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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의 본질, 뭘로 돈 벌까

Marketing Bites 1. 자영업자를 위한 마케팅 119 (05)

# 사례 - 내 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신라호텔 임원에게 물었다.
“호텔업의 본질은 뭔가요?”
“서비스업입니다.”
“다시 생각하세요.”
여러 달이 걸려 임원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마침내 그가 새로운 답을 들고 앞에 섰다.
“부동산업과 장치산업입니다.” 
회장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 사례는 우리가 하려는 장사가 실은 다른 데에서 돈을 벌 수도 있다는 ‘업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흔히 생각하는 아이템이 아니라, 정작 돈 버는 건 다른 걸 수도 있다는 것. 

업의 본질은 무엇으로 돈을 버는가, 그 핵심요소에 대한 질문이다. 그에 따라 사업의 추진방향도 결정된다. 고객이 중요시하는 게 그것이니, 그에 따라 사업을 강화하거나 더 확장해 나가는 게 맞기 때문이다. 빠른 시간 안에 대박나길 바라는 자영업자에겐 더더욱 필요한 얘기다. 

호텔이 부동산업, 장치산업인 이유는 목 좋은 데 위치해 좋은 시설을 해야 고객을 끌기 때문이다. 아울러 주변 상권을 발달시켜 호텔의 궁극적인 부동산 가치를 높인다. 서비스야 당연히 호텔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거지만, 가장 큰 빅 파이와 고객을 끌어들이는 요소는 부동산적 가치와 유사하다. 

우리는 어떤 장사를 해야 하는가. 우리 장사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번 회에서는 그에 대해 생각해보자.      



카페는 단기임대업, 임대료는 음료값      

깔끔한 잔에 담긴 음료수. 이 음료수값이 바로 당신이 운영하는 단기임대업, 카페의 임대료다. 




문제를 지난 호에서 K씨가 창업하려던 카페로 돌려보자. 카페의 업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풀옵션 갖춰진 단기임대업이다. 

카페야말로, 대표적인 서비스업이거나 확장해 봐도 요식업 정도로 볼 것이다. 그럼 내부 서비스의 질을 올리거나 음식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둘 것이다. 

호텔처럼 부동산업으로 볼 수도 있다. 똑같이 목 좋은 곳에 위치해 일정한 대가를 받고 공간을 빌려준다. 그럼에도 ‘임대업’이라 말한 건 카페는 호텔처럼 부동산 가치에서 궁극적인 수입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카페는 고객이 방문해 일정 금액만 주문하면 자기가 원하는 대로 편하게 내부 시설을 즐기다 갈 수 있다. 고객이 뭘 추가하거나 설치할 필요는 없다. 필요한 건 다 갖춰져 있고, 필요하면 사항에 따라 요구하면 된다. 하루 종일 있는 건 아니고, 3~4시간의 초단기간. 즉, 임대료 격에 해당하는 음료수 비용만 내면, 3~4시간 풀옵션 갖춰진 곳에서 하고 싶은 거 하다 가는 단기임대업과 유사하다. 

단기임대업이 속성이라면 그걸 어떻게 강화할지 생각해야 한다. 임대업의 관건은 세입자가 끊이지 않고 계속 들어오는 것. 카페 용어로 바꾸면 테이블 만석과 회전율이다. 

테이블을 채우려면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유리창을 설치하고, 그렇게 볼 때 안이 실제로 매력적으로 보여야 한다. 성냥팔이 소녀처럼 밖에서 호호 손을 불며 가다가 안에서 커피 김 모락모락 나면서 앉아있는 사람들 보면 들어가고 싶을 것이다. 더구나 안에 크리스마스트리도 있고, 매장 진열대에 케이크라도 있다면 들어가 잠깐 쉬고 싶은 생각은 더 진해진다. 고객을 유혹하는 것이다. 

‘풀옵션’이므로 이들이 안에 들어왔을 때 원하는 일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대부분 노트북이나 휴대폰을 갖고 다니니 넉넉히 충전할 수 있게 자리별 콘센트 배치, 음악은 신경 거슬리지 않게 대화하기 편할 정도로만 나직이, 향기는 커피향이나 허브 등 특별히 편하게 쉴 수 있는 은은한 향 등이 필요하다. 

단기임대업이므로 어떻게든 ‘임대료’는 받아야 한다. 카페로 치면 식음료가 여기 해당한다. 그런 면에서 1인 1음료 정책은 꼭 필요하다. 물론 단골고객인데 잠깐 들렀다 가는 경우는 그냥 서비스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또한 다음에 들러달라고 하기 위한 마케팅이다. 

문제는 습관적으로 여럿이 와서 1~2잔만 시키는 얌체 고객이다. 이들은 임대업 입장에선 월세 안 낸 세입자나 마찬가지다. 이미 상습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다면 그건 당신의 고객이 아니라 진상이다. 정중히 한 번 더 주문을 권해보고 아니면 더 이상 받지 마라. 당신의 서비스는 무료가 아니다.  



광고는 크리에이티브보다 ‘자산관리사’     


또 다른 사례, 광고회사. 직접 광고회사를 다니면서 중요하게 여겼던 건 당연히 ‘크리에이티브’였다. 뛰어난 생각, ‘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는 반응을 원했고 일부 프로젝트에선 실제 그런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드는 의문 하나. ‘별이 다섯 개’나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말한 간단한 광고가 성공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이다. 순박한 표정의 사장님 두 분이 나오는 두 광고는 말 그대로 대박을 쳤다. 15초의 미학이라 불리는 TV 광고에서 별다른 표현과 아이디어가 아니어도, 사람들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이다. 

그 이유는 이들 광고가 '광고'라는 업의 본질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바로 ‘매출 향상’. 표현이나 기법에서는 서툴지 모르지만, 꼭 필요한 내용을 직관적으로, 날것 그대로 표현해 소비자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이다. 


간단한 문구, '별이 다섯 개'로 돌침대 기준을 새로 만든 광고. 꼭 필요한 말을 직관적으로 표현해 소비자 반응을 일으켰다.



‘별이 다섯 개’는 돌침대의 기준을 별이 몇 개냐로 새롭게 나누었고,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구매층인 남자들이 원하는 걸 직설적으로 묘사했다. 원하는 걸 건드려진 소비자가 즉시 반응하는 건 당연지사. 생판 모르던 제품에서 이제 마음을 사로잡은 제품으로 바뀐 이들은 곧 소비자 주머니까지 공략하기 시작했다. 

흔히 광고는 창의력, 즉 크리에이티브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도 광고회사 다닌다면 참 아이디어가 뛰어난 사람이라 평가한다고 한다. 

일부분에선 맞는 말이다. 그러나 광고의 목적은 얼마나 뛰어나게 표현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광고주 매출이 오르는가다.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키워드나 검색광고, 블로그 마케팅, 전단지 등 광고하시는 분들 있을 거다. 

이분들이 원하는 건 딱 하나. 매출 향상이다. 없는 돈 털어서 광고하는데 그 광고가 너무 재미있기만을 바라는 사람은 없다. 물론 재미는 중요하다. 재미가 있어야 한번이라도 더 쳐다보고 그만큼 소비자의 마음에 남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게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다. 

실제 사례를 들어보자. 지난 2000년 진행한 ‘선영아 사랑해’ 캠페인. 이 캠페인은 동네방네 낯모를 ‘선영아 사랑해’ 종이를 붙였고, 이에 대해 사람들은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일종의 궁금증을 유발해 ‘누가 이런 걸까’ 궁금하게 만드는 티저 광고 기법인데, 문제는 그 광고가 대박을 친 거다. 그것도 딱 광고만. 


2000년, 마이클럽이 진행한 <선영아 사랑해> 광고 캠페인. 궁금증을 유발해 광고 자체의 흥행는 성공했으나, 서비스나 회사 관련도가 없어 실패한 캠페인으로 꼽힌다. 



광고는 성공했다. 실제 광고주인 ‘마이클럽’은 꽤나 쏠쏠한 방문 증가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광고는 실패한 광고가 됐다. 왜냐하면 선영이가 도대체 누구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아니면 마이클럽에 다니는 직원 이름인지, 서비스 명칭인지, 매출은 고사하고 회사와도 연관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의외로 이런 광고는 많다. 유투브에 보면 ‘브랜드 필름’ 중 상당수는 이렇다. 굉장히 감동적이고 심지어 재미있기까지 하지만, 광고하는 기업이나 제품과는 연관성이 없다. 광고회사가 아이디어에만 충실한 나머지 실제 광고주 매출은 신경 쓰지 않은 탓이다. 

브랜드 필름은 매출이 아니라, 이미지만 좋게 하면 된다고? 그 이미지는 제품과 회사의 이미지다. 그 연관성이 없다면 TV에서 흔히 보는 공익광고지, 광고주가 돈을 쥐어짠 상업광고는 아니다. 

이러니 광고는 괴롭다. 어려움을 넘어 담당자의 머리를 오로지 ‘광고주의 실적표’만 쳐다보게 하니 고난의 대장정이다. 그럼에도 광고회사의 본질은 광고주 ‘부자 만들기’. 그래야 대행료도 늘어난다. 

이런 면에서 광고는 일종의 자산관리사와 같다. 자산관리사 분들 보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주식, 부동산, 예금, 채권 등 온갖 도구를 동원해 자산을 불려주는 일을 한다. 광고 또한 마찬가지다. 다만 그 방법을 필름과 글로 바꿨을 뿐이다. 

자산관리사 하듯 광고회사 또한 고객을 관리해야 하며, 고객의 요청을 접수해야 하고, 그 요청을 획기적으로 수행할 만한 구체적인 방법과 검증된 수치가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해 세부적인 광고집행 결과를 총비용과 이에 따른 ‘임프레션’, 클릭당 비용 등 전통적인 방법으로 보여주는 것 외에, 광고주와 머리를 맞대고 실제 증가된 매출도 광고주가 허락한다면 함께 살펴보는 게 좋다. 매출이 광고만으로 오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합리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데 좋은 접근이 될 것이다.   



잘 파악한 업의 본질, 서비스와 브랜드도 향상 시킨다      


간단히 2가지 경우를 살펴보았다. 광고 얘기 나온 김에 자동차 회사도 생각해 보자. 자동차는 탄탄하고 오래 가야 좋긴 한데, 그보다 중요한 건 타는 이의 ‘사회적 지위’다. 

얼마 전 현대자동차에서 ‘그랜저 = 성공의 기준’이라는 메시지의 캠페인을 진행했다. 성공한 유투버, ‘아빠 회사 잘렸어’ 하고 걱정하는 아들 등 우려할 만한 상황이 나오고, 이를 그랜저 타는 걸로 말끔히 날려버리는 이야기가 나온다. 

긴 말 필요 없다. ‘쟤 힘든 거 아냐’, 하는 걱정을 ‘그랜저’라는 좋은 차를 타고 있으니 성공한 거다 하고 굵직하게 묘사해 낸 거다. 그럼 됐다. 앞으로 소비자는 ‘그랜저 = 성공’으로 생각하게 될 테니. 그렇게 포지셔닝하고 열망하도록 만드는 게 바로 광고의 목표였던 것이다. 차를 타는 고객의 심리, 사회적 지위를 제대로 노린 결과다. 

 

'그랜저 = 사회적 성공" 메시지를 담은 현대차 광고. '자동차=사회적 지위'라는 심리를 잘 이용했다.



미장원과 성형외과는 어떨까. 그 업의 본질은 ‘비교’라고 생각한다. 시술 전과 후를 비교하는 ‘Before – After’에 이어 적어도 친구보다는, 아니면 누구보다는 예뻐야 한다는 생각이 바로 미장원과 성형외과를 찾는 소비자의 기저심리다. 

이 비교를 자극하고 확 달라지게 하는 게 서비스인 시술의 중심이다. 남자들이 볼 때는 어떻게 해도 발견할 수 없는 미장원 머리 다듬기의 교묘한 테크닉 또한 빨리 익히고, 구체적으로 뭐가 달라졌는지 한마디라도 적절하게 할 수 있는 화술 또한 다듬어야 한다. 시술 전후 사진을 찍어 선물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그 또한 남자들에겐 ‘틀린 그림 찾기’ 수준이 되겠지만. 

자, 정리하자. 업의 본질은 내가 이 장사를 해서 무엇이 돈벌게 하는가에 관한 궁극적인 질문이다. 잘 파악한 업의 본질은 매출 뿐 아니라, 서비스 품질 향상으로도 이어져 다른 경쟁상대와 구분되는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낸다

다음 화에선 바로 이 브랜드 만들기인 ‘브랜딩’의 첫 작업을 시작해보겠다. 바로 ‘내 가게 이름 짓기’. 작명이 다음 순서다. 오늘도 변함없이 건투를 빈다. 



여기까지 읽느라 고생하신 여러분. 오늘도 수고 많았다. 활기 넘치는 레몬주스 한 잔, 사진으로나마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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