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에 막 담은 홍차처럼 따뜻하고 연갈색으로 반짝거리는 커피다. 말끝에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은 감성 커피다. 지역이나 품종, 산미로 구분하면 아시아계 커피가 좋고 바디나 후미를 따지면 중남미 커피가 좋다. 커피도 그레이드 빈티지가 있다면 아마 C0E 커피가 아닐까 싶다. 위대한 태양빛으로 단단히 잘 여문 생두라면 성숙한 원두가 되어 짠~ 하고 근사한 커피로 변신할 테니까. 커피는 마시려고 있는 것이니 꽁꽁 숨겨둔 원두를 갈아야겠다. 보관 상태가 좋아 향기가 날아가지 않고 갇혀 있다. 날씨를 감안하면 물 온도는 92°C. 찬바람과 건조한 공기를 고려하면 딱 적당한 온도다. 특별히 삼다도의 해안 심층수를 이용해 내려본다. 주렁주렁 도르륵 열린 오미자가 그려진다. 붉은빛이 투명하다. 과일 향이 그득해진다. 뽐내는 향기에 취한다. 고요함 속에 숨은 향기가 파워풀하게 퍼진다. 후루룩 마셔버려야겠다.
오늘의 커피는 과테말라 COE#4 아구아카토네즈 W. 샘솟는 생명력으로 가벼운 기포가 보글거리는 느낌이 드는 커피다.꽃밭에 앉아 속닥거리는 연인, 녹아내리는 마음 같은 부드러움이 있다. 서로에게 끌린 남녀의 작고 많은 즐거움이 느껴지는 커피다. 상을 받는다는 건 특별함이 있다는 뜻이다. 과테말라 커피에서 느낄 수 없는 향과 맛을 지녔기에 상위에 뽑혔을 것이다. 수상 소감을 듣는다면 녀석은 뭐라고 읊을지 궁금하다. 오늘의 커피는 그레이트 빈티지 원두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것이다.스파클링 와인 같다. 산뜻하면서도 정돈된 맛이 좋다. 단순하게 다듬어진 맛 속에 깊은 향이 들었다.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카페인이 빠졌을 것 같은 가벼움이다. 가벼움에도 불구하고 싫증 나지 않는다. 자신의 성격을 온전히 드러낸다. 가벼우면서 깊은 맛을 낸다는 건 특별함이다. 변변찮은 미각으로 표현하면 화산토의 복잡함보다 달콤하게 매력적으로 본모습을 보이는 커피다. 만다린, 재스민, 청귤의 상큼한 향이 잘 느껴지는 커피다.
오늘의 커피는 매일매일이 지루하고 따분한 사람에게 주고 싶다. 삶의 다양함에 대해 조근조근 말하고 싶다.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고 따르기를 바라는 아버지랑 마셔야겠다. 새로운 세상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자꾸만 과거를 내세우는 분이다. 같이 마시는 커피가 답답한 삶에 약간의 숨통을 틔울 것이다. 투명하면서도 진한 쓴맛이 아버지의 고집을 느슨하게 해 주리라 믿는다. 표현하는데 서툴고 억지스럽고 고집스러운 아버지에게 남은 시간은 조금은 가볍고 즐겁게 사시라고 전하는 커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