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3 커피가 안기는 호사

브라질 비날 화이트 그레이프

by 만델링

지금 뭘 마시는 중인지 알려드립니다. 내 젊은 날 내가 바친 열정 돌아보게 하는 커피입니다. 온화함과 냉정함 사이를 오가는 감정의 노력을 각나게 합니다. 마음을 울리고 감동을 주는 커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용감하고 솔직하며 현실적인 사람을 닮았습니다. 밝은 모습이며 짜증 내는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참 좋은 사람이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부담감 무서움 걱정은 내려두고 긴장을 풀게 하는 커피입니다. 담요 같이 포근한 낌이 드는 커피입니다. 자신의 장점을 즐기지 못하는 예민한 사람에게 권하는 커피입니다. 어떤 커피일까요? 우리 같이 마요.


차이코프스키 비창 4악장 흐르는 카페에 앉았습니다. 다른 이의 일상을 엿들을 수 있습니다. 웃는 얼굴로 슬픈 이야기를 합니다. 평온한 얼굴인데 목소리는 낮고 울음이 묻었습니다. 말하는 이와 듣는 이는 친구인 듯 보입니다. 마음이 시끄러운 사람들입니다. 술렁이는 목소리와 음악에 섞여 들렸다 말았다 하는 이야기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상처 받았거나 배신감을 느끼는 상태입니다. 인생의 중간 지점까지 와 있음을 깨닫고 자신의 시선으로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그들의 말이 제대로 들리는 건 아닙니다. 표정과 손짓을 보고 읽습니다. 찻잔을 내려놓는 태도를 보고 약간의 울분이 담겼으리라 추측합니다. 그저 내 감상일 뿐입니다. 나이 들면서 정신은 완숙해지고 마음은 시들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절정을 지났지만 품위를 유지하고 아름다움을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지금 이대로의 삶에 감사한다는 말도 잊지 않습니다. 아, 너무 많은 얘기를 엿듣고 말았습니다.


오늘의 커피는 와인에 가깝습니다. 헤이즐넛 향이 납니다. 청포도의 달고 새콤한 맛이 느껴집니다. 가볍고 맑은 커피랍니다. 함께 맛보고 즐기기에 좋은 커피입니다. 친구도 좋고 연인도 가족도 좋습니다. 함께 한다는 그것 자체가 좋습니다. 공정한 자세와 따뜻한 배려를 지닌 태도로 나날이 성장하는 사람들을 위해 건배하는 커피입니다. 어느 장소에서나 어울릴 줄 아는 감상적인 사람을 닮은 커피, 혼자서도 잘 걸어가는 단단한 사람을 닮은 커피입니다.

오늘, 같이 마실까요? 각양각색의 커피와 근사한 커피 잔이 도란도란 노는 곳, 삽상한 바람과 부드러운 음악이 흐르는 장소에서 우연처럼 만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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