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3 나이 들수록 두근두근

페루 카스카스 워시드 G1

by 만델링

싫은 일은 굳이 하지 않기로, 하고 싶은 말은 듣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며 하고, 먹고 싶은 건 먹고, 완벽을 추구하지 말고, 남과 비교하는 일도 하지 말고, 취미를 가져 좋아하는 것을 배우는 즐거움을 누리자. 하고 싶은 걸 일단 시작하자. 새벽이 올 때까지 엉덩이가 배길 때까지 술이 달게 느껴질 때까지 마시며 수다 떨고, 호기심이라는 에너지를 충전하여 여행도 하자. 언제 썼는지 모를 결연한 의지와 계획이 적힌 수첩을 보며 웃는다. 이렇게 산다면 힘든 일이 있어도 즐거운 인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이 머리를 이기려 하는 순간이 남았다면 그 마음 꼭 붙들어 매자. 오르막이 계속되는 날들과 가도 가도 끝이 안나는 터널을 걸어가는 길들 사이에서 살아야 한다는 당위를 내세워 잘 지냈다. 좋은 순간은 금방 지나갔고 조금 지겨워졌고 짜증 나고 말이 통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다. 순조로운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털어놓지 않아도 알아주는 마음이 있다면, 누군가가 건넨 위로가 있다면, 좀 더 괜찮을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나쁠 건 없. 세상은 어찌 되었든 잘 돌아가고 계획대로 안 되었다고 무조건 낙담할 일만은 아니라는 걸 아는 나이가 되었다. 답이 나오든 안 나오든 몰두했을 때만 나오는 희열을 느끼며 살자. 무기력하고 한없이 가라앉는 상태에서 바닥을 찍고 두둥실 새로운 시작을 꿈꾸도록 하자. 경쾌하면서 로맨틱하게, 개성적이면서도 독선적이지 않게 살기로 한다. 이제 커피 한잔하며 쉬었다 가자.


오늘의 커피는 페루 카스카스. 마카다미아의 고소함, 잘 익은 레드 체리의 은은한 산미가 좋다. 건포도의 달달하고 새콤한 맛이 느껴진다. 굽이굽이 도는 안데스 산맥의 비옥한 숲에서 들꽃 가득한 초원을 보며 건강하게 자랐다. 신선한 원두가 근사한 맛의 세계로 이끈다. 질리지 않는 복합적인 단맛이 최고다. 담백하고 감칠맛 있는 커피다. 시기 좋다. 존재감이 과하지 않고 부드럽다. 무정하지 않다. 살며시 보듬어 주는 엄마의 품처럼 넉넉한 맛이다. 기본을 꼭 지키는 고집이 있는 사람을 닮았다. 무감하게 나이를 먹어가는 순하고 약간 둔한 사람이다. 마음 한 켠에 오래 남는 평온함이다. 나간 시간을 돌아보고 비로소 깨닫는 현실이다. 오늘의 커피를 마셨다면 의연하게 등을 펴고 허리를 곧추세우고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며 웃는 표정이 예쁜 사람으로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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