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에 당신이 준 달콤함이여

학교 앞에서 300원에 행복을 주던 당신에게

by 큰손잡이

여자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걷다가 정신을 차리니 어느덧 모교 옆이었다. 강산도 10년이면 변한다고 하지만, 10년 동안 변하지 않은 것들도 많다. 내가 뛰어놀던 정글짐이라던지, 철봉이라던지, 나무 그늘은 그대로다. 그렇게 변하지 않은 익숙한 것들을 시선으로 스치다 보니, 달콤했던 자리에서 시선은 멈추었다.


그 자리는 나무 그늘이 드는 자리로 학교 앞에서 늘 달고나를 파는 할머니의 자리였다. 할머니가 언제부터 장사를 하셨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는 그 자리에서 장사를 하셨다는 것이다. 추운 날이면 히터를 켜시며 장사를 하셨고, 더운 날이면 우산으로 그늘 만드셔서 장사를 하시던 분이셨다.

어린 시절 나는 할머님들에게 유독 인기가 있었다. 웃어른에게 웃으면서 공손하게 인사를 안 하면 엄마가 '밥'을 안 주셨기 때문에, 늘 웃어른들에게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는 하였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카페 아르바이트생은 물론, 자주 뵙는 버스기사님께도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는 한다.) 달고나를 파시는 할머니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서 다른 웃어른들께 인사를 하듯이 그냥 할머님께 인사를 한 게 전부였다. 그런 내가 이뻐 보였 던 지 할머니는 나를 보면 300원짜리 사탕을 공짜로 주셨다. 나에게 달콤함을 선물해 주셨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께 가장 큰 잘못을 한 적이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시절, 담임선생님이 가정통신문을 읽어주시면서 학교 근처에서 불량식품을 사 먹지 않고, 친구들이 먹으면 먹으면 안 된다고 타일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당당하게 달고나를 장사하시는 할머님 가게 앞에서 "불량식품은 몸에 안 좋은 거래 얘들아 먹지 마!!"라면서 훼방을 놓았다. 그리고 그게 뭐가 그리 자랑인지 엄마한테 가서 자랑까지 했다. (엄마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어땠을까.. 내 자식이지만 참.. 하고 생각하셨을까)


엄마는 나를 데리고 즉시 할머님께 찾아갔다. 할머님은 다행히 그 자리에서 장사를 계속하고 계셨다. 엄마는 나랑 같이 120도 허리 굽혀서 사과하셨다. 우리 아이가 큰 잘못을 했다고. 자식 정말 잘못 키웠다고 사과하셨다. 엄마가 허리 굽혀서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정말 큰 잘못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우리를 보면서 할머니는 "아이 키우다 보면 그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거죠 뭐~ 아이가 알고 그런 것도 아닌데.."라고 대답해주셨다.


그 날 이후로 나는 할머니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갔다. 집에 맛있는 과일 있으면 조금 싸가지고 가서 할머님께 나눠드리기도 했고, 추운 겨울이면 손난로를 드린 적도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다. 어느 날 그 자리를 가보니 할머니께서 장사를 안 하시는 걸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도 충분히 연로하신 분이셨다. 어디 편찮으셔서 병원에 입원하셨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할머님 소식을 접하게 되었는데 할머님께서 이제는 너무 연로하셔서 요양원에서 휴식을 취하신다는 소식이었다. 지금은 대학을 졸업해 사회인이 됐으니, 이제는 어디서 뭘 하고 계실지 정말 모르겠다.


그 날 이후로 말을 정말 아껴서 한다. 내 말 한마디가 무엇까지 고려해서 한 말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모가 되는 일에 어려움을 새삼 느끼기도 하였다. 내가 잘못을 하더라도 허리 굽히기 뻣뻣한 세상인데, 자식이 잘못했다고 바로 가서 허리 굽힌 어머님께 감사드리고, 진심을 다해서 사과를 하면, 진심으로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알려주신 할머님께 감사드린다.

상담*교육학을 전공하는 학생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아이를 '인재'로 키우는지를 관심 있게 공부하지만, 사실은 주변 환경과 나에 삶의 태도가 내 자식에게 오롯이 간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된다.


날이 점점 추워진다. 추워질수록 입안에서는 단것을 찾게 된다. 아마, 그날에 따뜻함이 그립다 보니 달콤함까지 찾는 것 같다. 어릴 적에는 입안에 달콤함을, 청년이 된 지금은 사람 관계에서 곱씹는 달콤함을 알려준 선생님을 생각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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