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9 무심한 듯 명랑한 커피

에티오피아 SK 수케

by 만델링

가끔 무심하고 쌀쌀맞고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으로 보여 무례한 사람으로 여겨질 때가 있다. 의 평판에 신경 쓰는 건 아니지만 래도 때로는 마음이 뭉텅 내려앉기도 한다. 래, 맞는 친구도 있고 이유 없이 사이가 멀어지기도 하는 거다. 너무 애쓰지 말고 내가 편한 만큼만 하자. 거울 일 하나 없어 심란한데 내가 맺은 사람 사이의 관계는 덧없다 싶다. 나름 소중히 관리하며 살았는데 스쳐 지나고 나면 그뿐인 듯 머쓱하다. 웬만한 일에는 동요하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생각하는데 아직도 멀었나 보다. 생각지 않은 일이 생기면 낙담하지 않고 곧 지나가겠지 여겨야겠다. 근심이 쳐들어와도 세상 사는 일은 늘 어려움이 있는 법이라 생각하고 마음에 담지 말아야겠다. 반짝반짝 빛나며 죽고 살 것처럼 매달리며 잊을 수 없는 엄청난 마음을 바라고 기대하는 것도 아닌데 늙어가며 오래 인연을 이어가는 것이 어렵다. 오래 남는 사람과 돌아서게 되는 사람의 차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제는 주변의 소소한 것들에 눈길을 주며 번잡한 일상에서 비스듬히 서 있어야겠다. 옳다 그르다 말하지 않고 마음을 차분히 씻으며 살아야겠다. 내가 노력한 수준에 맞게 잘못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품고 내 몫의 인생이나 건사하자. 그것도 버거운 일이다.


오늘의 커피는 에티오피아 SK 수케. SK는 원두 중 최고 등급을 뜻다. 연분홍 장미에 살며시 스치는 바람, 달콤한 향기가 난다. 허브티의 청량감, 체리의 새콤함이 느껴진다. 명쾌하고 부드러운 커피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깊고 그윽하다 표현하긴 어렵지만 비싼 값에 대답하는 커피다. 화사하고 달콤하다. 꽃과 과일이 같이 있다. 우아한 매력으로 넘친다. 반듯한 이목구비에 섬세한 얼굴을 한 여인이다. 빠져들게 만드는 향이 있다. 스파이시함이 섞인 복잡한 맛이 인생살이와 비슷하다. 햇살 좋은 거실에 앉아 마시자. 한결같이 기다려주는 엄마가 있는 풍경이 그려진다. 특별하지만 드세지 않은 따뜻하고 시원한 커피라서 그렇다. 뒤를 돌아보고 멈춰 서서 고민해도 앞으로 나가려는 의지는 남아 무슨 일이든 밝은 쪽으로 향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좀 더 세월을 보내야 알 수 있는 것도 있을 것이다. 크게 기뻐할 것도 깊이 낙담할 것도 없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신세타령, 하소연은 그만하고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단단한 나를 만들어 가자, 그리 말하는 커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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