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키우는 VAR 판정'
'VAR에 발목 잡힌 선수'
'VAR에 울다가 웃다가'
축구 경기에서 VAR(Video Assistant Referees·비디오 판독 시스템) 도입으로 각종 기사를 이 단어가 장식하곤 한다. 그런데 기사에서 VAR 뒤에 붙는 조사를 유심히 살펴보면 일부는 다르게 표시하는 걸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다.
1. "주심이 VAR을 확인하고 오프사이드를 선언했기 때문에"
2. "주심이 VAR를 확인하고 오프사이드를 선언했기 때문에"
둘은 '을' '를'의 차이지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실리냐, 명분이냐의 긴장감을 불러 일으킬 정도의 차이라고 감히 이야기해도 되지 않을까.
우선 대세는 1번이다. 많이 사용한다는 뜻이다. 축구 경기를 보면 중계진들이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등장할 때 "네, 지금 브이에이알을 판독하고 있는데요" "브이에이알 결과에 따라서" 등의 표현을 쓴다. 이 장면에서 "네, 지금 브이에이아르를 판독하고 있는데요" "브이에이아르 결과에 따라서"라고 하는 중계진을 적어도 나는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걸 글로 표기할 때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R을 '알'이라고 사전에서 아무리 검색해도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R의 한글식 표기는 '아르'이기 때문이다. '아르'라고 검색하면 비로소 뜻풀이로 '『언어』 영어 알파벳의 열여덟 번째 자모 이름'이라고 나온다. 그렇다. R의 한글식 표기는 '아르'다.
그렇다면 VAR의 발음을 한글식으로 표기하면 '브이에이아르'가 맞는다고 할 것이다. 엄격히 따지면 2번처럼 'VAR을'이라고 쓰면 안 되고, 'VAR를'이라고 쓰는 게 옳다고도 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현실과 원칙 사이의 괴리가 발생한다. 100명에게 물어봤을 때 이 기사를 읽으면서 'VAR를'이라고 읽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다수는 아마도 'VAR을'이라고 읽을 것이다. 'VAR를'이라고 쓰면 '조사를 잘못 단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언어의 원칙을 따를 것인가, 대세를 따를 것인가. 이 문제는 간단찮다. 마치 자장면만 표준어냐 짜장면도 맞느냐의 논쟁과 같다. 자장면만 표준어로 인정되다가, 결국 2011년 8월 국립국어원이 두 단어 모두 표준어로 인정하게 된다. 언어는 이처럼 움직인다.
'맞다'가 아니라 '맞는다'가 맞는 표현이라는 논쟁도 이처럼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맞는다'가 물론 맞는 표현이지만, 어떤 맞는 현상을 대할 때 '아. 맞다'라고 다들 생각하지, '아. 맞는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반론도 만만찮다.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 논리 역시 맞는다. 대세에 따라 하나 둘 원칙을 어기게 되면 언어 혼란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라는 것이다.
쉽지 않은 문제다. 무엇을 택하시겠습니까.
'맞다'가 왜 안 맞는지의 원리는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글지기가 정리한 아래의 기사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