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글쓰기에 물이 오른 나와 아내는 우스갯소리로 "우리의 열의를 감당하기엔 테이블이 좀 좁다"는 말을 했었다. 둘의 노트북과 받침대, 키보드만 해도 만만찮은데 책 가지와 연습장, 참고자료까지 더하면 테이블 상판 가득이다. 테이블 하나 더 사야 하나 싶다가도 "그냥 아쉬운 대로 쓰자"로 마무리하곤 했다.
그러던 지난 주말의 일이다. 아내와 동네 한 바퀴 산책하고 집으로 돌아갈 무렵, 우리 눈에 딱 들어온 게 있었다. '필요한 분 가져가세요'라는 종이가 붙어 있는 테이블. 한때 우리가 단골로 이용했던 카페가 가게를 정리하면서 내놓은 물건이었다. 자주 앉던 그 자리, 바로 그 테이블!
"와, 이거 내놨나봐"
"우리가 쓸까. 어서 들고 가자"
거기까진 좋았다.
'영차'... '끙'... '엥'
원래 이렇게 무거웠던 건가. 테이블 상판 나무도 그렇지만 그걸 받치는 철제 무게가 상당했던 것이다. 20미터쯤 가면 우리 둘이 딱 퍼질 만했다. 이렇게 괜찮은 물건을 아무도 안 가져간 이유가 여기 있구나 싶었다.
머리를 굴렸다. 집까지 대략 800미터. 문제는 거리만이 아니다. 집까지 가는 이동 경로에 오르막도 있다. 의욕만 앞서서 들고가다가 중도 하차한다면? 들고 가던 테이블을 어디 버릴 수도 없다. 그렇다고 놓고 간다? 너무 아까웠다. 집에 놓았을 때의 그 모습이 아른거렸다. 1인 1 테이블의 로망. 집으로 달려가서 차를 끌고 올까 싶었지만, 아무리 봐도 트렁크에는 안 들어갈 크기. 드라이버를 가져와서 상판과 받침대를 분리해 볼까. 접착제로 붙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동네 어딘가에서 리어카를 빌려봐? 어디서 찾나. 게다가 리어카엔 웬만큼 잘 고정하지 않으면 망가질 거 같은 위기감.
"용달?"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터져 나온 말이다. 폭풍 검색 후 바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라 용달비용 3만원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옳거니. 그 정도는 지급할 수 있다. 물론 추가 요금이라는 게 있을 뻔했다. 하지만 우리가 또 누군가. 일단 차에 싣고 내리는 건 아내와 내가 하면 되니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됐다. 또 용달차를 같이 타고 이동하면 1인당 5000원씩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용감한 내 아내는 "가까우니까 테이블 싣고 나서 저희는 뛰어갈게요" 했다. 그러자, 용달 아저씨는 "가까우니 그냥 태워줄게요" 했다. 결국 기본요금 3만원에 모든 걸 해결했다!
현관문에 입장하는 아내와 나는 비록 낑낑댔지만, 개선장군이 따로 없었다. '우리가 해냈어. 포기하지 않고 끌고 왔어. 그것도 3만원 기본 운반료만 내고 말이지. 누가 가져가기 전에 우리가 낚아챘어'
크기도 어쩜 그렇게 원래 집에 있던 테이블과 사이좋게 비슷하던지. 1인 1테이블하기에 딱 좋았다. 새 테이블은 첫 출간을 준비하는 아내에게 양보했다. 이미 두 권의 책을 낸 내가 좀 여유가 있으니 기존 녀석을 쓰기로 했다.(물론 이 양보의 이유는 나만의 생각)
그렇게 우린 넉넉한 테이블을 하나씩 꿰차고 앉아 글을 쓰게 됐다. 마치 어린아이가 처음 자기 방을 가졌을 때와 같은 약간의 설렘도 느껴졌다. 이전엔 매번 노트북을 세팅하면서 테이블 위 안 쓰는 물건을 다른 책장으로 치워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된다.
익숙한 자리에 늘 쓰는 독서대와 노트북이 놓여 있다. 자리에 앉자마자 글을 써내려갈 수 있다. 책을 볼 때도 테이블의 넉넉한 여백이 있어서인지 눈에 더 잘 들어온다. 글 쓰다 무료해지면 각자의 자리에 앉은 서로를 바라보며 '얼굴 마주 보며 생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