로 폼나게 만들어보자.      



로고와 폰트, 그게 무엇인고?      

가게 이름과 함께 독특한 글자체인 폰트와 그림으로 표현된 로고로 브랜드의 기초를 만들 수 있다. 각각 이름난 빵집인 군산 이성당, 대전 성심당, 서울 태극당의 로고.



이름이 글자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로고는 그 이름을 바탕으로 그림이나 예쁜 폰트로 만든 가게의 상징이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의 이름은 또박또박 ‘스타벅스’이지만, 로고는 세이렌 요정이 앞을 바라보는 녹색 모양의 그림이다.

이름이 있는데 로고를 만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텍스트보다 그림이 이해하기 쉽다. 기억도 더 잘 된다. 글자로 쓰면 ‘동그라미’라고 하지만, 그림으로 그리면 ‘O’라고 하면 된다.

물론 로고에는 단순히 이미지만 담기진 않는다. 각 회사에서 생각하는 가치나 철학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 대부분이다. 원 안에 별이 들어있는 벤츠의 의미는 하늘 바다 육지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창업자의 뜻이라 하고, 양주회사 ‘조니워커’의 걸어 다니는 남자(striding man)은 끊이지 않는 도전을 상징한다. 모두 의미를 넣어 알아보기 쉽게 그림으로 우리 가게나 회사의 이미지를 표현한 것이다.

폰트는 글자체다. 폰트도 개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보기 좋게 눈에 띄고 기억하기 쉽게 만들려고 그런다. 보통 가게나 회사 이름을 만들고 나면 명함을 인쇄한다. 내부 디자이너가 있으면 좋지만, 아니면 외부 의뢰하게 되는데 명함에 쓰이는 글씨는 보통 전용 폰트체를 별도로 개발하는 게 보통이다. 의뢰할 때 별도 비용이 드는 건 당연하지만, 가게를 대표하는 것이므로 하나 전용 폰트로 개발해 두는 것이 좋다.           



이름과 폰트, 로고의 조합, ‘브랜드’의 탄생     

브랜드에는 색을 입혀 각 색이 갖는 고유한 느낌을 브랜드에 연결시키는 경우가 많다. 붉은 색을 끌어들인 기아타이거즈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자료 = 각 구단 홈페이지)



폰트와 로고 이름까지 만들어지면, 대략 기본 ‘브랜드’의 기본 요소가 갖춰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브랜드 가치니, 철학, Mission statement 등 복잡한 내부 요소가 따르지만, 일단 대외에 내 브랜드를 알리기에는 충분한 ‘이름’은 다 만들어진 것이다.

‘브랜드’라고 해서 로레알, 니콘, 애플 같은 잘 만들어진 거대한 기업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조그마한 가게, 나 혼자 하는 반찬가게나 동네 슈퍼가 되어도 정확히 상호가 있고 계속 장사할 의지가 있으면 그 가게 이름은 이미 ‘브랜드’다. 앞서 본 광장시장 ‘순희네 빈대떡’도 브랜드고, 우리 동네 ‘영합반점’도 당연히 브랜드다.

브랜드는 동물에게 낙인을 찍는 데에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고, 노예에게 소유주 낙인을 찍는 데에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다. 유래를 떠나 그 사용을 종합해보면, 어떤 서비스나 재화를 제공하는 ‘이름’, 아니면 아주 쉽게 보아 어떤 장사의 이름 그 자체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브랜드다.  

브랜드가 중요한 건 앞으로 사람들은 당신 가게를 구체적인 서비스나 재화가 아니라, 그 이름인 브랜드로 기억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고객들의 개별 경험까지 쌓이게 되면, 딱 이 브랜드의 정체성이 만들어진다. ‘삼성’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거고, ‘LG’에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이게 다 이런 기본 작업, 네이밍과 로고, 사용자 경험에서 출발한 것이다.

'파란색'을 팀 컬로로 한 삼성라이온즈 홈페이지. '파란색'에 맞춰 멤버십 이름까지 '블루멤버십'이라고 속성을 통일하고 있다.



폰트와 로고 말고 브랜드에서 또 강조되는 게 ‘색깔’이다. 예를 들어, 영국 프로축구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FC는 구단색이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서로 다르다. 한국에서도 기아타이거즈와 삼성라이온즈, 한화이글즈는 뚜렷이 빨간색, 파란색, 오렌지색 등으로 각기 색으로도 뚜렷이 구분된다.

색까지 브랜드에 넣는 이유는 더 간단하다. 그림이나 로고보다 색으로 했을 때 더 직관적이고 빨리 연상되기 때문이다. 야구장에서 검은색과 흰색 줄 조합을 보면 ‘LG트윈즈’가 생각날 것이고, 검은색과 빨간색 조합을 보면 과거 80~90년대를 주름잡던 해태타이거즈가 떠오를 것이다. 검고 흰 유니폼은 두산베어즈.

사실 각 구단의 정체성과 그 색과는 본질적으로는 아무 상관이 없다. 과학적인 논리도 없다. 그럼에도 그 색을 붙이는 건 그 색의 ‘이미지’를 빌려다 브랜드를 표현하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이미지를 빌려오는 것.

붉은 색의 정열, 파란색의 스마트함, 흑백의 단순명쾌하면서도 강력함, 줄무늬의 보수적이면서도 경쾌한 느낌 등이 바로 그것이다. 즉, 원래 브랜드와 그 색의 밀접한 과학적 관계가 있다기보단 그 색이 상징하는 느낌이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하고 맞아서 갖다 쓰는 것이다.

우리 가게엔 무슨 색이 맞을까? 이거 중요하다. 당장 우리 집 간판을 뭐로 할지, 인테리어 배경은 뭐로 할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가게를 차리고 남자친구 데려다 페인트칠 시키려 해도 페인트 색은 미리 정해져 있어야 한다. 정육점이 대부분 빨간 이유는 모두 다 기아타이거즈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이어서가 아니라, 붉은색이 식욕을 자극하거나 아직 남아있을 지도 모를 붉은 피를 안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색의 이런 여러 요소를 고려해 잘 정하도록 한다. 다만, 마트 색으로 검은색은 안 어울린다.      



애써 만든 브랜드, 자주 쓰고 일관되게 써라     

LG의 브랜드 가이드라인. 실제 어떻게 브랜드 로고를 활용해야 하는 지 그 규격과 원칙을 보여주고 있다. (자료=LG홈페이지)



자, 다시 김 모 씨에게 돌아가 보자. 대략 브랜드와 색을 알고 나니, 김모 씨 가게의 ‘혼잡’이 이해될 것이다.

파란색 간판에 빨간색 메뉴, 갈색 봉투는 아무리 봐도 색깔이 어지럽게 춤추는 난장판 격이다. 내가 원하는 색깔과 로고, 폰트를 결정했다면 이를 표현할 방식 또한 통일해야 한다. 아침엔 흑인이었다가 오후엔 백인이고 저녁엔 아시아인이 되는 사람은 본 적 없다. 브랜드 표현 또한 그래야 한다.

큰 기업들은 대부분 이런 로고와 색에 대한 디자인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이걸 CI(Company Identity), BI(Brand Identity) 등으로 부른다. 여기서는 각 기업 로고를 만든 배경부터 어떻게 써야 하는지, 어떻게는 쓰지 말아야 하는지 ‘칼같이’ 지켜야할 원칙이 담긴다. 로고 한번 잘못 썼다가 애써 만든 홍보물 없애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일단 색은 하나로 통일시키자. 밖이 파란색이면 안에 들어가는 기자재나 메뉴판도 파랗게, 봉투도 파란색으로 주자. 그 위에 로고는 고사하고 이름도 없다면 물음표가 백만 개는 달린다. 도대체 왜?

간판에 가게 이름 안 쓰는 경우는 없다. 그럼에도 카페에선 그냥 민무늬컵, 가게에선 그냥 민무늬 봉투를 주는 경우를 굉장히 흔하게 본다. 물어보면 결국 비용 때문이다. 로고 넣어 인쇄하려면 돈이 추가로 드니 그냥 대충 싸게 팔겠다는 것이다.

아니다. 쉽게, 홍보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요새는 동네 주유소는 물론이고, 작은 반찬가게, 돈까스가게, 치과, 미용실 등 규모를 막론하고 새로 가게 열면 사은품 증정은 물론이고 전단지 배포를 넘어선 ‘살포’까지 쉽게 한다. 그거 하는 이유는 하나. 많이 기억하고 알고 오시라는 것이다. 그때 올 손님을 기대하고 과감히 없는 살림에 돈 써서 홍보하는 것이다.

그 돈이 아마 방문하는 손님 1인당 못해도 100원은 넘을 것이다. 소소하게 보면, 많게는 1,000원 커피의 300~400원까지 초기에는 쓰일 수 있다. 다 올 손님을 생각한 홍보비용 투자다.

가게 내 물품의 브랜드 작업 또한 마찬가지다. 컵에 로고를 찍은 건 들고 마시거나 밖으로 나갈 때 마시는 사람 뿐 아니라 주변에서도 쳐다보라는 의미다. 반찬가게 비닐봉투에 가게 이름을 적은 것도 마찬가지. 고급스럽게는 또한 아주 흔하게는 반찬가게에서 젓갈통에 예쁘게 로고 스티커 붙여 주는 경우도 봤다. 아마 그 고객은 냉장고에서 그 반찬 꺼낼 때마다 그 가게를 기억할 것이다.

브랜드는 기억하기 쉽게 하려고 만든 것이다. 그럼에도 그걸 알리지 않고 제대로 쓰지 못하는 건 아니 만들지만 못하다. 차라리 요새 대형마트처럼 ‘노브랜드’를 하는 게 낫다. 그런 경우가 있냐고? 있다. ‘사장님이 미쳤어요! 오늘이 마지막 정리세일’, 365일 상설 세일하는 브랜드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 또한 ‘싸게 판다’는 말을 ‘사장이 미쳤다’고 한 마케팅에 불과하다.           



브랜드 노출은 고객 동선에 맞춰 최대한 많이많이

김영모과자점의 로고, 빵봉투, 빵가방, 가게 전경. 가게는 물론, 손님이 들고 가는 빵봉투까지 일관되게 제빵사를 컨셉으로 한 로고나 가게영문명을 노출하고 있다.



브랜드를 만든 건 장사를 마구마구 많이많이 알리기 위해서다. 그때 원칙은? 위의 제목처럼 단 하나. 똑같은 방법으로, 또한 최대한 많이.

한번 만든 브랜드는 마구마구 써라. 손님이 싫어할 만큼 들이밀라는 건 아니고, 그 직전까지 죽어라 노출하라. 스터디카페를 예로 들면, 손님의 동선은 입장 전, 입장, 입장 후 리셉션 - 메뉴판 – 책상 – 화장실 – 물 마시는 정수기, 퇴장, 퇴장 시 휴대컵이나 종이봉투 등으로 나뉠 것이다.

이 모든 곳에 브랜드를 똑같은 방식으로 (예: 파란 배경에 하얀 색 로고, 동일 폰트) 노출해라. 나갈 때는 일반 범용 컵 말고 우리 가게 상호 인쇄된 깔끔한 봉투나 컵에 담아줘라. 가면서도 우리 가게를 계속 기억하고 좋은 기억이 남는 건 물론, 지나가는 사람도 은연중에 그 봉투나 컵을 보고 ‘아, 주변에 이런 이름의 가게가 있구나’ 하고 간접홍보가 되게 노려야 한다.

고객의 체험 동선은 사실 ‘Customer Journey’(고객이 우리 제품을 알아차리고 실제 와서 경험하고 나가는 그 일체의 과정을 ‘여행’에 묘사한 마케팅 개념)라고 해서 별도로 관리하는 개념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 다시 다루기로 한다.

자, 여기까지 해서 가게 이름을 정하고, 로고와 폰트, 색깔이 들어간 기본 브랜드 작업까지 알아보았다. 이 정도면 장사하기 위한 기본 작업은 마친 듯하다.  

그럼 이제 가게 열어도 될까? 그전에 잠깐 스톱. 혹시 누가 우리 가게에 올까, 그게 궁금하지 않은가? 나는 매우 궁금하다. 애써 만든 가게에 어떤 손님이 어떤 마음으로 와서 뭘 노리고 가는 지 그게 궁금할 것이다. 또 누가 고객인지 또 고객이 아닌지를 알면 타깃 마케팅을 제대로 할 수 있다.

바로 그 내용이 다음 순서다. 그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 앞으로 열심히 달릴 가게, 그걸 달궈줄 고객이 누군지 그에 대해 잠깐 생각해보도록 하자.

오늘도 정말 고생 많으셨다. 장사란 게 이렇게 쉽지 않다. 20년 마케팅 경험 중에 나름 2년 장사 경험도 있기에 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언제나 말하지만 여기 나온 내용들은 정말 마케팅의 기초 중의 기초 내용들이다. 이 내용들이 모든 걸 말해줄 수는 절대 없겠지만, 하나라도 얻어 가셔서 꼭 장사에 도움 되길 바란다.

모두 대박 터지길 바란다. 건투를 빈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한 '간판' 이미지들. 이렇게 수많은 가게 안에서 생존하는 게 당신의 목표다. 이제 당신의 꿈을 이뤄줄 고객을 만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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