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ing Bites 1. 자영업자를 위한 마케팅 119 (08)
사례 1. 카페 얌체족
최근 카페를 차린 박 모 씨. 마침 동네 적당한 카페 하나 없어 장사가 잘 되겠지 생각했는데 고민이 생겼다. 아침시간이면 꼭 4명이 와서 음료수는 2잔만 주문하는 그룹이 생긴 것.
어차피 손님 없는 아침시간이니 괜찮다고 생각하면서도 휴지나 물, 컵 등 추가로 요구하는 게 많아 은근 스트레스다. 대학생이나 다른 손님들이 들어오려다 보고 나가는 경우도 가끔 생겼다. 그냥 손님 없을 때 자리 채운다고 생각해야 할까.
사례 2. 미장원 공짜 고객
미장원을 운영하는 백 모 씨. 강남에서 오랜 프랜차이즈 근무 경험으로 동네 미장원을 개업해 기대가 컸다. 단골고객들도 찾아와주고 점차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도 늘었는데, 한 손님 때문에 고민이다.
자꾸 아이를 데려와서 애는 무료로 해달라고 하는 것. 알고 보니 그 엄마가 동네 ‘대장’ 격이어서 ‘심기’를 거스르기도 어려운데, 또 아이는 너무 까탈스러워서 다른 사람 2~3명 시술할 만한 시간과 노력이 든다. 동네에는 다른 샵도 많아서 싫다고 하면 바로 손님이 끊길까 걱정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객을 찾아 가게를 차렸더니 고객은 없고 속칭 말하는 ‘진상’만 온다. 동네장사라 어디 하소연하기도 어렵고, 받아주자니 스트레스고 끊자니 걱정이 태산이다.
저들은 내게 고객인 걸까. 내 고객은 누가 되는 걸까. 이번 호부터 내가 애써 차린 가게의 고객, 그에 대해 알아본다. 첫 순서는 누가 내 고객인지, 고객이 되는 조건이다.
데일 카네기의 <세일즈 바이블>은 고객을 아주 명쾌하게 정리한다. 바로 무언가 해결할 ‘니즈’가 있고, 그걸 해결해줄 서비스나 재화를 살만한 ‘경제력’이 있는 사람이 바로 내 고객이다. 빵집 입장에서 보면 배가 고파 빵을 먹고 싶고, 빵을 살 돈도 있는 사람이 바로 내 고객이다.
쉽다. 누가 봐도 그냥 필요한 게 있고 그걸 살만한 돈이 있는 사람이 고객이라고 생각하니 말이다. 여기 함정이 있다. 이걸 이해하고 접근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우선 정의부터 보자. 고객을 정의할 때 ‘내가 팔만한 상품이 있고 그 상품에 가격’이 있다가 아니라, ‘고객에게 니즈가 있고 그걸 해결할만한 돈이 있다’고 말한 거에 주목해야 한다. 제1화에서 장사는 내가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고객이 필요한 걸 해주는 게 장사이며 돈은 그걸 통해 결과로서 버는 거라고 말했다.
고객 또한 마찬가지다. 고객은 항상 필요한 게 있는 사람이다. 내 입장이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말이다.
이게 무슨 차이냐면 고객은 당장 목이 마른데 나는 빵을 들이밀고 있고, 고객은 파마를 하러 왔는데 나는 염색을 권하고 있을 수 있다는 거다. 내가 팔고 싶은 상품, 내가 팔 수 있는 상품 위주로만 생각하니 이미 고객이 필요한 거는 저만치 가 있고 내가 필요한 거 위주로 구성하는 오류가 생길 수 있다. 즉, 니즈는 철저히 고객 입장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에 따라 서비스 구성이 달라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예를 들어보자. 같은 카페지만, 종로에 가면 전통찻집이나 다방까지 심심찮게 눈에 띄고, 그에 비해 젊은 층이 주로 가는 홍대나 강남은 대부분 프랜차이즈나 예쁜 인테리어 커피 카페가 대다수다. 서초동이나 청담동, 신사동 가로수거리 등에선 커피와 함께 조각케이크를 파는 카페도 즐비하다. 같은 카페인데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
오가는 고객이 다르고 그에 따른 니즈도 다르기 때문이다. 종로는 상대적으로 어르신을 비롯해 오가는 사람들의 연령층이 비교적 높다. 특히 공원 주변에 계시는 분들과 인근에서 친구를 만나러 주기적으로 나오시는 분들도 대다수여서 이분들에게는 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 보다는 쌍화차나 십전대보탕 같이 건강에 좋은 차 종류가 더 적합하다.
조각케이크를 파는 카페는 비교적 젊은층, 그 중에서도 여성고객이 많은 번화가에 위치한다. 사실 남자들이 카페를 많이 가기 시작한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케이크 또한 마찬가지다. 간식거리로 케이크를 먹는 남자는 매우 드물다. 여자들은 그에 비해 맛있으면서도 양이 적은 음식에 대한 니즈가 상대적으로 남자들보다는 많고 적극적이다. 남자들이 술집에 적극적인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런 사회적 습관이 여자들이 주로 찾는 케이크를 카페 안으로 불러들였다. 대화하면서 맛있지만 배가 많이 부르지는 않는 조각케이크가 대다수 여성고객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회적 관습이 그에 맞는 서비스 설계로 이어진 모습이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내가 타깃으로 생각하는 지역과 잠재고객을 떠올려보자. 그가 좋아할만한 걸 생각해보자. 그런 상상이 어렵다면, 이미 배웠던 방법. 목표 지역의 가게에 알바자리를 구하거나, 아예 길에서 하루 종일 오가는 사람들을 관찰해보자.
대충 보지 말고, 그 사람들의 특징을 주의 깊게 살펴보자. 그럼 예를 들어 주택가여서 낮 시간에는 주로 주부들이 많은데, 오후 6~7시 퇴근시간이 되면서 퇴근하고 오는 젊은 원룸, 고시텔 직장인들이 많다든지 등 어떤 인사이트가 나오기 마련이다.
이들을 정리하고, 그들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시간대, 주로 하는 일, 들르는 가게, 가게에서 주로 사먹는 음식 등을 정리해보자. 그럼 대략 내가 비슷한 업종을 차렸을 때 이들이 원하는 게 뭔지 나오게 될 것이다. 그 내용들과 내가 가진 장단점 메뉴를 종합해서 서비스 구성을 하는 것이 고객 대응 1단계다.
그럼 이제 고객의 ‘경제력’에 대해 생각해보자. 앞서 사례로 돌아가서, 고객은 ‘니즈’와 ‘경제력’이 모두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고객이 아니다. 그보다는 무료 서비스 달라고 생떼 쓰는 진상에 가깝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대처도 고객대응이 아니라, 진상 퇴치나 범죄 수준에서 고민해야 한다.
진상들에 대해서는 과감히 쳐내야 한다. 아쉬운 마음에 계속 받아주다 보면 오히려 선한 고객들이 피해보고 발 끊는 경우가 생긴다. 사례 1에서 문을 열어보고 나가는 대학생이나 다른 동네 잠재고객들이 발길을 피하게 되는 것도 이 고객 아닌 진상들의 악영향이다. 이들을 쫓아내고 그 서비스를 우수 고객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오히려 가게를 더 살찌우는 길이다.
이들이 나가면 슬슬 다른 선한 그룹이 보일 것이다. 그들에게 집중하면서 계속 진상그룹은 단호히 쳐내는 것이 좋다.
만약 진상그룹이 동네 절대적인 영향력이 있거나, 또는 동네 절대 대다수가 그런 성향이 있다면 동네를 떠나거나 공식적인 ‘그룹’ 협상을 해야 한다.
한번 가게를 차린 다음에 접는다는 게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진상그룹에게 나가는 무료 서비스가 실상 다른 그룹에게 드는 노력의 2배라고 한다면 당신은 당신 서비스의 값을 50% 할인해서 주고 있는 것이다.
동네 유지여서 가게에서 대접받고 싶은 거라면, 그걸 정식으로 그룹 차원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두 명의 사람을 개별적으로 상대하는 게 아니라 예를 들어, “OO동 주민 20% 할인 쿠폰” 등으로 서비스를 공식화해 모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공식적인 서비스는 그에 맞는 지지집단을 키운다. 그 자체로 선한 집단의 토양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명백히 공식적인 할인혜택을 제공해도 그 틀을 벗어나는 요구를 하면 단호히 거부하는 것이 맞다. 더 이상 해줄 게 없기 때문이다. 여러 가게가 밀집한 경우라면 공동대응도 좋은 방법이다.
이를 떠나, 아예 동네 자체가 그런데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아쉽지만 그냥 참거나 아님 떠나는 것 등 단 2가지 선택만 해야 한다. 이래서 사전조사가 중요하다. 무턱대고 차려서 비싼 기회비용을 치르느니, 처음부터 잘 조사하고 들어가야 불필요한 마음고생과 ‘무료’ 서비스를 걸러내는 것이다.
여기까지, 고객의 정의와 그에 따른 서비스 구성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요약하면, 내가 팔고 싶은 게 아니라 고객의 니즈를 확보하고 그 서비스를 적절히 구매할 수 있는 고객들이 바로 내 가게의 고객이라 할 수 있다.
여기 쓴 상황들 말고도 억울하고 힘든 일은 훨씬 많을 것이다. 각각에 대해 말해주고 싶지만, 사실 진상이 심해지면 마케팅 문제가 아니라 경찰의 ‘사건’이 되는 일들도 많다. 술취한 폭력범이나 성희롱, 성추행 등은 진상이 아니라 범죄다. 무조건 경찰에 신고하고 가게에서 쫓아버려야 일하는 종업원은 물론이고 앞서 말한 선한 고객들도 안심하고 들어오게 된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자영업 현실이다.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또한 백종원 씨의 더본코리아 또한 처음에는 다 작은 가게에서 출발했다. 우리라고 그렇게 되지 말란 법 없다. 기본부터 착실히 다져나가면 꼭 그런 대성공까지는 아니어도 노력한 만큼의 결과는 꼭 오리라 믿는다.
그런 점에서 고객은 우리를 힘들게도 하지만, 정당한 서비스 대가를 지불해 부자 되고 싶은 우리의 소원을 들어줄 마법요정 지니와 같다. 그를 못된 지니로 만들지 착한 지니로 만들지는 모두 우리 몫이다.
다음 화에선 이제 고객을 더 세부적으로 그려보겠다. 고객을 분류하고 그를 그려보는 것, 고객 페르소나가 다음 순서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다.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