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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델링 Feb 13. 2022

136 탁구, 다룰 수 없는 가벼움

케냐 가챠타

 구, 직사형 나무 탁자에 네트를 걸고 양 사이드에 서서 탁구채로 2.7g 정도의 속이 빈 작은 공을 쳐 넘기는 운동이다. 쉽게 즐기고 쉽게 배울 수 있는 운동처럼 보이는 단점이 있다. 으로 불면 날아가는 작고 가벼운 공을 다루는 일은 여간 어렵지 않다. 순발력이 필수인 것 같다. 1988 서울 올림픽 때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었고 유남규 선수는 올림픽 역사 상 최초의 탁구 금메달리스트가 되었다.


 코치님은 나름 괜찮다. 얼굴은 미남형이다. 눈, 코, 입이 제자리에 반듯하게 자리 잡았다. 눈썹은 옅은 편이나 가지런하다.  우뚝하고 입술 붉단호하다. 체형은 보통의 작은 근육질이다. 온화한 인상과 달리 말씀은 거칠다. 유남규 선수와 같이 훈련을 했다는 말씀은 뻥인 듯하고 정식 프로 선수 출신도 아닌 것 같다. 경력을 줄줄 말씀하시긴 하나 확인할 방법이 없다. 코치님이 거친 입을 가졌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우선 초보라서 탁구 라켓을 잡아본 적 없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공이 탁자의 흰 선 안에 떨어지지 않으면 어~허, 에~헤  하는 탄식을 남발한다. 그 탄식을 들으면 다음 공은 서브조차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초보에게는 뜻 없는 한마디 한마디라도 바늘과 같아서 긴장되기 일쑤다. 말투로 미루어 코치님이 곧은 사람인지 굽은 사람인지 알기 어렵다. 운동하면서 좀 더 살필 일이다. 매주 토요일 20분, 이제 4번 수업했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는다. 라켓의 양면을 모두 사용하는 셰이크핸드 그립법으로 탁구에 입문한 나는 매주 토요일 주눅들며 졸아들고 있다. 괜히 시작했다는 후회와 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가볍고 작은 공을 어찌 다룰까 하는 고민을 고민한다. 지금은 누군가의  뿐인 위로라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마음먹고 시작했으니 끝까지 해보렴, 하는 응원이 필요하다.


 오늘의 커피는 케냐 가챠타. 평생교육원 바리스타 1급 자격과정을 이수한 수미 씨가 홈 로스팅해서 보냈다. 프로스터 로스팅기 1kg 에서 볶았다고 한다. 균일하고 고운 빛의 원두가 반짝거린다. 인된 드럽고 고소한 향이 마법사의 시약처럼 퍼진다. 파워풀한 열대 과일향이 좋다. 별 감흥 없는 무채색 일상에 빛과 색을 입히는 커피다. 빠듯한 생활에 마음 졸이며 살아도 즐거움이 무엇인지 느끼며 살 수 있는 방법은 있다고 말해주는 커피다. 척 보면 알 수 있을 낙천성을 지닌 사람을 닮았다. 활력과 에너지, 달뜬 기분을 선물한다. 무료한 일상을 극복하고 차분히 사색하게 하는 멋진 커피다.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제2악장 무도회를 듣는 맛이다. 과 환상, 열정, 속내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남녀의 춤사위 같다. 서로에게 편안히 공감하는 따뜻한 마음을 나눌 때 마시는 커피다. 작은 소리도 선명하게 들리도록 집중하며 마시자. 숨 한 숨 내려놓자. 지금은 차나 한 잔 할 일이다. 여유로운 생활을 종용하는 말을 속삭이는 커피다. 코치님, 연습 시간 좀 주시지요, 그리고 차나 한 잔 하시지요. 심심한 인생, 뭐라도 좀 해볼까 하는 마음에 시작한 탁구, 제발 그만두지 않도록 레슨 쉬엄쉬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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