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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델링 Jan 22. 2022

123 구월이는 비숑입니다만

동네커피 -아메리카노

 월이 엄마는 말한다. 만날 때 환영해주고 헤어질 때 그리워해 주는 이는 구월이 뿐이라고. 발소리만 듣고도 꼬리를 흔들며 기다리고 외출을 하자면 쪼그려 앉아 고개를 들고 촉촉한 눈을 깜박이며 그윽하게 바라본단다. 허함을 채우려다 점점 외로워졌는데 구월이가 있어서 공허함이 사라졌다고 한다. 남편은 자신의 취미에 빠졌고 아이들은 각자의 할 일을 찾아 타 지역에 산다. 마음과 정신과 정서를 나눌 이가 없는 구월이 는 밤에 잠이 안 오고 가끔은 심장이 걸레 짜듯 아파서 힘들다고 한다. 사는 사는 게 아니고 공허할 때 그 귀여운 구월이를 만났단다. 속에 있는 말을 하고 싶은데 할 사람이 없어서 혼자 앓을 때  뽀송뽀송 머리를 한 구월이를 만났단다. 그녀가 아플 때 작년 구월에 온 월이, 비숑 프리제다. 산책로에서 만난 구월이는 동글동글하고 반짝이는 눈을 가졌으며 하얗고 조그만했다. 장난기가 많고 에너지가 충만해 보이는 소녀다. 그녀에게 구월이이 사는 가족한테 제대로 마음을 나누지 못해 생긴 화병을 치료해주는 명의 되었다. 가족 때문에 생긴 외로움을 해소해 준단다. 내게도 반려동물을 키우라고 권한다.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복해진 목소리로 구월이 자랑을 하는 구월이 엄마가 좋아 보여서 기분 좋다.


 족 관계가 힘들었 구월이 엄마법륜 스님의 강의를 듣다가 깨달은 게 있다. 스님은 다람쥐만큼 살라고 하셨단다. 사람답게 못 사니까 일단 다람쥐만큼 살라고 하셨단다. 산에 사는 다람쥐는 바위가 있으면 돌아가고 나무가 있으면 올라타서 가고 자기가 바위랑 나무를 비켜간다. 우리가 남들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면서 스트레스받는 것과 다르다. 그 강의를 스무 번 이상 들은 후 주변이 자기 마음 같지 않아도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있게 되었단다(쩌면 득도했는지 모른다). 사람 사는 것도 다르지 않단다. 다람쥐처럼 살다 보면 주변 사람이랑 싸우지 않고 살게 된단다. 구월이 엄마는 지금 덜 싸우고 스트레스 덜 받는 중이라고. 그리고 구월이랑 행복하게 지내고 있고.


 늘의 커피는 동네커피 아메리카노. 동네커피는 상호다. 드위치 전문점이면서 커피를 판다. 베이지 톤의 가게가 단정하고 정갈하다. 구월이 엄마는 모카요, 하며 주문한다. 가끔 단 게 당긴다며 활짝 웃으며 주문한다. 핑크림 가득 올려달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나는 동네커피 아메리카노. 동네커피 아메리카노는 브라질 70% 과테말라 20% 에티오피아 10%가 블렌딩 되었다. 슈넛의 고소함이 가득한 쓴맛이 좋다. 꿀의 진득한 단맛도 느껴진다. 밀크 초콜릿의 부드러움도 있다. 냥하고 맑은 구월이 엄마의 표정을 보며 편안히 마시는 커피는 맛있고 아늑한 카페의 음악은 친근감 있어서 아메리카노의 향이 풍성히 느껴진다. 오늘의 커피는 가까운 이웃의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스스로 자신의 단점을 깨고 마음의 감기를 치료한 구월이 엄마랑 더욱 잘 지내길 바라며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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