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08. 26. 브런치 작가 승인 후 백 번째 글을 쓴다. 혼자 읽음직한 글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 수줍다. 1분 이내 짧은 일기 같은 글이라 내놓기 부끄럽지만 꾸준히 썼다는 사실에 감격하며 오늘도 쓴다.쓰는 행위가 좋고 그냥 쓰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건 글쓰기에 관심이 있고 열정이 있다는 뜻이라 우기며 쓴다. 지인들에게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고 잘 쓰고 싶다고 늘 얘기한다. 돈이 되는 일도 아닌데 왜 그리 열심히냐고 말하는 친구 때문에 잠깐 멈칫하기도 했다.그 말을 듣고 쓸데없는 일에 너무 힘쓰는 건 아닌가 고민도 했다. 독자보다는 저자인 것이 멋지니까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무작정 쓰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 때까지 쓰기로 했다. 무엇보다 지금은 비록 소수지만 브런치를 통해 꾸준히 내 글을 읽는 분들이 계셔서 좀 더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쓴다. 혼자 놀기를 잘하고 혼자 있어도 편하게 여기는 성격이라 쓰는 일이 제법 잘 맞다. 단정히 허리를 세우고 앉아서 조용히 자판을 두드리는 행위가 만족스럽다. 십이월의 시간은 가고 있고 연말은 다가온다. 한 해가 끝나가는 지금 올해도 결국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다. 대신 브런치 작가 카드를 받았다.
오늘의 커피는 에티오피아 두비사 구지. 마음속 이야기를 풀어놓고 편안히 마시기 좋은 커피다. 거리감과 아쉬움이 드는 친구를 험담하며 마시면 뒷맛이 시다. 그저 기계적으로 이어지는 우정을 간신히 끊고 돌아서 마시면 입 안에 쓴맛이 가득하다. 나이 들수록 옹졸해지니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주는 나이를 거부하지 않고 받으면 넉넉한 품으로 모든 걸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줄 알았는데 냉정해지고 참을성도 없어진다. 그러니 커피 맛이 씁쓸할 밖에 없다. 두비사 구지는 오래된 우정에서 공허감과 불만을 느끼고, 친밀감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마시면 속상함이 덜어진다. 어린 시절부터 켜켜이 쌓은 동무 관계를 싹둑 자르는 일은 심박동이 빨라지고 눈두덩이 떨리며 목젖이 부어 침이 잘 넘어가지 않는 일이다. 그럼에도 우정을 끊어내고 행여 내가 부족해서 이런 끝으로 치달은 건 아닌가 하는 아둔함으로 속앓이를 한다. 그럴 땐 같이 마셔줄 다른 친구가 있다면 다행이다. 다정하고 상냥한 친구도 좋고 직언을 던지는 친구도 좋다. 그들로 인해 내가 누군지 알게 된다. 마음의 빈칸이 채워지고 나만 결함이 있어서 관계가 소원해진 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오늘의 커피는 중배전 원두 20g, 2분 30초, 200ml로 만들어 마신다. 100g, 7000원에 구입한 근사한 원두다. 리치와 코코넛 맛이 난다. 배의 시원하고 달콤한 향기가 나며 활짝 핀 배꽃은 떠오르지 않는다. 열대과일처럼 쨍하고 깔끔하고 시원한 느낌이다. 가격 대비 품위 있는 단맛, 은근한 신맛이 좋은 커피다. 가격의 평범함으로 맛의 특별함을 만드는 재주가 있다. 단정한 매력에 끌린다. 적당한 단맛과 상쾌한 신맛이 조화롭다. 거드름을 피우지 않고 고집만 세우지 않고 성실하고 나긋하게 나이 드는 소꿉친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들리는 커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