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게으르게 온전히 쉴 수 있는 나이는 몇 살일까? 따뜻한 곳에서 무거운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사는 꿈을 꾼다. 만날 사람은 드물고, 해야 할 일은 그리 많지 않고, 읽을거리는 넘치고, 글을 써서 최소한의 생활비를 벌고, 어슬렁어슬렁 산책을 하며 건강 유지를 하는 생활인이면 좋겠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숲이 가까이 있으면 좋겠다. 부드럽고 촉촉한 공기가 드나들며 콧속을 시원하게 해 주면 기쁠 것이다. 어지러운 머릿속을 씻어주는 맑은 공기를 마시면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겠지. 우듬지 아래 핀 연보라 꽃은 사랑스럽고 정교하고 투명하고 찬란한 햇살은 눈부실 것이다. 각설하고 찬바람 부니 뜨거운 물이 그립다. 머리에 수건을 얹고 얼굴만 내밀고 푹 잠기어 눈을 감고 있는 상상을 한다. 더 바랄 게 없는 겨울이 될 것이다. 종아리를 누르는 묵직한 피곤도 풀릴 것이다. 머리엔 찬바람이 지나고 몸은 뜨끈뜨끈하며 마음은 즐거울 것이다. 참 우아한 몸 씻기가 아니겠는가.
유황 냄새와 솔향기가 나는 온천수를 찾아 나들이 갈 계절이 되었다. 초록에 묻혀 사방이 푸른 노천탕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군더더기 없이 소박한 장식 없는 욕장도 만족이다. 딱 알맞은 온도보다 뜨거운 느낌의 온천수에 푹 잠겨 수증기가 춤추듯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까무륵 조는 촌음은 얼마나 달콤하겠는가. 부들부들 매끄러워진 피부가 잠시 젊음을 상기시킬 것이다. 윤기가 흐르는 맑은 얼굴이 어찌 예쁘지 않겠는가. 자신도 모르게 자기의 외모를 감탄할지도 모를 일이다. 몸도 마음도 깔끔하게 정리되는 기분이 들 것이다.차분하게 가라앉는 마음은 덤이다.
오늘의 커피는 페루 과야밤바. 추운 계절에 딱 어울린다. 잠시 휴식이 되어준다. 따끈하고 달달한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만으로도 외로움은 반으로 줄 것이다. 군고구마의 구수하고 담담한 쓴맛, 사과의 바삭 새콤한 신맛, 흑설탕의 진득한 단맛, 달콤하고 시원한 귤향까지 밸런스가 좋은 커피다. 커피 향을 맡으며 여유를 즐길 준비를 하자. 긴 의자가 놓여 있고 진분홍 배롱나무 꽃이 흔들거리는 풍경이 그려진다. 꽃그늘 아래 앉아서 비실비실 웃음을 흘리며 하루해가 넘어가는 저녁 풍경을 보며 마시는 커피다. 서편 하늘을 물들이는 해가 긴장감은 들고 지루함은 벗게 한다. 까만 커피 속에 부지런히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등이 보인다. 일과에 부댖긴 피로를 끌며 각자의 보금자리로 가는 축 처진 어깨가 무겁다. 좋아하는 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느릿해도 가볍다. 친숙한 분위기가 하루치의 고단함을 씻어줄 것이다. 오늘의 커피는 한 가지에 집중해서 온 힘을 쏟고 성실히 마무리를 하고 따뜻한 곳으로 돌아가 괜찮은 하루를 보냈노라고 읊조리는 사람들에게 주는 토닥토닥 커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