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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과 서비스는 업의 본질적인 '가치'에서 출발한다

Marketing Bites 1. 자영업자를 위한 마케팅 119 (11)


# 1.
분명 미장원인데, 손님이 염색이나 파마를 기다리는 동안 발마사지와 손톱 손질을 더 해준다. 네일아트는 물론 별도 요금을 내야 하지만, 손님은 파마를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 내에 두 가지를 한꺼번에 손쉽게 할 수 있다.      
# 2.
이번엔 이발소다. 여자 위주 미용실이 ‘뻘쭘’한 남자들을 위해 고급 이발소를 열어, 아빠가 아들을 데리고 찾을 수 있게 했다. 아들이 머리 자르는 동안 아빠는 아들 옷이나 자신의 수트를 함께 살펴본다. 즉 남자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패션’을 완성하는 토털 뷰티숍이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한 곳에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같은 고객이 필요할만한 서비스를 ‘묶어서’ 편리하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런 한 장소 복합서비스는 드문 일은 아니다. 1번 사례는 황석영 소설 <바리데기>에서 여자주인공인 바리가 런던 미장원에서 일하며 실제로 했던 일. 손님이 미용 시술을 받는 동안 손발톱 손질과 발마사지 등을 해가며 힘든 삶을 연명해 나갔던 것이다. 손님들로선 머리하러 왔다가 발마사지까지 편하게 받거나, 손발톱 손질로 다른 부분까지 다듬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

2015년, 남성 양복점과 헤어서비스를 결합한 '복합서비스'를 선보인 서초동 '인더부스'. 여자들이 많은 곳보다 남성전문 '뷰티'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을 공략했다 (사진=홈페이지)


2번 사례는 서울 서초동에 있는 한 남성 뷰티숍. 2010년 대 중반 창업한 이곳은 법원이 몰려있는 서초동에 맞춰 고급 남성 수트와 헤어숍까지 한 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여자들이 많은 미장원을 어려워할 수 있는 남성고객들의 마음과 그들이 원하는 걸 적절히 파악한 결과다.

언뜻 보면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미용과 발마사지, 양복이 한 곳에 있다는 건 색달라 보일 수 있다. 그러면서도 이질적인 서비스가 하나로 묶인 게 그럴듯해 보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고객’이 같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잠재고객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가 원하는 서비스를 ‘업의 본질’ 내에서 제공한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이렇게 고객이 필요한 서비스와 제품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제공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자. 그 출발점은 물론 고객, 그의 ‘사용자 경험’이다.   



제품과 서비스의 구성, ‘사용자 경험’부터 출발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다 이제는 혼수 일순위까지 된 '스타일러'. 고객관찰에 기반한 새로운 사용자경험을 만들어냈다 (사진 = LG전자 SNS)



고객이 같다 할지라도 아직까지는 2가지 이상 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2번 사례의 양복점과 이발소는 개별적으론 ‘낯익은’ 것이지만 이 둘을 묶은 ‘남성 뷰티숍’은 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느껴지는 이유는 하나, 아직까지는 ‘사용자 경험’이 낯설기 때문이다.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란 말 그대로, 어떤 재화나 서비스를 사용자가 어떻게 경험하고 기억하는가를 가리키는 개념이다. ‘이게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는 제품의 용도에 대한 소비자 교육부터, 이미 익숙한 제품일지라도 그 제품이 갖는 새로운 효용과 개선효과, 그 제품만의 특장점을 강조하는 것 등이 모두 사용자 경험 위주의 마케팅에 해당한다.

또 다른 사용자 경험의 출발. 유럽에서는 이미 대중화됐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대세'가 되고 있는 건조기 (사진 = 삼성뉴스룸)


예를 들어보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타일러’란 제품은 없었다. 있었다 할지라도 대다수 소비자는 전혀 몰랐다. 건조기 또한 마찬가지다. 그냥 해가 쨍쨍 비치는 날엔 빨래를 하고, 비 내리는 날에는 빨래를 안했다. 그런 세상을 건조기가 언제든 빨래할 수 있게, 뽀송뽀송하고 상큼한 옷은 스타일러가 정비해주는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처음에는 이 제품들도 ‘낯설었다.’ 이런 새로운 개념의 제품들은 처음엔 이 제품이 어디에 쓰이는가 그 용도부터 설명하고 본다.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다 이제 소비자가 해당 제품군에 익숙해지고 경쟁제품들까지 나올 때에는 이제 세부적인 기능이나 장점 등을 강조한다. 소비자들이 사용법은 다 알고 있으니, 뭐가 더 나아졌는지 세부 요소로 광고 포인트가 넘어가는 것이다. 전자제품을 예로 들면 전력소모량이 줄거나 용량이 커졌고, 아이들을 위한 안전기능,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등 수많은 요소들이 계속 새로운 포인트로 개발될 수 있다. 이 모두 ‘사용자 경험’을 반영해 마케팅을 보다 효과적으로 하려는 기업들의 끊임없는 ‘마케팅 전쟁’의 산물들이다.  



강화된 사용자 경험이 복합서비스를 탄생시킨다      

안락해 보이는 레트로 스타일의 이발소 정경. 이 곳에서는 어떤 본질을 가져올 것인가. 그 고민이 당신 사업을 확장할 열쇠가 될 수 있다.



자영업은 물론, 어떤 규모의 기업도 모두 사용자 경험과 소비자에 대한 고민에서 서비스 구성을 시작한다. 우리 서비스는 맛도 없고 재미도 없으며 가격도 비싸고 사기도 힘든 서비스를 구태여 만들 사람은 없다. 모두 맛 좋고 재미나며 가격도 싼데다 심지어 쓰기도 쉬운 서비스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모두 사용자경험을 쉽고 풍부하게 하고 그로 인해 고객 니즈를 ‘보다 잘’ 만족시키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다.

위에 말한 ‘복합서비스’ 또한 바로 이런 노력에서 나온다. 고객 니즈를 어떻게 하면 더 ‘풍성하게’, 또한 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만들 수 있을까란 고민에서 복합서비스 구상이 출발하는 것이다.

이발소를 찾는 손님들은 거의 대부분 남자들이다. 이들이 구태여 미장원을 안 가고 이발소를 오는 이유는 ‘남성전문’ 미용케어를 받고 싶어서다. 마찬가지, 이런 남성들의 숨은 니즈 중 하나는 패션이 될 수도 있다. 여성복 위주의 백화점이나 의류상가에서 자신들 옷을 고르기 힘들어하는 남자들 중에는 앞서 말한 미장원 가기 뻘쭘한 고객도 있다. 그러면서도 옷을 사고 이발을 하는 기본적인 ‘미용’, 즉 자신을 꾸미는 ‘뷰티’ 서비스에 대한 니즈는 모두 동일하게 갖고 있다. 이들 고객들은 이발소와 양복점으로 분명 업종은 다르지만, ‘뷰티’라는 측면에서는 정확히 니즈가 일치한다. 즉, 가게 주인이 제공해야 할 ‘업의 본질’이 같은 것이다.

바리의 미장원 내 손발톱 손질 서비스 또한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도 일부 숍에서는 하는 것 같은데, 사실 염색하고 파마하는 동안 기다리는 시간은 참 심심하다. 머리를 올리고 있으니 책을 보기에도 그렇고 그냥 멍하니 앉아있기도 곤욕스럽다. 그럴 때 이왕 보내는 시간 네일아트를 받는다거나 아예 피로를 풀기위해 발마사지, 페디큐어를 받는다면 고객입장에선 시간절약과 원래 온 목적대로 ‘아름다움’에 관한 토탈 케어를 받으니 더욱 편리할 것이다.

이 또한 ‘같은 업의 본질과 니즈’에서 출발한 것이다. 미장원을 온 고객의 니즈와 네일아트를 받는 고객의 니즈는 ‘예뻐지고 싶다’는 데에서 정확히 같은 범주의 것이다. 발마사지를 받는 것도 ‘자신에 대한 관리’ 서비스라는 점에서 크게 보아 동일한 서비스 범주다. 즉 이처럼 같은 업의 본질로 속성이 같을 때 2가지 서비스는 언뜻 보기에는 달라보여도 하나의 서비스로 묶여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점심엔 한식뷔페 저녁엔 호프집      

업의 본질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레 그에 기반한 확장 서비스를 만들어낸다. 사진은 전문 부페지만, 점심엔 부페를 팔고 저녁엔 술안주를 파는 식당도 그 좋은 예다.


한 번 더 생각해보자. 직장가 주변에 가면 낮에는 밥을 팔고 저녁엔 술을 파는 호프집이 간혹 눈에 띈다. 일반 밥집 또한 마찬가지다. 점심메뉴와 저녁 술안주 메뉴를 달리해 한 식당에서 점심, 저녁을 달리 운영하는 가게도 흔히 눈에 띈다.

이런 운영방식은 앞서 말한 것과는 조금 다르다. ‘뭔가 먹고 마셔 허기를 채운다’는 업의 본질은 같지만, 구체적인 니즈에서 차이가 있다. 낮에는 술보다는 배를 채우려는 목적, 저녁에는 배보다는 술을 채우려는 목적 등 같은 허기를 해결한다 할지라도 그 구체적인 제품에 대한 니즈에선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는 같은 고객군이라도 시간대별로 달라지는 니즈를 훌륭히 잡아낸 결과라 할 수 있다. 목표로 삼은 고객군이 낮과 밤에 뭘 원하는지, 그 내용을 가게 내에서 구현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나온 좋은 서비스 구성이라 생각한다.

그럼 이런 구성은 어떨까. 낮에는 케밥을 파는데 저녁에는 김치볶음밥이나 삼겹살에 소주를 판다. 이건 장사가 될까? 잘 안 된다. 왜냐하면 이 경우에는 같은 허기라도 구체적인 니즈에서 터키식 샌드위치와 정통 한식이라는 데에서 너무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낮에 밥을 먹고 저녁에 술을 마실 수는 있겠지만, 터키음식과 한국음식에 대한 고객집단은 시간이 간다고 같아지는 건 아니다. 또한 사용자 경험이 확연히 다르고 그 조리단계도 다르다보니 매장 입장에서도 같은 공간에 어쩌면 시설을 2배로 해야 할 수도 있어 운영효율도 크게 떨어질 것이다.

결국 서비스의 확장은 앞서 말한 고객 페르소나, 그의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연장했을 때만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서 그렸던 내 고객 페르소나를 떠올려보고 그가 과연 이걸 좋아해볼까 생각해보면 쉽게 확장할만한 서비스인지 아닌지 금방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고객에게는 좋은 서비스라 할지라도 그걸 구현하는 데 드는 비용이 그보다 훨씬 더 크다면 차라리 단일 종목 전문으로 장사하는 게 더 낫다. 서비스 확장이란 사용자 경험을 풍부하게 해주는 것도 있지만, 궁극적으론 내 가게 이윤도 늘려줘야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이 필요한 ‘가치’가 서비스를 확장시킨다



내게 옷을 팔지 마세요
매력적인 모습에 대한 기대를 파세요     

내게 장난감을 팔지 마세요
내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팔아주세요     

내게 물건을 팔려 하지 마세요
대신 당신의 꿈과 느낌과 자부심, 일상의 행복을 팔아주세요

- 마이클 르뵈프, <평생 고객을 만드는 법>



예전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했을 때 이 글을 한 대기업 MD에게 메일로 받았다. 당시로서는 솔직히 잘 이해가 안 갔다. ‘기대’, ‘즐거움’, ‘행복’이란 추상적인 것보다 직설적으로 옷, 장난감, 물건이란 사물의 효용을 들어 설명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장일단이 있다. 직관적으로 사물의 효용만 설명하면 그와 똑같은 기능을 갖춘 제품이 등장했을 때 가격이나 프로모션 전쟁 빼고는 달리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내가 하는 음식점과 똑같은 메뉴에 똑같은 수준의 맛을 갖춘 점포가 바로 앞에 생겼다면, 4P 요소 중 유통(위치), 제품 등의 요소가 같은데 가격과 프로모션 외에 흔들만한 요소는 없기 때문이다.

가치를 꿈꾸라는 건 사실 ‘업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다. 장난감이 아니라 그걸 갖고 노는 아이들의 즐거움, 물건이 아니라 그 물건이 가져다줄 니즈의 해결과 그로 인한 행복, 옷이 아니라 그 웃을 입고 예뻐질 나의 모습 등이 사실은 소비자의 궁극적인 니즈와 당신이 만들 가게가 제공해야 할 ‘가치’라는 것이다.

이런 일차원적 니즈 해결이 아니라, 궁극적인 가치에 대한 고민이 바로 앞서 말한 서비스나 제품의 확장, 나아가 비즈니스의 확장으로도 이어진다.

'The Best Place to Play'라고 강조하는 2020년 5월 20일 소니 웹사이트. 과거 소니는 전자제품, 영화, 게임기 등 즐거움을 주는 회사로 정의했다.


예전 소니는 스스로를 전자회사라 말하지 않았다. 즐거움을 제공하는 회사로 생각했다. 그 결과, 가전제품도 만들지만,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과 심지어 자사 비디오 플레이어를 위한 콘텐츠 확보 전략이었다고는 하지만 영화사까지 인수하고 나섰다. 가전, 게임기, 영화 모두 소비자에게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데에서 맥락을 같이 하는 서비스다. 그렇기에 소비자들이 소니 제품과 그 철학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자, 다시 문제는 업의 본질을 고민하던 때, 그 자리로 왔다. 당신 가게의 가치는 무엇인가. 이 가게를 해서 뭘 얻으려 하는가? 당신의 번영을 위해서 하는가? 당연하다. 내가 못 먹고 살면 이 사업을 할 이유가 없다.

그러려면 고객이 내 서비스를 사야 한다. 결국 소비자의 니즈 해결, 그 소비자를 가상 인격체인 ‘페르소나’로 그려보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계속 구축하고 업데이트하는 것, 그를 통해 궁극적으로 내가 소비자의 ‘무엇’을 해결하겠다는 비전을 갖는 것, 그게 바로 당신 가게는 물론 제품과 서비스 구성의 기초가 되는 기본 접근 방법이다.

쉽지 않다. 계속 공부하고 고민하고 또 가능하면 소비자에게 물어봐야 한다. ‘우리 가게 왜 오세요?’ 처음에는 묻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 친해진 고객에게 물어봐라. ‘어떤 점이 마음에 드시고 어떤 점이 안 좋으신가요’. VOC(Voice of Client, 고객의 소리)를 계속 듣고 또 스스로 물어보는 것만이 내 가게를 강자로 만드는 비결이다. 오직 고객만이 그 대답을 흔쾌히 해줄 것이다.

굿럭. 성공을 빈다.                          

처음에는 작은 항구에서 출발하지만 저 넓은 대양을 향해. 오늘도 고생많으셨다. 굿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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