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 대기업 퇴사후 박사과정을 시작하다
사실 내 마음은 거의 결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런 전과정을 항상 아내와 공유하는 편이기에 아내를 설득할 필요도 많지 않았다.
나와 아내의 결심이 필요할 뿐.
이것 저것 회사에서 주는 복지와 성과급을 포함한 금액이지만 내가 포기해야 하는 연 소득은 퇴직 직전 약 1억원에 달했다. 박사과정 중 연구비를 지급 받지만 많지 않고 코스웍 기간 2년 동안은 학비도 내야 하므로 학교 다니면서 식비와 차비를 충당하는 수준이다. 아내가 프리랜서 일로 벌어들이고 있는 월 소득 150만원 정도로 살아야 해서 모자른 금액은 퇴직금으로 버텨가며 생활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써놓고 나니 더 크게 와닿는다. 사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말이 안되는 선택이긴 하다. 하지만 내 느낌을 믿기로 했다.
1. 일론머스크와 젠슨 황이 젊은 시절로 돌아가면 공부하고 싶은 분야인 생명공학 분야의 시대가 이제 시작임을 믿고,
2. 특히 그 중 CRISPR 기술은 활짝 필 꽃이라고 예상된다.
3. 더 늦으면 더 시작하기 어려울 것이고,
4. 마지막으로 내가 열심히 하면 할수록 내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이기 때문이다.
다시 생각해보라고 교수님께서 주신 두 달간의 시간 동안 이러한 생각들을 내면화 하면서 천천히 퇴사 준비를 했고, 지금은 학교 연구실로 출근 중이다. 기존 내 전공이었던 기계공학에서 새로운 분야인 생명공학 분야로 오며 하루하루 기초 실험들을 배우고 논문들을 읽고 연구실원들에게 물어가며 적응 중이다.
앞으로도 좌충우돌할 내 인생, 그리고 내 아내, 그리고 내 아이 희재 모두에게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