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다정한 위로를 부탁해

케냐 아이히더 AA Plus

by 만델링

목구멍이 따끔따끔거리고 혓바늘이 돋았다. 침을 삼키는 동작에 큰 고통이 가해진다. 맑은 콧물과 잔기침이 성가시긴 해도 대수롭지 않다 여겼는데 목이 아프기 시작하니 마음이 변한다. 처방약이 필요한 순간이다. 특정 종교를 설파하고 유기농 식품과 규칙적인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환자의 시간을 소진시키는 그 의사 선생님을 만나러 가야 하는지 고민이다. 코로나 시국이라 감기로 병원 방문하는 것이 걱정스럽기도 하다. 방문 전 PCR 검사를 하고 가야 하는지 물어봐야겠다. 대다수 의사 선생님들은 1분 진료라던데 여기 선생님은 개개인의 특성에 따른 건강 상식 전파와 심리상담 수준으로 진료를 한다. 그 선생님으로부터 식습관과 운동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도 들어서 A4 2장은 쉽게 쓸 수 있다. 가령 이런 것이다. 인간답게 오랫동안 직립보행을 하려거든 구부정한 자세를 바로 할 것, 목. 어깨. 허리 통증으로 호소하는 일이 없단다. 헬스클럽에 등록하는 부산을 떨기보다 주 3회 꾸준히 30분씩 걸어라, 평균수명이 늘고 근육운동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단다. 유기농 우유 2잔과 신선한 채소를 먹어라, 균형 잡힌 식사와 깨끗한 채소의 섭취는 돈 써서 하는 그 어떤 음식과 보약보다 낫단다. 휴우~ 물론 100세 인생을 살려면 꼭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허나 노력만으로 습관이 바뀌고 수명이 는다는 것은 어째 좀 그렇다. 그래도 좋은 게 좋다. 뻔하고 사소해 보이는 작고 귀찮은 습관들이지만 노력해야만 하는 이유는 충분하니까. 오늘부터 비타민이 듬뿍 든 푸릇푸릇한 채소와 새콤달콤한 과일 샐러드와 바삭바삭한 아몬드와 우유를 꼭 먹어야겠다.


오늘의 커피는 생강을 우려낸 뜨거운 물로 내린 케냐 아이히더. 코막힘 때문에 맛을 제대로 느끼기 어렵지만 매콤한 향이 코를 뚫고 들어와 비강이 시원하다. 쌉싸레한 쓴맛이 기분 좋게 너울거리며 퍼진다. 커피 한 잔으로 감기의 성가심과 만성 피곤 근육통을 잠시 잊는다. 커피에 생강을 넣으면 톡 쏘면서 입 안을 화~하게 하는 향이 난다. 케냐 커피의 묵직함과 산미가 생강향에 묻힌다. 인생이란 원래가 그런 것이려니 하는 마음이 드는 맛이다. 심각하게 아픈 것도 아닌데 뜨끈뜨끈한 국물이 있는 어묵, 양은 냄비로 끓인 뽀글한 라면, 설탕물 줄줄 흐르는 호떡이 먹고 싶다. 몸을 못 움직일 정도로 아프지 않은데 괜히 더 아픈 척한다. 누가 곁에서 부드럽게 달래듯 먹을 걸 쥐어주면 좋겠다. 그러면 으슬으슬한 기운이 사라질 것 같다. 오늘은 커피의 은은한 향과 제맛을 느끼지 못한 날이 되었다. 혀 위에서 감지하는 케냐의 바디감도 와닿지 않는다. 건강하지 않으면 부드럽고 나긋하고 섬세한 맛을 느끼지 못한다는 걸 잊었다. 일상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당혹스러워지는 것이다. 오래도록 긴 여운을 남기는 사람으로 살아가려면, 마음이 따뜻하고 우아한 사람으로 살아가려면, 좋은 의미에서 다가가기 쉽고 매력적인 사람으로 살아가려면 성실하고 건강해야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오늘의 커피는 갈색 거품이 이는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 향기롭고 고소한 커피를 마시려면 감기 들면 안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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