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 진솔한 대화는 어려워서
과테말라 페나 로하 마이크로 랏
좋아하는 일 하면서 돈 벌기 참, 참 어려운데 그리 사는 친구가 있다. 그녀를 보면 희망을 갖게 된다. 아직도 좋아하는 것이 있고 그것을 꾸준히 하고 그로 인해 생산적인 사람이 되었다. 진짜 멋지다. 하는 일은 어때, 할 만 해? 하고 물을 때마다 그냥 견디고 있어, 하는데 목소리가 맑다. 맑다는 건 좋다는 뜻일 게다. 힘들지만, 눈물이 핑그르르 돌며 기죽고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잘하고 계속한다. 그녀의 뜨거운 가슴은 언제든 타고 있다. 원래 안 좋아하는데 꾸준히 하다 보면 잘하게 되고 잘하니 좋아하는 일이 될 수도 있으니 좋아하는 일이 없더라도 꾸준히 하는 일을 잘하게 될 때까지 놓지 않는 것도 생산적인 사람이 되는 방법이라고 말하는 그녀다. 그녀는 나를 응원하는 몇 안 되는 예쁜 사람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생기면 말해도 될 것 같은 사람이다. 그녀의 말을 듣노라면 지금은 그냥 이리 살아도 이렇게 사는 대로 살아도 그래도 괜찮은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말에는 묘한 설득력이 있다. 마음이 조금씩 작아질 때 그녀는 위로다. 나이 먹고 친구 만들기 쉽지 않은데 친구가 남아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한낮엔 덥다. 4월인데 꽃이 다 졌고 그늘을 찾는다. 올봄은 참으로 이상하다. 아무리 짧디 짧은 찰나의 봄이라 해도 이렇게까지 순식간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생각이 많아서 그런가 핼쑥하다는 인사를 자주 받는다. 좋은 생각이면 더 좋겠지만 걱정이 많다. 감당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벅차다. 걱정을 잊기 위해 커피를 내린다.
오늘의 커피는 과테말라 페나 로하 마이크로 랏. 뽕긋하게 부푼 커피 빵이 좋은 향을 피운다. 둥근 모습이 귀엽다. 코가 벌렁거려진다. 솔솔 배어 나는 향이 두둥실 퍼진다. 킁킁, 역시 맛있는 냄새다. 소박하고 고즈넉한 느낌의 커피다. 편안하고 가벼워지는 맛이다. 고즈넉한 정감이 수직 상승한다. 약간 겸허해지고 지고 있는 무언가를 내려놓기 해야 할 것 같다. 뜨거운 커피 조심히 마시자. 천천히 살살. 마냥 기분이 좋아지는 커피 향기에 오늘도 커피를 내린다. 내일부터는 공부를 해야겠다. 사람공부, 마음공부, 인생공부. 어려움에 맞닥뜨렸지만 회피하지 않고 도망치지 않고 정면을 응시하고 대응하는 법을 배워야겠다. 차 한 잔 앞에 놓고 가만히 있는 연습도 해야겠다. 스스로에게 마음을 터놓고 조근조근 말해 볼까 한다. 무릎을 안아 올리고 마셔야겠다. 가만히 듣는 내 안의 누군가가 있을 것 같다. 한동안 그냥 있자. 가슴속을 헤집고 다니는 불안과 외로움을 커피에 타서 마시자. 오늘 날씨 참 좋다. 커피 마시기 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