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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춘책방 여행자 Nov 09. 2021

저는 청소년지도자입니다.

심리학과생의 사람사는이야기

글에 들어가기에 앞서 간략한 용어 정리를 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청소년지도사 : 여성가족부에서 주관하는 '청소년지도사 시험'에 합격하여 청소년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한 자.

청소년지도자: 청소년지도사 및 자격증이 없음에도 청소년을 지도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봉사활동가, 예비 청소년지도사, 청소년과 함께 할 미래를 그려가는 사람을 말함.

캠프 : 청소년 지도 프로그램을 의미합니다. 당일 프로그램도 많지만, 제가 주로 활동을 했었던 곳은 숙박이 가능한 수련원이었던 만큼 캠프 형식의 청소년 지도 프로그램을 하였음.


눈이 휘몰아치던 겨울이었습니다. 갓 약관(20살의 이칭)이었던 저는 선배 청소년지도자와 함께 '입소 청소년 맞이 장소'에서 아이들이 타고 오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20~22살 가장 뜨거웠던 곳을 이야기해보라고 하면 천안에 있는 청소년수련원을 이야기할 것 같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국립기관 청소년지도사가 되어 청소년을 맞이하는 꿈을 꾸며 청소년지도사로써 한 발 한 발 내딛던 시간이었습니다.


국립 수련원에서 캠프 일정은 주로 2박 3일, 3박 4일이었습니다. 국립기관에서 캠프를 하면 좋은 점이 캠프 일정이 다양하고 만날 수 있는 청소년이 다양하다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당일치기 프로그램부터 6박 7일 캠프, 6개월에 걸쳐서 1달에 1번씩 동일 청소년 집단과 함께하는 캠프까지 다양합니다.

 만날 수 있는 청소년들도 다양한데, 학교 단체 청소년부터 시작해서 한부모 청소년, 위기 청소년, 다문화 청소년 등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간혹 자신들이 '특정'청소년 계층으로 불리어서 상처를 받는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청소년들에게 솔직하게 그런 분류가 별 의미가 없다는 점을 꼭 알려줍니다.

캠프를 기획하는 입장에서는 참가 대상의 특성에 따라서 진행이 가능한 세부 프로그램 목록과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달라지기 때문에 참가 청소년들을 분류하지만 아이들을 직접 만나는 현장에서 아이들을 분류하는 청소년 지도자분을 지금까지도 단 한분도 보지 못했습니다.

 '청소년 시기'가 개성 넘치는 시기인 만큼 청소년 한 명 한 명의 특별성을 특정 밴드로 묶어서 부른다는 것은 현실에서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와 제 동료들은 매 순간 '내 눈앞에 있는 청소년의 긍정적인 변화'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2박 3일 동안 진행되는 캠프여도 준비기간은 2~3달 정도 걸립니다. 프로그램 일정표 계획부터 시작을 해서 참가 청소년들 모집, 청소년지도자(봉사활동가) 모집, 안전관리, 프로그램 동선 등의 사항들을 고려합니다. 특히, 같은 시기에 2~3개의 참가 집단이 수련원에 들어와 있을 때는 서로 마주치지 않도록 식사시간 조율, 동선 조율 등을 합니다. 제가 참가했던 봉사활동가는 보통 캠프가 진행되기 1~2일 전에 먼저 입소하여 사전점검 및 안전교육을 받습니다.

 활동가들은 캠프가 진행되는 동안 크게 두 가지 포지션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첫 번째는 면대면 지도방식이고, 두 번째는 지정된 공간에서의 지도방식입니다. 면대면 방식은 지도자 1인당 5~10명의 인원을 맡아서 활동공간 이동시 인솔 (예시. 대강당-> 소강당) 오리엔티어링 프로그램(숲 속에서 지도와 나침반을 갖고 정해진 공간을 다녀오는 활동)등을 할 때 면대면 방식으로 지도합니다.

 공간을 지정받아서 안내하는 방식은 프로그램 대상자가 '가족캠프' 또는 '특정 단체'와 같이 지도자가 인솔이 딱히 필요 없고 길 안내자의 역할만 필요할 때 사용되는 방식입니다. 대부분의 캠프는 면대면 방식과 공간 지정방식을 혼용해서 진행됩니다.


 대부분의 수련원이 그렇듯 정말 정신없이 캠프들이 몰아칩니다. 보통 공공성을 띄는 캠프를 진행할 때는 1회 차로 끝나는 경우보다 연달아서 7회 차까지 진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프로그램은 똑같은데 대상자들이 다른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는 ㅇㅇ캠프 1차가 월요일 입소하여 수요일 오전에 퇴소를 하면 점심 먹기 전까지 사용한 숙소 점검 및 프로그램 장소 점검을 마친 후에 점심에 2차 참가자들이 입소하여 금요일 오전에 퇴소하는 식으로 운영하기도 합니다. 캠프를 하면 반복되는 프로그램에 지겨움을 느낄 법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캠프 참가자들이 달라지기 때문에 똑같은 세부 프로그램을 진행하여도 반응이 좋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주인공을 끝까지 모시는 게임 속의 npc처럼 식사 시간 직후, 하루 일정이 끝난 다음에 짧게는 10분 길게는 1시간 넘게 일일 평가를 하며 상황별 응대를 합니다.


 청소년 지도자로 근무를 하면 주의할 점이 있는데 청소년지도자와 참가 청소년이 사적으로 연락하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퇴소할 때가 되면 정든 지도자와(참가자를) 떠나기 아쉬워 눈물로 이별을 하는 청소년들을 달래 야하기도 합니다. (가끔 제가 달래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엄격하게 금지하는 이유는 캠프 이후에 불미스러운 사고를 미리 방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청소년들이 캠프를 통해서 얻은 변화와 삶의 의미를 좀 더 오래 간직하기 위해서입니다.

 7~8년 전에는 정말 안된다며 안 알려준다고 해도, 캠프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끈질기게 물어보는 청소년들에게는 이메일을 주는 것으로 해결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만, 요즘은 이메일 하나면 페이스북,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서 연락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또한 안 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알고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친구 추가를 해주는 친구들을 보면 저와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아버지께 감사하는 것 중 하나가 20살이 막 되었을 때부터 아버지와 술잔을 나누며 서로의 인생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다는 겁니다. (들어주실 때는 감사하지만, 말씀이 길어지시면 저도 모르게 앉아있기가 무겁더라고요 ^^) 어린 시절의 무서웠던 아버지의 모습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자리이기도 했지만, 돌이켜서 곱씹으면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자리였고, 저 또한 아버지께 저의 인생관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청소년지도자로 활동한 후 아버지와 술을 마시며 나눈 대화가 기억납니다. 돈을 한 푼도 못 벌고 추위에 벌벌 떨며 아이들과 밖에서 뛰는 일을 하고 온 아들이 걱정되셨는지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는 것이 어떻냐고 조용히 물어보셨습니다. 그때는 그 말을 건네시는 게 얼마나 어려운 말인지, 그러면서 어떤 걱정을 하여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를 알지 못했습니다. 괜히 아버지의 말이 서운하게 들리던 때였습니다. 시간이 흐른 지금, 제 자식이 똑같이 밖에서 땡전 한 푼 못 벌고 고생만 하고 돌아온 상황이라면 더 심하게 딸(아들)의 일자리를 그만두라고 할 것을 알기에 아버지의 말씀이 서운하기보다는 고맙게 생각되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그때와 똑같은 답변을 할 것입니다.


"학교 안에서 있었을 때는 사람은 누구나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직장을 갖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삶이 그렇게 단순한 과정이 아니란 걸 캠프 활동을 통해서 배웠습니다. 전 청소년들과 뛰어노는 청소년 지도자라는 직업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아버지는 학교 안에서 배우는 것이 있듯이 학교 밖에서 배우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주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 저의 발걸음을 응원해주셨습니다.


앞으로 6~7회에 걸쳐서 청소년 지도자로서 활동을 했을 때의 일을 글을 통해서 나눌 예정입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뜨거웠던 때이지만, 함부로 누군가를 재단하던 오만한 시기였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건 그때나 지금이나 청소년들과 같이할 미래를 상상하고, 준비하고, 움직이는 입장이라는 점은 똑같습니다. 지금은 비록 청소년 지도 현장이 아닌 다른 곳에 있지만, 저는 여전히 청소년 지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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