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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델링 Mar 08. 2022

148 모든 일이 하찮게 여겨질 때

브라질 사비아 블랜드

 매일 같은 일만 하는 게 지긋지긋하다. 매일 똑같은 일이 지겨운 건 나만 그런 게 아닐 것이다.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은 지겹지 않을 것이라 추측한다. 나는 이것저것 많이 하는데 잘하는 건 없다. 이것저것 하는 탓에 필요로 한 데는 많다. 대신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만 한다. 뭐든지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 여기는 조직에서 지내고 있다. 어중간하게 잘해서 필요로 하는 데가 많은 사람이라 피곤한 삶을 산다고 불평한다. 뭔가를 잘하는 사람, 눈에 띄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이번 생에서는 어려울 것 같다.  불평을 자주 듣는 친구는 말한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을 하는 것도 나만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인지도 모른다고. 뭐든 어중간하게 잘하는 사람은 요모조모 모든 상황에 다 필요한 사람이라고. 깜박한 일을 잘 챙기니 주변인들이 기분 좋게 지낼 수 있고, 어떤 일에도 기꺼이 응해주고, 밝은 분위기 유지하려 노력하고, 곁에 있는 이들을 먼저 생각하고 부탁한 일을 멋지게 처리해주고 신경 써 주는 사람이니 특별하다고 말해준다. 그 말을 들으면 바닥에 있던 자존감이 상승한다. 그리고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따뜻하게 안아준다는 느낌이 든다. 나를 소중히 생각하는 친구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기운이 좀 나는 것도 같고, 특별하지 않음에 대해 다시 생각게 된다. 늦었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가자, 이런 마음이 된다.


 오늘의 커피는 브라질 사비아 블랜드. 혀 위에서 톡튄다. 여름이 시작되는 느낌이다. 엄청 상쾌하다. 기를 잘 맡아보자. 일향이다. 그늘 아래 앉아 있는 듯하다. 배 맛이 다. 상큼한 사과 맛 같기도 하다. 깊은 맛과 부드러운 맛, 시원한 맛이다. 과일 향과 특유의 부드러운 깊은 맛, 톡 튀는 상쾌한 맛이다. 정하고 깔끔하다. 상한 말처럼 들리지만 뜨겁고 차갑다. 맛이 가벼워서 커피의 쓴맛을 거부하는 사람도 즐길 수 있다. 소박하고 눈에 띄지 않지만 맛있는 커피다. 콤해서 우울할 때 좋은 커피다. 찮게 여겨지는 것들이 다르게 보인다. 시 감동하고 지나친 긴장도 푼다. 마음을 붙드는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한다. 비꽃이 피었다. 봄, 봄이다. 제비 부리 같이 생긴 보랏빛 꽃이 말한다. 다 괜찮다고,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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