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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춘책방 여행자 Aug 28. 2021

12살부터 빚 진 우리들 -2030 부채 증가에 관하여

심리학과생의 경제신문 스크랩 시리즈

신문을 보다 보면 익숙한 음성이 밀려들어 온다. "2030 너희는 꿈이 뭐니?" "그래서 어떻게 먹고살겠니?" 등등 나를 걱정해서 해주는 고마운 소리지만 반갑지만은 않은 소리. 잔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신문에서 들리는 잔소리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역시 많이 접하는 잔소리는 단연 "이 빚은 또 뭐야?"이지 않을까 싶다.


각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이하"주담대") 서비스를 일시 중지하거나 축소한다고 밝힌 이후, 2030 친구들은 부글부글하였다. 안 그래도 죽어라 일해서 힘들게 돈 모아놓고, 부족한 부분 대출로 받아서 조금씩 갚아나가겠다는데 이것마저도 못하게 하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러다가 요즘 젊은 친구들은 빚의 무서움을 모르는 것 같다. 빚은 무서운 것이다.라는 쓴소리를 들었다.


한 은행의 고위 임원은 “초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한 최근의 2030 세대는 ‘빚의 무서움’을 모르는 것 같다”라고 했다. -해당 기사 본문 중-


생각해보니 빚의 무서움을 모르는 세대가 맞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나 싶기도 하다. 2030 세대 외에도 요즘은 빚을 지기 너무 쉽다 보니 빚의 무서움을 모르는 세상이지 않은가 싶다.


12살 때부터 대출을 받아왔습니다만..


우리는 빚을 지는데 너무 익숙한 세상이지 않나 싶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핸드폰 가게만 해도 그렇다. 어릴 적에 핸드폰을 바꾸러 가면 " 공짜 폰이 나왔다." "보조금이 얼마큼 나온다" 등등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렇구나~ 하고 구매했다가 약정기간 이전에 핸드폰을 바꿀때 위약금을 많이 무는 상황을 보며 이해가 안되던 게 많았었다. 생각해보니 핸드폰을 구매하는 것도 소비행위인데 너무 대충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살 넘은 이후부터는 계약서를 작성하며 작은 숫자, 작은 문장 하나까지도 이해가 안 되면 무슨 뜻인지 설명해달라는 버릇이 생겼다.(귀찮아할 법한데도 한 번도 안 귀찮아하신 사장님께 감사한다.)


이것저것 다 물어보고 나서 내가 깨달은 점은 보조금, ㅇㅇ금 등등으로 나의 구매를 지원해주겠다는 돈도 미래에 지출될 비용이라는 점이다. 쉽게 말하면 핸드폰 구매를 위해 대출을 받는 셈이다. 내가 받은 위약금은 사용 월에 따라 균등하게 상환되는 방식이었다. 게다가 계약서에는 이런 내용들을 정말 상세하게도 적어져 있었다. 내가 받은 보조금을 원리금 균등상환방식으로 변제할 것인지, 원금균등상환방식으로 변제할 것인지까지 말이다.


이 사실들을 알고도 핸드폰 가게나 판매사에 속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나중에 금융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설명을 해줘야 할 때 핸드폰 가게부터 데리고 가면 좋겠다 생각도 들었다. 핸드폰이라는 매체로 인해 내가 지는 대출의 구조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쓸쓸한 점도 있었다. 나도 모르게 빚을 지는 것에 익숙해져가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핸드폰을 다들 언제부터 처음 사용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12살 때 처음 사용하였다. 스마트폰이 나왔을 무렵에는 보조금 받으면 그거 얼마 안 한다고 엄마한테 당당하게 말까지 했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면서 엄청 씩씩하게 잘 말했다. 물론 그 당시에 울 엄마도 그게 정확히 어떤 건지 아시지는 않으셨다. 그 누구도 물어보기 전까지는 친절하게 계약서에 한 줄 한 줄을 언급하며 설명해주지 않았으니깐 말이다.


우리는 잘 모르는 상태에서 12살부터 부채를 지기 시작한 아이들이다.


지금 사고, 나중에 갚으세요. (BNPL)


BNPL이라는 말이 핫하다. (Bye Now Pay Latter)의 약자로 지금 사고 천천히 갚으라는 뜻이다. 여기까지는 기존의 신용카드와 똑같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은 빚을 진 것에 대한 이자를 구매점이 함께 충당한다는 점이다.

현재 BNPL은 호주에서 핫하다. 특히 2030 세대에게 인기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혀를 차며 걱정을 하기도 한다. 이러다가 빚의 무서움을 망각하는 것이 아니냐, 결국에는 국가 경제에 위기를 몰고 올 것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영상출처-유튜브 "크랩-카드사태"


실제로 우리나라에 저러한 걱정이 현실로 닥친 적이 있었다. 바로 2003년 카드사태다. 당시 현금 없이도 물건을 구매 후에 사용할 수 있다는 편리함에 열광한 사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카드를 발급받아서 사용하는데 급급하였다. 하지만 사람들이 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국가 경제시장에서 유통되던 화폐보다 많아졌고, 결국 돈을 구하지 못해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하며 신용불량자가 되어버렸다.


신용불량자가 될 때까지 카드를 쓴 사람들이 멍청한 것이 아니냐며 혀를 차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람은 생각보다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기 쉽다. 무엇보다 사람이 소비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소비습관이 더욱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도 흥미로운 주제지만, 일단 다음을 위해 아껴두겠다.) 아무튼 저때는 저렇게 소비를 해도 이상할 게 없던 시대였다.


2003년이면 2030 세대 사람들이 유치원~중학교 정도다. 우리의 형 누나 엄마 아빠 이모 고모가 돈 없이 편리하게 무언가를 구매하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도 많이 보아왔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는 생각보다 빚을 많이 지며 살아왔다. 문제의식을 맞이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우리에게 부채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인 셈이다.  그런 우리에게 빚의 무서움을 모른다는 말은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은행 고위 관리분의 언급처럼 빚에 대해서 무덤덤 한 태도는 경제적으로 매우 안 좋은 시그널이다. 하지만 그것을 단순히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젊은이들은...'이라고 언급을 하기보다는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다. 지금 조성되어 있는 빚이 익숙한 문화를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지 이제는 다 같이 대화를 해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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