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델링 Apr 27. 2022

163 같이 걷고 놀 사람 모집 중

콜롬비아 킨디오 라 에스트레야

- 무슨 일 있어?

- 요즘 왜 글을 안 써?

- 어디 아파?

- 밥이라도 사줄게, 나올래?

- 우리 커피 마실까?

- 넘 조용해서 불안해, 왜 그래?

- 캔디 레몬 필, 레몬 아이싱 만들었는데 나눠줄게.

- 행여 난제에 부딪혔다면 이해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을 거야.


 문 밖을 나서지 않는 나를 걱정하는 지인들의 목소리가 정겹다. 고독사 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긴다. 살다 보면 누구라도 모든 것이 귀찮고 반복되는 일이 지겨워서 숨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딱 지금 내가 그렇다. 무한반복 단순한 일이 피곤해서 어디로 가고 싶은데 당장 갈 수 없어서 세계지도만 본다. 코로나 기간이라 해외여행이 어려워 더 안달이 난다. 그나마 특별여행주의보가 해제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위로가 된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한국 여행족을 격리 없이 받아준다는 나라가 많아서 기쁘다. 호캉스도 좋고 휘황찬란한 야경의 밤바다도 좋고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개장한 롯데월드도 좋지만 붐비지 않는 자연환경이 근사한 곳으로 가고 싶다. 연 30만 명이 찾는다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인생 끝나기 전 꼭 걷고 싶은 길이다. 고되고 매일 8시간  이상 걸어야 한다는 엄포에 주눅이 들지만 그래도 내 여행의 종착지로 새긴다. 경건한 마음과 가슴 저리게 설레는 마음을 담아 반드시 가고 싶다. 걷고, 먹고, 자고, 놀고, 걷고, 쉬고, 또 걷고. 그 바람은 기필코 이루고 싶다. 이 의미심장한 마음으로 따분한 나날을 감사히 보내고 있음을 지인들에게 알린다. 문 밖을 나서지 않아도 건강히 잘 지내고 있음을 짧은 글로써 알린다.

 

 오늘의 커피는 콜롬비아 킨디오 라 에스트레야. 혀의 미뢰가 감지하는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감칠맛이 다 든 멋진 커피다. 답답한 일상을 쓴맛의 쓰나미로 후련하게 날려준다. 끊이지 않는 즐거운 수다처럼 달달한 맛은 최고다. 시시한 중년의 고단함을 새콤함으로 감싸준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칠맛이 커피의 향을 더 높인다. 참 맛있는 커피다. 자식을 걱정하는 어버이처럼 포근한 너트 향이 그윽한 커피다. 한 입 마시면 입꼬리가 눈가로 향한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봄날이 그리 노엽지 않다. 그윽하고 고상한 사람으로 익어가겠다고 스스로 약속하게 하는 커피다. 내 안부를 묻는 이들과 아름다운 찻잔을 준비해서 마시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162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아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