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에 과잠을 산 이유

내가 학벌에 자격지심이 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가 있다.


그럴 때 같이 공감하는 주변 사람들 중, 인서울 대학 출신인 몇몇을 보면 딱밤을 때려버릴... 까싶지만 한편으로는 그들도 학벌에 자격지심이 있다는 걸 보면서 자격지심이란 정말 주관적인 감정이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그 주관적인 감정을 이겨내기가 참 쉽지 않다.


본래라면 신입생 때 과잠을 사서 주구장창 입고 다녔겠지만 우리 학교 과잠은 '굳이?'였다. 과잠이 한 두 푼도 아니고, 입고 다닌다고 해도 학교 내에서나 입고 다니지 좋은 학교 옆에 섰을 때 과잠에 적힌 대학 이름으로 가오 상하기 싫었다.


내게 과잠은 = 자격지심과 동일했다.


그래서 사지 않았는데 1학년이 지나고 2학년이 지나고 하다 보니 '솔직히 대학생의 상징은 과잠이 아닌가' 싶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더 이상 대학생이 아니게 될 때, 왜 과잠을 사지 않았을까 후회가 될 것 같았다. 그 옷 한 벌이 자격지심을 부르기도 하지만, 그 옷 한 벌이 내 대학생활의 상징이기도 할 테니깐.


이런 생각으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내가 학벌에 자격지심을 극복하고 나면,

대학생활의 최선을 다해 학교 이름이 스스로 떳떳해질 때 과잠을 사자고.

그럼 나도 자신 있게 과잠을 입고 한강에 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장 스펙부터 열심히 쌓았다. 마케팅 공모전에 참가해 상도 받고, 대외활동을 신청하고 어느새 포트폴리오를 가득 채웠다. 그 과정에서 자격지심이란 단어는 옅어졌으며 온전히 내가 즐거워서 적극적인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자신감이 조금 쌓이자 대학교 3학년을 끝내고 인턴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무작정 1년 휴학을 하고 인턴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휴학한 새 학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그토록 가고 싶었던 대기업의 인턴을 붙게 되었다. 그제야 나는 과잠을 샀다.


내가 보내온 대학생활 3년이 떳떳해서,

학벌이 안 좋아서 못하는 거다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증명해 낸 기분이었다.

과잠을 볼 때마다 부정적인 감정보다 뿌듯함이 들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사실, 1년 휴학을 끝내고 4학년으로 복학했을 때도 과잠을 입지 못했다.

4학년 1학기는 어학연수로 4학년 2학기는 취업계로...


결국 과잠을 사놓고 한 번도 입지 못한 사람이 되었다.

그래도 아직 졸업을 안 했으니 졸업할 때 꼭 과잠을 입고 스냅사진을 찍으리라 다짐해 본다.


내가 아직도 졸업을 못한 이유는...

(다음 이야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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