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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Nov 27. 2024

한식은 안 먹기로 했다.

김치 땡기는 미국식단

 첫 글에도 썼다시피 저는 여행을 일상처럼 해보고 싶었습니다. 미국인들의 일상적인 삶을 경험해보고 싶었고, 평상시에 무엇을 먹고 즐기는지도 알고 싶었어요. 미국에 있는 두 달 반은 한식은 먹지 않겠노라고 굳게 다짐했습니다. 어차피 한국으로 돌아가면 한식은 계속 먹게 될 터인데, 여행하는 동안 여기 사는 사람들처럼 먹어보겠다고요. 그 문화를 이해하는데 가장 좋은 건 음식만 한 게 없는 것 같아요.


 미국은 역사가 그렇게 긴 나라가 아닌 데다가, 여러 문화가 섞여있는 나라여서 음식의 바운더리가 얕고 넓었습니다. 미국의 전통음식 이런 게 없었어요. 일단 주식은 빵이나 파스타였습니다. 조금 특별하게 먹으면 소울푸드인 치킨, 피자, 햄버거를 기본으로 해서 고기를 주로 먹더라고요.


 보스턴에 와서 형님네 집에서 지내며 가장 먼저 가 본 곳은 코스트코였습니다. 촌놈인 저는 미국에서 코스트코를 처음 가봤습니다. 크더라고요. 매장 크기도, 제품 크키도, 진열대도요. 입구에는 핫도그와 피자를 굉장히 싸게 파는데 이 피자도 너무 컸습니다. 미국의 빅사이즈 인심에 감동하며 저희는 피자와 핫도그를 시켜 먹고 장을 보러 들어갔습니다.


 여담이지만 코스트코에서 파는 통닭구이, 피자, 핫도그는 정말 싸고 큽니다. 이게 팔아도 안 남는데 미끼 상품으로 만든 거라고 하더라고요. 한국 코스트코도 그렇다던데, 다들 코스트코 갈 땐 밥 먹지 말고 가셔요들.


피자 1조각 1.99달러 / 핫도그 1개 1.5달러

 

 집에 있을 때 어머니는 아침에 빵을 주시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걸로는 부족하다고요. 한국인에게 빵이나 시리얼은 밥 먹고 먹는 디저트 아닙니까.

 쌀의 민족인 저희는 먹어도 먹어도 금방 배고픈 게 빵이라지만 다들 장바구니에 베이글이나 빵을 담는 걸 보고 빵을 담았습니다. 샌드위치를 하기 위한 재료들과 과일도 담았는데, 한국보다 물가가 싸게 느껴질 정도로 과일이나 고기 등 식료품의 가격이 굉장히 저렴했습니다. 특히나 고기는 우리나라처럼 잘 손질되어 있지 않아 손질을 다시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그 당시 대충 어림잡아도 삽겹살이 한 근에 만원도 안 했어요. 미국에 있는 동안 과일과 고기는 냉장고에 항상 부족하지 않게 차 있었습니다. 좋은 삶이었어요.


제법 로컬다운 장보기


 대충 장을 보고는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은 주로 각자, 저녁은 함께 먹는데 오늘 저녁메뉴는 김치찌개였습니다. 다른 음식도 추가적으로 해서 먹을 수 있었지만 점심에 먹은 빅인심 피자는 아직도 더부룩했습니다.


 전 여행을 오기 전까지 먹는다는 건 삶에 작은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먹는 건 삶과 너무 닮아있어서 그게 큰지 작은 지조차 몰랐다고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그래서 식성이나 식단도 쉽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치 대신 피클 먹으면 되지.


 

 6월 5일. 미국에 온 지 3일만 이었습니다.

 작심삼일을 몸소 실천하며 저녁으로 김치찌개와 쌀밥을 야무지게 먹었습니다. 한식은 안 먹겠다는 다짐을 했지만 김치찌개 냄새를 어떻게 참나요? 피클은 피클이고 김치는 김치였습니다. 다짐을 수정했습니다. 집에서 먹는 한식은 먹되, 나가서는 안 사 먹으리라. 그 다짐은 지켜졌을까요.


 미국에 계신 형님이 꼭 가져오라고 하신 건 한국 짜파게티였습니다. 여기선 미국인들 입맛에 맞춰서 팔기 때문에 그 맛이 안 난다고요. 말린 소고기는 걸릴 수도 있다고 했지만 걸리지 않고 무사히 전달했습니다. ”이 맛이지 “ 하고 드시던 게 아직 생생 합니다.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누군가에게 가장 맛있는 음식, 가장 잘 맞는 음식은 오늘 하루 당연한 듯 먹었던 그 음식일 가능성이 큽니다. 집 앞에서 구할 수 있는 짜파게티조차 누군가에게는 밀수입해야 하는 귀한 음식일 수 있어요.


 매일 아침 어머니가 해주시는 아침밥, 아침에 마시는 커피, 오늘 하루 잘 수 있는 보금자리까지. 우리 곁에 항상 있어 익숙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여행을 하다 보니 이 작은 것들이 결코 작은 게 아니란 것. 나를 구성하고 있는 이 작은 조각들은 바꿔 끼울 수 없이 우리 삶에 굉장히 소중하고 필요했던 것이라고 느낍니다.


아, 오늘 야식은 짜파게티로 정했습니다.

이상 짜파게티 야식을 위한 빌드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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