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땐 신발끈을 묶어라

웬디 스즈키 - 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

by 큰손잡이

월요일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참 신기한 게 월요일만 되면 무언가가 리셋이 된 느낌으로 시작을 하게 된다. 카페에 앉아서 혼자 이것저것 끼적거리다가 문득 지난 정신과 상담 시 선생님이 해주셨던 이야기를 되짚어본다.


마음이 복잡할 때는 격한 운동보다 가볍게 신발끈을 묶고 걸어보면 어때요?


사실 요즘 취미가 생겼다면, 1주일에 두 번씩 시간을 내어서 걸으려고 한다. 단순히 '걸으면 세상이 좋아져요.', '걷기는 정말 좋은 운동입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뇌과학적으로 걷기의 효능을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엔도카나비노이드를 아시나요?

엔도르핀은 정말 많이 들어봤을 텐데 엔도 카나비 노이드는 처음 들어봤을 것이다. 영어로 하면 엔도(endogenous) + 카나비노이드 (cannabinoid)인데, 우리 몸이 스스로 만드는 카나비스(대마)와 비슷한 작용을 하는 물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엔도르핀 때문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가 사실은 엔도카나비노이드 때문이라는 최근 연구 결과가 있다.

최근 걷기 운동을 하다 보니 기분 좋은 멍 때림을 경험할 때가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나랑 세상이 살짝 분리가 된 느낌이 들면서, 손가락 끝이 둔해지고, 앞니가 살짝 헐거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갑자기 몸이 가벼워지며, 아까까지는 피로했던 걷기 운동이 덜 피로해지고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찾아보니 이게 러너스 하이였다. 그리고 이 러너스하이가 체내에서 엔도카나비노이드라는 성분 때문이라는 현재 유력한 설명이다.


운동화 끈을 묶고 30~40분만 걸어도 러너스 하이 구간을 맛볼 수 있다. 이 구간에서는 기억력(BDNF 증가), 동기 상승 (도파민 증가), 기분 안정(세로토닌 증가)을 경험한다. 뇌 건강의 비타민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걷기 전에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머릿속으로 딱 한 가지만 되뇌고 걷는다.


걸으면 해결된다. 내 뇌가 알아서 답을 찾을 테니까!



당신의 뇌를 커스터마이징 해라!


이번 책을 읽으면서 제일 고개를 끄덕이게 된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당신의 뇌는 계속해서 변화한다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보자. 뇌에는 하전두회라는 구역이 있는데, 크게 언어처리와 인지통제를 담당한다. 그래서 우리가 본국어가 아닌 외국어를 사용할 때 해당 뇌 구역을 사용한다. 재밌는 건, 해당 구역을 많이 사용할수록 물리적으로 하전두회 사이즈가 커진다. 상황에 맞춰서 우리의 뇌는 커지고 작아지고를 한다. 이를 뇌 가소성이라고 부른다.


흔히 우리가 단단한 몸을 가지고 싶을 때, 헬스장에 가서 특정 부위에 자극이 가는 운동을 반복하고는 한다. 그럼 근육의 사이즈가 커지고 강해진다. 우리의 뇌도 똑같다. 혈류량이 증가되고 물리적으로 커진다. 그렇게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뇌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여러 환경에 우리의 뇌를 노출시키는 것도 좋다. 예를 들면, 난 요즘 1주일의 운동을 크로스핏 3일, 걷기 2시간 2일, 등산 1회, 휴식 1회 루틴을 사용하는데, 내 뇌가 운동에 적응해서 게으르게 되는 것이 싫고, 매번 운동 때 색다른 자극을 주고 싶다.


한 때는 나에게 우울증이라는 병이 크게 다가온 적이 있다.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우울증 약을 복용해야 한다며 복용지도를 듣던 날의 비참함을 아직도 기억한다. 하지만, 뇌과학을 공부하며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며, 좀 더 뇌에 재밌는 자극을 고민하다 보니 이렇게 공부하게 됐다.


하지만 아까부터 그렇듯 당신은 운동을 나가기 전에 '엔도카나비노이드가 어쩌고, 하전두회가 어쩌고' 이러지 않을 것을 안다. 그래서 권한다.


생각이 무거운가? 발걸음을 가볍게 하자. 빨리 운동화 끈부터 매라




사람이 무너지는 순간을 요즘 연구중이다.

사랑에 넘어지고, 삶에 넘어지고, 뭔가 내 삶에서 내가 주도권이 없다고 느껴진다면 나랑 같이 호흡해보면 어떨까?


참고로 내 인스타는 @big_handle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