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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델링 Jan 14. 2022

118 올해는 끝까지 해볼게요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머리카락 색깔, 길이에 대한 지적은 올해도 이어진다. 왜 염색을 하지 않는지, 기르면 더 멋스러울 텐데 숏컷과 턱선 단발을 오가는 이유가 있는지. 늘 대답은 궁색하다. 거창한 이유가 있을 리 없다. 질문하는 아니 지적하는 상대방도 별다른 의도는 없다. 모두 내가 잘 아는 사람들이고 친하며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다. 특히 친정 엄마의 지적 고추냉이급이다. 염려의 눈빛을 담아 던지는 잔소리는 듣기 좋지 않지만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걸 알기에 조용히 지나간다. 나는 이십 대에도 화장을 하지 않았다. 스킨, 로션만 바르고 다녔다. 피부가 하얗고 눈썹이 진하고 예쁜 모양을 타고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련된 외모는 아니지만 단정해서 민낯으로 다녔다. 그때는 젊었기에 지적이 없었고 지금은 주름으로 덮인 피부 때문에 염려의 눈빛을 받는다. 그래도 어쩌랴 이미 화장하지 않는 모습에 익숙해졌고 화장한 얼굴은 어색해서 마음에 들지 않으니 이렇게 살 수밖에 없다. 한 게으른 주부의 핑계다. 당히 핑계를 만들어 적당히 둘러대며 이모양으로 산다. 누구도 눈길도 주지 않는데 흰머리가 대수랴. 하지만 주변인들의 지나친 관심은 불편하고 좋은 말도 여러 번 들으 듣기에 거슬리는 건 사실이다. 올해도 백 번은 더 들을 소리에 마음이 무겁다.


 오늘의 커피는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서늘한 고산 지대에서 자란 양질의 커피다. 세계 3대 커피라 칭해지는 대단한 커피지만 그 스케일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산미보다 풍부한 바디감과 고소한 감칠맛이 좋게 닿는다는 것은 안다. 사랑에 답하기라도 하듯 부드럽고 슴슴하다. 사근사근 속삭이는 잔잔한 울림이 있다. 사하고 맑다. 홍차처럼 투명하게 쓰다. 뜬금없지만 남산 꼭대기에서 마시고 싶다. 삶이 흔들리는 마음의 지진을 겪은 후 마시면 가족의 사랑이 뭔지 서로에게 무엇이 중한지 느끼게 되는 커피다. 지금, 여기, 이 모습을 아끼게 된다. 양에 빨갛게 물드는 산들의 자태를 보며 같이 마시자. 단정하게 정화되는 마음을 느낄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진지하고 심각하던 것들이 한줌도 안 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눈치 없고 이기적인 태도도 버릴 수 있을 것 같다. 을 보는 법이 없는 의지박약의 태도도 변할 것 같다. 스로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한다. 그저 바람이다. 작심삼일의 반복이 기적을 주길 바라는 새해 첫 달도 반이나 지난다. 커피 마시며 위로하자. 끈기 없음을 호기심 가득이라 부르고 씁쓸해하거나 슬퍼하지 말자고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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