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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델링 Apr 07. 2022

158 매일매일 경쾌하고 즐겁게

온두라스 엘 코페테

 히로키는 빵은 완벽한 존재라고 믿는다. 완벽한 배합과 완벽한 순서와 완벽한 기술로 완벽하게 본떠진다. 사람도 어딘지 모르게 그와 비슷하다. 다른 사람과 섞이고 형태를 바꾸어 숙성되고 개개인이 되어 간다. 다만 거기에는 슬프게도 완벽함이 빵만큼 필요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사람은 그 불완전함을 사랑하기도 하는 실로 성가신 생물이다.

미와코도 자주 말했다.

"요스케는 좀 손재주가 없는 사람이야. 자신을 의심하는 면이 있어. 그래서 난 그이가 자신을 의심하는 만큼 믿어주고 싶어. 나는 당신 편이라고 언제든지 말하고 싶어."


 한밤중의 베이커리 - 오누마 노리코, 264쪽. 등장인물들은 개성이 강하고 따뜻한 마음을 지녔다. 후~ 하고 느껴지는 고소하고 달콤한 빵 냄새가 공기 중에 떠도는 소설이다.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한밤중에만 여는 빵집이다. 빵과 따뜻한 웃음, 어두운 과거의 인생 이야기가 있다. 달콤 쌉쌀한 사랑 이야기와 새콤달콤한 우정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도 있다. '블랑제리 구레바야시'에는 세 명의 주인공이 있다. 하루하루 그들의 빵을 만들고 나눈다. 오래된 빵집은 아니어도 정성과 노력으로 인정받는다. 친근감 있는 고소한 빵이 눈앞에 보인다. 숙성시킨 빵이 점점 부풀어 오르는 모습도 보인다. 딱딱하게 굳은 마음을 녹이는 버터 냄새가 기막히다. 술렁거리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빵 냄새에 취한다. 그들과 가뿐함과 화사함이 있는 커피를 마시자. 하나씩 구워낸 빵을 곁들이자.


 오늘의 커피는 인정이 있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들에게 어울리는 커피, 온두라스 엘 코페테. 청포도처럼 상큼하다. 달콤한 과일향이 부드럽다. 오븐의 열기가 손끝에 전해지듯 커피의 온기가 마음에 닿는다. 소설의 주인공은 밀가루, 설탕, 버터, 물, 소금 등으로 누군가의 마음에 의미를 주는 빵을 만든다, 기분을 전환시키고 상실의 자리도 채워주는 빵을 만든다. 그들은 마음 치유사라 불려도 좋다.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타이트한 바디감으로 자몽의 새콤한 산미를 느끼게 하는 커피를 주고 싶다. 이 돋는 벚나무 그늘에서 천천히 마시빵을 굽는 마음에 가볍게 가닿을 것이다. 분홍빛 마음이 될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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