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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델링 Mar 06. 2022

147 밖은 춥지만 꽃구경은 하고 싶어서

케냐 니에리 레드 마운틴

 동백꽃을 보러 가자 연락이 반갑다. 선운사는 전북 고창에 있다. 내가 사는 곳에서 선운사는 거의 250km 거리다.  보러 가기엔 먼 거리다. 갈까말까 망설이다 그녀를 따라 길을 나서지 다. 미당 서정주 님의 <선운사 동구>라는 시에는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아니하였고 작년 것만 남았습디다, 다. 친구가 보낸 카톡 사진 속의 선운사 동백꽃은 송이가 벌어지지 않은 채 닫혀 있다. 눈이 얼얼할 정도로 붉고 반질반질 윤기가 돈다. 손으로 만지면 단단하고 아릴 정도로 차가울 것 같은 느낌이다. 선운사 동백꽃은 다른 동백꽃과 무엇이 달라 그리도 유명한 것인지 살며시 궁금해다. 톨스토이 식으로 표현하자면 동백꽃은 모두 비슷하지만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다른 꽃이라 유독 선운사 동백꽃 만이 독특하게 붉고 시인들의 가슴을 두드리는가 보다.


 동백꽃을 보러 길을 나서지 못한 쉬운 마음 커피로 달랜다. 동백꽃 같이 진한 향기를 가진 커피다. 칠맛이 나고 뒷맛이 깔끔하다. 진한 향기가 남아 있으며 무겁지 않다. 부드럽게 감싸 곁들 초코 케이크를 돋보이게 한다. 이 깊고 좋다. 이 커피를 마시면 신기하게도 즐거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내일도 힘을 낼 수 있게 된다.


 오늘의 커피 케냐 니에리. 오크통에서 켜켜이 묵어 성숙하고 엄격한 느낌의 커피다. 묵직하고 다크 초콜릿 같은 단맛이 있고 버찌의 신맛이 뭉근히 느껴진다. 깊은 쓴맛이 입 안에 오래 남아 풍성한 느낌이 다. 오는 봄을 계속 주춤거리게 하는 꽃샘추위에 기침을 참으며 뜨겁게 마신다. 온몸이 따뜻해지는 맛있는 커피다. 온화하고 따뜻하다. 무던히 시작하여 덤덤히 끝난다. 파워풀하고 힘찬 커피지만 무던하다. 변하지 않는다. 곁에서 지키는 한결같은 사람, 그런 분위기를 가진 커피다. 처음과 끝이 같다. 유난히 시끄러운날도 간질간질 달콤한 날도 덤덤히 술렁이지 않고 지나가게 하는 음료다. 두려움, 포기 앞에서 조용히 좌절하지 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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