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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춘책방 여행자 Mar 28. 2021

식탁 물가 올라가유.. 마음의 여유는줄어들어유ㅠㅠ

심리학과생의경제신문스크랩

정육점 매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손님들이 파채를 서비스로 달라고 한다. 그럼 손님들에게 파채 가격이 올라가서 못 드린다고 정중히 답변을 드린다. 그러면 '겨우 파 가지고 쩨쩨하다.'는 눈빛을 보내시는 손님도 있고, "비싼 거 이해해요~ 그냥 해본 말이니까 괜찮아요" 라면서 위로(?)를 해주시는 고객분들도 계신다.

그런데 잠깐.. 진짜 파 한 단 가격이 많이 올랐을까? 


진짜 많이 올라갔다. 목살 100g을 1,800원이라고 생각을 했을 때, 파채 100g은 1,000원의 원가가 들어가게 된다.  손님 입장에서는 파채를 받지 못해서 서운하지만 가게 입장에서는 수익과 비용, 매장 이미지에 끼치는 영향까지 복잡한 셈을 안 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이런 식자재 물가가 계속 올라갈 예정이다.



이번 주에 가장 핫했던 뉴스는 역시 수에즈 운하 선박 좌초 뉴스다. 아마 인터넷에서 한 번쯤은 보셨을 수도 있지만 '먼 나라 이집트에서 배가 들이박았다는게 왜 우리와 관련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상관있다. 이집트 운하에서 이번에 일어난 사고는 우리의 밥상 물가를 후욱 올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1. 안 그래도 요즘 물류 병목현상이 심했다.

브라질은 전 세계에서도 커피콩 맛집이다. 그러다 보니 초거대 커피 원두 수출국인데 코로나 19로 인해서 몰려있던 물류 물량을 해소를 하지 못하다 보니 현재 브라질 항만에는 커피 원두가 쌓여있는 상태다. 결국 커피 원두 값이 24% 오르고, 설탕은 4년세 최고 가격이다. 항구 정박 요금도 1.7배나 올랐으니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브라질 외에도 많은 국가의 물류들이 수출 날을 기다린 채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심각한 물류 병목현상은 식자재 및 원자재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에 따라 원재료들이 희귀해지면서 가격이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커피 원두가 올라갔을 때 우리나라에 미치는 경제적인 영향력도 심할 예정이다. 잠시 짬을 가져서, 우리나라 개인 카페 및 카페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보자. 그 많은 카페들이 자연스럽게 커피값을 올리게 되면 사람들은 이제 커피도 안 먹게 될 것이다. (사실 지금도 비싸다. 커피 원두 쪼금에 딸기 시럽, 딸기 요거트 넣은 음료가 밥 한 끼와 맞먹는다.) 그러면 지금보다 더욱 많은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을 것이다. 그렇게 문을 닫는 가게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경제는 더욱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식자재 원재료 가격이 상승을 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도 그에 맞춰서 식자재 판매 가격을 올리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비단 이 문제는 커피 원두나 설탕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두부 값, 야채, 대파, 돼지고기 등 일제히 상승을 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추세가 얼마나 갈지 잘 모르겠다.



중국에서는 돼지고기 ETF(상장지수펀드) {주식처럼 상장되어 있는 펀드. 사고팔 수 있다.}까지 등장했다. '금도 ETF가 있고, 구리도 ETF가 있는데 돼지고기 ETF가 왜 대단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정육점에서 짧게 일을 하면서 배웠던, 정육점 운영에 있어서 어려움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들쭉날쭉하는 고기 가격이다. 시간에 따라 다르고, 상태에 따라 다르다. 살아있는 식자재다 보니 평균 차가 심해서 육류 선물 가격으로 금융상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돼지고기 ETF가 나왔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할 것(떨어지더라도 사람들의 자금이 많이 몰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게 된다. 결국 전체적으로 우리의 밥상 물가는 올라갈 예정이다.



2. 수에즈 운하 사고 덕분에 운항 비용이 올라간다고?

수에즈 운하를 통해서 운반되는 석유는 세계에 유통되는 석유에 10%를 차지한다. 이번 사고로 인해서 눈에 띄는 변화는 동네 주유소들의 가격판이 올라갔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가 일어나고 4일이 되지 않아 휘발유 및 경유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보며 그 어느 때보다 영향을 빠르고 강하게 받았다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수에즈 운하는 전체 물량에 50%가 컨테이너선이다. 물류들은 더욱 느리게 보급될 것이고 식탁물가는 계속해서 올라갈 것으로 예상이 된다.



 식탁물가가 올라간 만큼 사람들은 어떤 심리적인 변화가 일어날까?

 친구들과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요즘은 마트에 와도 옛날에 그 시장 느낌을 받지 못하지 않냐? 옛날에는 덤이 있었잖아"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확실히 그렇다. 시장에서는 덤은 있지만 정해져 있는 할인율이 있지는 않다. 반면 대형마트나 유통에서는 1+1, 10% 행사와 같이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어쨌든 고객에게 더 좋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지만 대형마트에서 받는 할인은 시장에서 받는 덤처럼 친근함이나, 심적 여유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동네 가게에서 장사를 하게 되면 단골 고객분들과 친해지면서 서비스로 덤을 드리게 된다. 


우리 가게에서 드리는 '덤'이 '덤'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아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우리 매장에 자주 오시는 고객분 중에서 꼭 두분이서 같이 오시는 분이 있으시다. 두 분 다 식당일을 하시는 듯 고기에 대해서도 잘 아시고 어디 식당이 어떻더라 어떻더라 하고 이야기를 하시고는 한다. 그러던 어느 날은 한 분만 찾아오셔서 고기를 구매하셨다. 그리고는 "총각~ 덤 좀 줘~"라고 말씀을 하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 없이 "가격이 올라서 드리기 어렵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때 손님분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 아쉬움과 서운함이 동시에 묻어 나오지만 애써 미소를 지으시면서 "괜찮아~ 요즘 다들 힘들지 뭐~" 하시는데, 정말 죄송했다. 그분에게 그날 하루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분은 나에게서 덤을 받고 싶은 것이 아닌 마음의 여유를 받고 싶으셨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글 서문에서도 밝혔지만, 판매자와 구매자의 입장은 정 반대이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개인의 사람으로 생각했을 때 우리는 어쩌면 나에게 여유를 선물해 줄 수 있는 한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물가가 오르고, 살기가 어려워질수록 사람들은 더욱 각박한 관계로 인해서 피곤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럴 때 '사람 냄새'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으로 인해서 주변이 행복해지고 밝아지면서 세상이 좋아지는 스타트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전에는 너무 당연했지만 이제는 가지고 있으면 특이해지는 '사람 냄새' 나는 사람을 나도 모르게 찾고 있는 것 같다.


화향백리, 주향천리, 인향만리 

(꽃 향기는 백리, 술 향기는 천리,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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