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쉬는 날 뭐해?
카페 JACKJACK - 에스프레소
쉬는 날 뭐해? 이런 질문받고 싶다. 주부는 쉬는 날이 없다. 항간에서는 매일매일 쉬지 않냐고 말하기도 하지만 나는 글쎄다. 물론 쉬기도 한다. 하지만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어서 그런 말을 들으면 괜히 화가 난다. 오전에 청소하고 빨래하고 오후에 장보고 음식하고 그러면 아이를 데려오고 저녁이 된다. 하루가 다 간다. 내게 남는 건 잘 먹었다는 인사와 엄마도 이제 좀 쉬세요, 그게 전부다.
나는 어쩌다 잘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 되었을까? 집에서 가족을 편히 먹이고 입히는 일만 하다 죽는다면 그때는 후회가 없을까? 내 엄마는 같이 사는 내내 내게 집에만 있는 사람이 되지 말라고 했는데 집에만 있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엄마도 참 여러모로 서운한 것이 많겠다 하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공들여 잘 키웠는데 없는 살림에 나름 교육도 잘 시켰는데 비생산적인 인간으로 사는 딸이 별로 일 것 같다. 그래서 손녀에게는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주변 환경과 타협하지 말고 이를 악물고 그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하시는 걸까? 내 엄마가 했던 말씀이 다 맞았는데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시작하기에 늦었다. 허탈한 웃음이 나는구나.
오늘의 커피는 동네에 숨어 있는 듯 조용한 작은 카페 잭잭의 에스프레소. 다정하고 따뜻하게 인사하지 않는 주인장이 계시다. 그저 포멀 하게 인사한다. 커피를 내리지만 오가는 사람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자신의 작업에 몰두한다. 주문서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모습은 전문가답다. 직업인의 단정한 모습이다. 조용 단정 아담한 카페라 여자 사람 여럿 모여 수다 떨기에는 아주 약간 불편한 감이 있다. 하나 혹은 둘이 앉아 책을 읽어야만 할 것 같다. 할짝할짝 커피를 마시자. 양이 적어 혀 끝으로 조금씩 마신야 한다. 진하고 부드럽다. 쓴맛보다는 고소한 맛이 듬뿍 든 에스프레소다. 조금 남겨서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신다.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된다. 이러면 일거양득인가? 웃음이 난다. 벚꽃은 지고 겹벚꽃이 대신 거리를 밝힌다. 봄이 간다. 초록잎이 난다. 여름이 온다. 성장의 계절이다. 나도 좀 쑥쑥 자라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