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4 가만히 생각하니

콜롬비아 벨라 비스타 카투라 W

by 만델링

정한 목표물을 향해 뛰었던 친구가 운다. 그럭저럭 살 만하다는 평가를 받는 친구다. 삶이 버겁다고 한다. 이리저리 휘둘리며 살았다고 한다. 우는 친구가 낯설다. 승진도 했고 꽤나 연봉도 많고 비싼 집도 있고 큰 차도 있는데 말이다. 어떤 위로나 말도 하지 않았다. 할 말이 없기도 했고 우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기도 해서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지 않았다. 다 이루고 가졌는데 부족한 한 가지 때문에 통곡하듯 우는 건 욕심이 과한 것이라 여긴다. 반짝반짝하던 시간이 지났다고 운다면 또 모를까. 순간 듣는 나는 친구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든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음이 꼬였구나 싶다. 친밀한 사이라고 말하면서 오해하고 있다. 애매모호한 내 마음, 내 삶도 피곤하다. 십년 단위의 삶을 다섯 번이나 넘게 살았는데 아직도 모르는 게 있고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이 있다는 게 기쁘다,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 마음을 정하니 서운하지도 쓸쓸하지도 않다. 그래도 나날은 고단하다.


오늘의 커피는 콜롬비아 벨라 비스타. 벌컥벌컥 마실 수 있는 값싼 커피는 아니다. 우와-! 엄청 맛있다 하는 탄성이 나온다. 스무고개 하듯 원두 품종부터 그리고 생산 농장까지 줄줄이 읊어보자. 즐겁게 즐겁게 마시면서 어떤 맛이 느껴지는지 말해보자. 뭐니뭐니해도 레몬, 포도, 오렌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상쾌한 신맛이 최고다. 다양한 과일향이 활짝 핀다. 식으면 감귤 주스 같다. 단맛이 좋은 커피다. 풍부한 맛과 향의 어울림이 마음에 든다. 화려하고 농후하기보다 상큼한 신맛과 우아한 단맛이라 표현하면 좋다. 정식을 먹었던 파스타를 먹었던 초밥을 먹었던 식후 커피라면 온갖 음식에 잘 맞아떨어질 것이다. 살짝 차갑게 마셔도 좋고 찻잔의 온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따끈한 상태로 마셔도 혀와 코가 행복해지는 커피다. 탁월하게 맛있는 커피다. 이상하게 원만하게 대화를 나눌 수 없을 때 마셔보길 권한다. 서로가 무얼 원하는지 모르고 충돌이 계속될 때 마시면 조금씩 깨닫게 되는 것이 있을 것이다. 굉장한 과일 맛과 풍부하고 부드러운 쓴맛에 마음이 섬세해질 것이다. 비강 안쪽까지 스며드는 향긋한 냄새에 서로의 단점을 남발하는 울불불퉁한 말씨가 누그러질 것이다. 오늘의 커피를 같이 마신다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고 드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 맛과 향이 좋은 커피를 마시면서 서로의 마음을 비슷하게 맞춰가도록 노력하는 것, 오늘의 숙제다. 가벼운 것들과 늘 곁에 있어 친숙한 것들에 치인 마음이 쓰담쓰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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