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을 떠나는 날 아침, 나는 아침 햇살 속에 서서 가만히 모리사키 서점을 바라봤다. 작고 오래된 목조 건물. 내가 여기서 살았다는 것이 왠지 조금은 믿기지 않았다.
하얀 입김을 내뱉으며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거리는 부드러운 아침 햇살에 싸여 있었다. 아직 서점 어느 한 곳도 문을 열지 않은 주변은 고요하고 온화한 공기에 덮여 있었다.
나는 자세를 바로 하고 서점을 향해 깊숙이 고개 숙여 절했다. 모리사키 서점의 생활이 나에게 준 것을 절대로 잊지 않을 거야. 그렇게 맹세하며.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야기사와 사토시, 101쪽. 나는 다카코, 남자 친구와 직장을 한꺼번에 잃고 실의에 빠진 주인공이다.비자발적으로 도쿄 진보초 헌책방 거리에 있는 외삼촌의 헌책방에 가서 살게 된다.햇빛마저 잘 들지 않아 헌책들의 곰팡내가 떠도는 곳이다. 외삼촌을 도우며 지내는 동안 다카코는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며 성장한다. 헤매기만 하던 마음을 다듬고 누굴 사랑하는 마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인생이란 가끔 멈춰 서보는 것이라는 걸 배운다. 거기서 다카코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 그곳은 그녀에게 소중한 곳이 된다.
모리사키 서점은 헌책방이 가득한 고서점가 한쪽 모퉁이에 오도카니 서 있고, 작고 오래됐다. 겉보기에 도저히 좋다고는 할 수 없는 가게다. 손님도 그리 많이 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 서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 존재하는 가게이며 다카코는 그곳에서 진정한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오늘의 커피는 여름이 시작될 무렵부터 이듬해 이른 봄까지 모리사키 서점 2층 작은 방에서 지내는 주인공에게 주고 싶은 커피다. 향기로운 커피향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이다. 단조롭고 쓸쓸하게 끝나지 않을 소중한 장소가 된 서점에서 마시는 커피다. 매력적인 여자를 떠올리게 하는 커피다. 사랑스럽고 꼭 껴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여자 같다. 가슴을 채우는 아름다움이 담긴 커피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G-1내추럴. 잔잔하면서도 퐁퐁 샘솟는 꽃향기에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커피다. 새콤하고 어질한 향기가 양다리 걸치는 남자 친구의 변심에도 꿋꿋하게 견딜 수 있는 용기를 줄 것이다. 가벼운 쓴맛이 빗나간 사랑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위로할 것이다. 다카코가 사토루 외삼촌의 모리사키 서점에서 새로운 삶의 의지를 세우게 하는 커피가 될 것이다. 마시고 나면 가슴이 따뜻해질 것이다. 새롭게 희망차게 다시 뭔가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을 먹게 될 것이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서 내면을 돌아보고 숨어 있는 의지를 찾게 할 것이다.꿈꾸고 사랑할 것이다. 봄밤, 커피 향기에 빠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