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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델링 Apr 22. 2022

162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아서

에티오피아 구지 우라가 라로 보다 G1

 커피 마시면서 얘기할까요? 커피를 사이에 두고 재건축 시공사 홍보요원과 앉았다. 환한 얼굴과 조근조근한 말투가 맘에 들었다. 커피를 좋아하는 것도 좋고 취향이 비슷한 것도 기뻤다. 무슨 설명을 들어야 하나 살짝 긴장하며 나왔는데 슬며시 웃는 모습이 편안하다. 커피를 내리는 카페 사장님의 태도는 사뭇 경건하다. 커피머신을 반짝반짝 닦는 모습은 진지하다. 조용하고 널찍한 카페가 대화하기 적당하다. 앞에 놓인 커피를 음미하며 침묵하니 먼저 말을 건넨다. 조합원 투표일까지는 부담 없이 편히 만나자고 한다.


 겨우 500세대 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이 이리도 어려운 일인가? 조합원이 만나는 사람은 과장이라는 직함을 단 홍보요원이다. 그녀는 자신의 일에 적극적이다. 주 1회 만날 때마다 조합원이 알아야 할 자료를 반드시 챙겨다 준다. 일 관련 대화는 10분이면 충분하다. 나머지 30 - 40분은 일상 이야기나 살아온 이야기를 잔잔히 한다. 이야기 속에서 삶의 이력이 읽힌다. 참 성실히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녀가 일하는 회사가 시공사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디가 접었다. 일선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회사의 방침에 따라 행동한다. 회사의 계약에 따르는 직원이기 때문이다. 회사가 정직하게 하지 못한 일 때문에 그녀와의 신뢰에 금이 간다.


 그녀가 다니는 회사는 일류 브랜드다. 들으면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런 회사에서 큰 실수를 하는 것 같다. 역시 기업은 이윤 추구 외 다른 목표는 없는가, 하는 질문이 나온다. 일선에서 성실히 일하는 직원들의 자존심도 살려줘야 하지 않을까? 그녀가 마시는 커피가 유독 써 보인다. 화사한 꽃 잔에서 출렁거리는 커피 향기는 애잔하다. 그녀의 손을 잡아줄 수 없어 애석하다. 자유롭고 활동적인 그녀가 맘에 들었는데 서운하다.


 오늘의 커피는 에티오피아 구지 우라가 라로 보다 G1. 레몬글라스, 로즈마리, 오렌지 향이 느껴진다. 쓰지 않고 달콤하다. 이 순간을 사는 진지한 사람의 태도가 보이는 커피다. 한껏 사랑하고, 우정을 나누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포근한 햇살을 누려라, 그런 메시지를 전하는 기분이다.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게 한다. 흔들려도 쓰러지지 않으며 유연하게 사는 것이 필요하고 말한. 피 향이 그녀의 마음에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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