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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객을 그려 본다, 페르소나

Marketing Bites 1. 자영업자를 위한 마케팅 119 (09)

이름도 성도 모른다. 치마를 입고 올지 바지를 입고 올지 전혀 모른다. 어떻게 생겼는지는 물론이고, 나이와 취미도 전혀 모른다. 그가 직장을 다니는지 말든지, 회사는 제때 끝나는지 아예 백수인지도 전혀 관심 없다. 단, 하나 안다면 그가 우리 동네 산다는 것이다. 이게 누군지 알겠는가?

빙고. 대부분의 경우 자영업 사장님들이 생각하시는 무려 자신의 ‘고객’ 되시겠다. 설마 싶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 집에 자주 오는 손님들은 내가 꽤 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럴까? 이번 호에서는 내 고객의 구체적인 모습, ‘페르소나’(persona)에 대해 알아본다.      



짝사랑을 하는 사람의 행동은

하얗고 핑크색의 수많은 하트. 저 안에 내 고객은 어떤 모양일까. 아니면 하얀 집단, 핑크집단으로 나눌 것인가. 고객을 설정한다는 건 많은 관찰과 생각이 필요한 작업이다.


이야기를 잠깐 돌려, 한번쯤 해봤을 첫사랑에 대해 생각해보자. 그 또는 그녀는 내가 자기를 좋아하는지 모를 것이다. 정작 벙어리 냉가슴 앓고 있는 건 오직(!) 나뿐이다.

물론 나도 그가 나를 좋아해주면 좋다. 그 마음을 고백할 용기라도 있으면 좋겠다. 불행하게도 많은 경우에 첫사랑은 그런 용기가 없다. 수줍게 계속 주변만 맴돌다가 그가 좋아하는 것, 관심 있는 것, 자주 입는 것, 어느 놈 내지는 여친과 다니는지 남사친은 있는지 또한 집은 어디 사는 지 등을 종종 따라다녀 알아내려 할 것이다.

그러다 기념일 하나만이라도 있으면 구태여 그와 전혀 상관없을 확률이 높은데도 두근반세근반하면서 기념품과 선물을 준비할 것이다. 이유는 딱 하나. 그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어서다.

혹시 이런 경험 없는가? 있다면 그 경험을 살려도 좋고, 없다면 아직까지 첫사랑 한번 못해봤다니 참 불행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간접 경험이라도 상상해 보자.

말을 또 돌려보자. 그 사람이 사실은 이성이나 짝사랑이 아니라, ‘고객’이라면 어떨까. 무슨 손님을 짝사랑의 대상과 똑같이 생각하냐고 펄펄 뛸 필요는 없다. 뛰는 높이가 높을수록 당신은 고객을 생각하는 메카니즘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말도 되기 때문이다.      


 

고객을 그려보는 것, 짝사랑하는 것      

산타클로스는 빨간 색이다. 왜 그럴까? 코카콜라가 1930년대 자사의 색인 빨간색을 따서 만든 마케팅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자, 다시 돌아가 짝사랑의 경험을 되짚어보자. 사실 저 첫문단에 나온 이야기들은 고객 분류에 가장 기본적인 인구통계학적 데이터를 말한다. 나이, 키, 직업, 주소 등 통계학적 데이터와 이에 기반한 퇴근 및 자주 방문하는 가게 등 소비습관을 정형화해 표현한 이야기다.

둘째, 그의 주변을 맴돌면서 그에 관련된 걸 알아낸다는 건 상인이 고객에게 관심을 갖고 그가 관심 있는 것, 취미, 기호 등 여러 가지를 알아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념일이란 고객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즉 마케팅적 효과가 있는 날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케이크 업체는 크리스마스, 초콜릿은 밸런타인데이, 사탕은 화이트데이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더 확장하면 블랙데이엔 짜장면, 스승의 날에는 카네이션, 어린이날에는 놀이공원 등이 좋은 사례다.  

꼭 기념일만 매력적인 요소가 되는 건 아니다. 내가 그리는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특정’ 아이템이면 다 고객에게 쓸 만한 마케팅 요소가 된다. 예를 들어, 특정 연령층이나 성별이 좋아하는 향수, 패션, 아이템, 게임, 특정 지역에서만 통하는 음식이나 관습, 그 층이 좋아하거나 그 연령층을 상징하는 키워드나 문자, 문화적 요소 모두 마케팅에서는 의미 있는 데이터다.

이쯤 되면 대충 말하는 걸 알아차리셨을 것이다. 맞다. 짝사랑이나 장사나 기본적으로 고객, 상대에 대한 관심은 다르지 않다. 유일한 차이는 우리의 고객은 우리의 사랑에 대해 매출로 대답하지만, 짝사랑은 사랑으로 돌려준다는 것이다. 그걸 빼면 내가 제품을 팔려는 고객에게 사랑하듯 관심을 갖고 그에 대해 알아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걸 하는 이유는 우리가 갖는 마케팅 홍보 예산이나 리소스는 한정되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걸 보다 효과적으로, 또한 계속 오랫동안 팔아나가기 위해서는 누가 내 물건을 사는지 그 고객에 대한 정의부터 제대로 되어 있어야 한다.

그 고객의 모습이 바로 오늘 말하는 ‘페르소나’이다. 내 장사에 오는, 기꺼이 내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 주고 평가해주는 고객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당신이 구체적으로 그 얼굴을 알고 어필할 수 있는 살아있는 사람과도 같은 고객의 모습 말이다.

그 모습을 지금 떠올려볼 수 있는가. 동네에서 한 10년 장사하신 분이라면 명확히 떠올리겠지만, 이제 막 시작하신 분들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이래선 안 된다. 아니 내 서비스를 누가 살  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그 사람에게 특화된 서비스나 아이템을 구상할 수 있겠는가. 궁극적으로는 그가 그걸 필요로 하는지 안 하는지도 그냥 ‘맨땅에 헤딩하기’ 식으로 일단 시도하고 비싼 기회비용을 치르고 나서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건 장사의 대전제, 우리는 고객의 ‘니즈’를 해결해줘야 한다는 기본 원칙부터 어기고 만 것이다.

아직 안 늦었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이라면 더 좋다. 우선 내가 장사를 할 고객의 모습부터 그려보자. 준비됐는가? 자, 그럼 일단 페르소나를 더 파고들기 전에 고객을 접근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고객 페르소나, 분류하지 말고 끌어 모아라     

간단 퀴즈. 아래 2개 집단 중 나름대로 자신이 ‘같은 집단’이라고 느낄 만한 경우를 고르시오.
1. 서울 관악구에 사는 40대 남자 직장인
2. 전세계 방탄소년단 팬클럽인 아미의 한국지부      


정답은? 대부분 2번을 고를 것이다. 왜 그럴까? 1번은 2번보다 장소도 전세계가 아니라 서울 관악구로 한정되어 있고, 연령층도 40대, 성별도 남자, 직업은 직장인으로 딱 정해져 있다. 그럼에도 아마 1번 집단의 사람들은 모아 놓았을 때 내가 같은 ‘집단’이라고 느낄 확률이 2번보다 현저히 낮을 것이다. 그 집단에 자부심을 가질 확률은 더더더 적다.  

1번은 전형적인 인구통계학적 분류다. 예전에는 페르소나 설정을 할 때 이런 분류를 많이 했다. 예를 들어 예전 광고기획서는 ‘서울에 거주하는 32살의 여자직장인으로 미혼인데, 연소득은 5,000만 원대로 아직 차는 없고,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으며 독립에 대한 욕구가 크며, 취미는 여행과 독서’ 등 거주지, 성별, 소득, 결혼여부 등 명징하게 구분되는 통계요소들로 나눠놓는 경우다.

이래서는 통계학적으로야 같은 집단으로 보이고 의미 있을지 몰라도 마케팅에선 다르다. 고객은 숫자 분류가 아니라, 같은 동질감, 즉 같은 필요를 갖는 사람들의 집단이기 때문이다.

같은 관악구에 살고 같은 40대라고 해서 ‘친구야!’, ‘헤이, 브로!’ 하면서 만날 확률은 아마 거의 없다. 매일 같은 마을버스를 탄다 해도 마찬가지다. 그게 남자 둘이라면, 공통점이 이미 ‘관악구, 남자, 40대, 마을버스’ 등 4가지나 되어도 ‘우린 같은 집단이야’ 하는 동질감은 전혀 없다.

‘아미’는 어떨까? 아마 확연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콘서트는 물론이고 BTS의 방송출연이나 온-오프라인 방송이라도 있으면 꼭 그 방송을 보고 함께 ‘공유’할 것이다.

어라? 그런데 알고 보니 같은 아미에 서울 사람도 있는데 광주 사람도 있고, 저기 남쪽 거제나 통영분들도 있다. 심지어 광주사람은 20대 여대생, 통영은 조선소 근무하시는 40대 남자, 서울은 30대 취준생이라 한다. 그럼 이들 집단은 같은 유형을 띨까?

세부적으로는 분명 다르다. 20~40대가 쓰는 아이템이 각각 다르고, 그들이 자라온 성장환경이 달라서 그렇다. 그럼에도 이들은 딱 하나, 강력한 키워드로는 서로 통한다. 바로 BTS, 그들의 노래와 춤이 그것이다.

이들에게는 다른 것보다 BTS 콘텐츠, 광고 하나를 찍더라도 BTS가 출연하거나 그들의 곡이 BGM으로 깔리고, TV를 보더라도 그들이 출연하는 예능이나 음악방송을 볼 것이며, 유투브나 온라인 콘텐츠도 이들의 것 위주로 보고 느끼고 즐기게 될 것이다. 즉, 이들은 ‘소비’ 패턴이 같아진다. 방송, TV, 광고, 온라인 등에서 같은 ‘콘텐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집단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같은 속성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걸 정성적 분류라고 한다. 최근에는 인구통계학적 분류도 여전히 쓰고는 있지만, 갈수록 정성적 분류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런 정성적 접근은 마케팅 방법조차 바꿔놓는다. 예전에는 위의 방식대로 세분화한(separation) 고객집단에게 메시지를 밀어내는 ‘푸시’(push) 방법을 많이 썼다.

정성적 분류에서도 푸시 메시지는 앱 등에서 많이 쓰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관점이 다르다. 메시지를 밀어내는 게 아니라, 킬러 콘텐츠로 ‘끌어당기는’(pull, aggregation)하는 것이다. 이를 마케팅 방법에서는 ‘분류하지 말고 끌어당겨라’(not separation but aggregation)이라고 표현한다. 이 예를 한번 살펴보자.    


  

90년대 콘텐츠로 엮은 힘, ‘밤과 음악사이’와 ‘양준일’     

2010년 내외 등장해 지금까지도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밤음사'. 고객을 '90년대 음악'이란 키워드로 끌어들인 마케팅이다.



10년 정도 되었을 것이다(언론 기사에 따르면 2006년 서울 한남 1호점). 서울 강남 한복판에 90년대 음악을 들으며 소주를 마시고 춤추는 희한한 바가 생겼다. 놀란 것은 심지어 장사도 너무나 잘됐다는 것이다.

90년대 음악을 들었던 이들이라면 2010년대에는 적어도 30~40대. 마침 술 또한 이들이 마시기 쉬운 소주며, 음악은 이들의 ‘찬란한’ 20대를 수놓았던 90년대 댄스음악이다. ‘예비 아재’들이 제대로 미치지 않을 수 없다. 곧 가게는 2호, 3호점을 연속 열게 되었다. 바로 ‘밤과 음악사이’(밤음사) 사례다.

또 하나의 사례는 지난해인 2019년. 갑자기 ‘인터넷 탑골공원’에서 30년 정도 전의 옛날 가수가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1991년이니 정확히 28년 전. 그 무렵 활동했던 이 가수는 당시에는 그다지 대히트를 기록하지도 못했다. 그 시간이 28년을 지나오자, 그의 패션, 음악은 지금 유투브를 보는 10~20대에게까지 새롭게 어필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가수는 방송에 나왔고 겸손한 태도와 여전한 패션, 음악으로 큰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가수 양준일의 경우다.

두 가지 모두 ‘90년대 콘텐츠’가 이들을 흥행으로 이끈 유일한 요소는 절대 아니다. 다만 주목할 것은 가수 양준일의 컴백 팬클럽 행사에 몰린 관객들의 연령대다. 당시 90년대 초에는 20대였을 현재 40~50대는 물론이고, 10~20대, 30대 여성 팬들도 적잖게 왔다. 상당수가 양준일의 상징이다시피 한 오렌지 목도리를 하고서.

콘텐츠의 힘은 30년 전 가수도 현실세계로 소환해 냈다. 지난해 최고의 키워드 중 하나인 가수 양준일. 90년대 문화라는 키워드로 새로운 고객군을 형성했다.



바로 이게 ‘정성적 콘텐츠’의 힘이다. 나이와 성별, 지역을 떠나, 양준일이란 콘텐츠 하나가 다양한 세대를 한 자리에 불러 모은 것이다. 심지어 복장까지 양준일을 따라하는 코스프레 형식을 띠었으니 얼마나 동질감이 강해지겠는가. 콘텐츠가 마케팅을 규정하기 시작한 좋은 예다.

이마저 삐딱하게 보아 결국 ‘90년대’ 라는 분류가 작용한 거 아니냐고 할 수 있다. 그럴 수도 있다. 정성적 기법이 인기를 끌고는 있지만, 인구통계학적 분류도 아직 수명이 다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도 일각에선 고객의 구매력이나 리테일 요소 등을 고려할 때 인구통계학적 분류를 한다.

그럼에도 주목할 건 여기서의 ‘90년대’는 고객을 분류하는 기준이 아니라, 그 고객을 끌어당긴 핵심 콘텐츠가 ‘시대 마케팅’이었다는 점이다. 그에 반응한 고객은 여전히 인구통계학적 기준과는 거리가 다. 20대 딸과 40대 엄마가 함께 손잡고 양준일의 팬미팅에 오는 것, 그게 좋은 예시이지 않을까.



축구에도 이어진 고객을 끌어당기는 마케팅  


이런 정성적 방법은 스포츠에도 있다. 축구를 예로 들면, 일본에는 ‘우라와 레즈’를 응원하는 술집이 있어 경기전후에 팬들이 모이는가 하면, 나이지리아에는 함께 모여 EPL과 라 리가 등 해외리그를 즐기며 맥주잔 부딪치는 ‘풋볼클럽’이 있다.

우리나라 또한 마찬가지. 당장 월드컵만 되면 번화가 맥주집에는 ‘축구중계 가능’이란 표지판이 자주 보인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나이와 성별, 지역을 떠나 ‘축구’란 키워드로 고객을 한시적으로 끌어당긴 정성적 마케팅인 것이다.  

페르소나의 설정에서도 이런 정성적 접근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 제한된 자원으로 인구통계학적 분류만 해서는 장사에 많은 고객이 오지 않는다. 오히려 고객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들이 흥미있어할 만한 키워드를 찾아내고, 이걸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편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럼, 이제 구체적으로 내 장사의 페르소나는 그럼 뭔지, 그를 어떻게 설정하고 또 그에 따른 마케팅 방법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서 알아보기로 한다.

방법이 쉽게 나오진 않겠지만 함께 나가다 보면 조금이라도 실마리를 함께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다. 건투를 빈다!        

  

월드컵 때면 여기저기 맥주집마다 'TV 시청 가능' 표지가 붙는다. 모두 정성적 요소를 활용한 마케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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