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는 어디에서 오는가
6월 6일
하버드 대학은 보스턴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이자 관광지입니다. 형수님이 일하는 곳과 멀지 않아 출근하는 길에 내려주어 동생과 함께 하버드를 구경하기로 했어요. 형님네 집에서 시차적응을 하며 좀 쉬고 코스트코 같은 가게들을 다닌 것을 빼면 보스턴에서는 첫 일정이었습니다.
캠퍼스에 있는 존 하버드 동상 발 끝을 만지면 3대 안에 하버드를 간다고 하여 들어갈 때 한 번, 나올 때 한 번. 총 두 번을 만져주었습니다. 미래의 손자, 손녀들아 할아버지께 감사하거라.
제가 두 번이나 발을 만진 존 하버드는 목사님입니다. 그는 1960년대 개신교의 신앙과 교육을 통해 학생들을 양성하기 위해 자신의 재산 절반과 책들을 기부해 하버드 대학을 세웠지요. 그때까지만 해도 하버드는 이름도 없고 교사도, 학생도 얼마 없는 ‘유명무실’한 학교였어요. 나중에야 학교 설립에 많은 도움을 준 그의 이름을 따 하버드대학이 되었고요.
하지만 그곳에서 배우고 자란 이들은 미국 독립의 중심지인 보스턴에서 독립을 이끄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이후에는 종합대학으로 학교의 성격이 바뀌며 세계에서 1등을 내로라하는 천재들이 모이는 학교가 되었지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가치를 위해 살아야 하는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재산을 내어주고 교육한다는 것은 사랑과 나눔을 삶의 중요한 가치로 두었다는 것이겠지요. 그의 가치는 이 시대 최고의 대학이 아닌 사랑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하버드가 발전하는데 크게 기여했죠.
이 캠퍼스는 왜 가치가 있을까요. 하버드를 돌아보며 캠퍼스가 크고 좋다 생각이 들긴 했지만, 캠퍼스 자체에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진 않았습니다. 막상 한 번 보니 그냥 대학 캠퍼스였어요. 좀 멋진 캠퍼스.
하버드의 가치는 그저 멋있는 건축물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하버드를 세운 설립자의 사랑의 가치와, 전 세계에서 모인 하버드 학생들과 그 선배들이 미국을 위해 이룬 것들이 가치 있기 때문에 오늘날도 많은 사람들이 하버드를 찾는 게 아닐까요.
존 하버드는 하버드대학이 이렇게 좋은 대학이 되어 자신의 동상이 세워지고 그 발이 반짝거릴 정도로 사람들이 문지를 줄 몰랐을 겁니다. 가치 있는 사람이 되면 날 굳이 포장하지 않아도 내가 있는 그 자리와 내가 하는 일들이 가치 있어지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 캠퍼스 투어였습니다.
여러분은 충분히 가치있는 삶을 살고 계신가요. 죽어서 졸업한 학교에 동상을 남길 건 아니지만 저마다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여러분이 되길 바랍니다. 아마 그 쯤이면 제 손자는 하버드에서 공부를 하고 있으려나요.
저희가 갔을 땐 학기가 끝난 시기라 학생들은 없고 관광객들이 캠퍼스를 메우고 있었습니다. 하버드 입시경쟁률이 높은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그만들 만져주세요. 제 손자 가야 한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