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좋아지고 있다는 말이 좋아서 오늘도 쓴다. 좋아진다, 좋아지다, 여러 번 들어도 좋다. 좋다는 말이 참 좋다는 것을 이제 확실히 알겠다. 그래서 지금 마음이 두둥실 하늘 가까이 날고 있다. 내 글을 읽고 기쁘다는 사람이 있어서 좋다. 내 글이 꼭 자기 마음 같아서 와락 울 뻔했다는 말도 좋다. 멀리 소풍 간 누나가 가만히 부르는 말 같다고 하니 뭉클하다. 같이 놀러 가고 싶은 마음에 운동화 끈을 조였다는 말이 귓가에 가랑가랑하다. 모두 다 듣기 좋고 고마운 말이다. 덕분에 내가 좀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다. 모두에게 참 고맙다.
말하며 놀기 좋아하는 3인이 삐걱대는 나무 바닥이 있는 근사한 카페에 모였다. 정원이 보이는 창가에 앉자 나긋나긋 말한다. 출입문에 달린 풍경이 달그랑달그랑 종소리를 내니 듣기 좋다고 한다. 오렌지 색과 갈색이 섞인 조명이 차분해서 좋다고 한다. 그린 이가 누구인지 모르는 넓은 하늘과 넓은 바다가 있는 그림이 좋다고 한다. 푸른 바다를 보니 마음이 간질간질해서 좋다고 한다. 서로 본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이 좋은가 보다. 알록달록한 무늬가 있는 찻잔과 꽃 그림이 있는 찻잔을 비교하며 어느 것이 더 좋은지 이야기한다. 우리 여기 좀 더 있다가 가자, 손님이 없으니 오래 있어도 되겠네, 소곤소곤 손으로 입을 가리고 호호호 좋아라 이야기한다. 자꾸 좋아, 좋아하다, 좋아지다, 좋아요, 좋았다, 좋아지내는, 좋아로 시작되는 단어가 흐르는 음악을 따라 날아다닌다. 그러다 좋아하는 마음에 대해 말했다. 한 사람을 깊이 좋아하는 마음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니 이야기가 끝이 없다.
- 고백할게, 감옥 갈지도 몰라.
- 엥? 감옥?
- 오랜 선수 생활에 이런 일은 처음이라 황당하네. 아내가 다 알아버렸대. 끝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겠다고 울어.
- 헐, 무슨 말 같잖은...
- 너무 억울해. 그런 일로 밥벌이를 그만둘 수는 없잖아. 말이 통해서, 말을 잘 들어줘서, 그래서 간간히 같이 놀았지. 순진하니 착하기도 하고 말도 잘 듣고.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지. 어쩌면 좋으니...
- 일단 잘못했다 빌어. 미안하다고, 사죄한다고 간곡히 말해.
- 솔직히 그만 두기 싫어. 얼마나 위로가 됐는지 몰라.
- 으으윽, 야! 네 마음은 대체 왜 그러냐? 늘 밖을 떠다니는 거냐고. 안정적인 직장에, 반듯한 아들에, 무엇이 문제인 거니? 이혼하고 싶지도 않으면서 마음을 주인 있는 남자한테 기대는 널 도대체 어찌 해석하면 좋을까?
한 사람을 깊이 좋아하는 마음에 대해서말하다 그녀의 고해성사가 되었다. 우리도 안다. 그녀의 마음이 밖으로 떠다니는 이유를. 하지만 그녀는 심하다. 들키지 않았을 뿐 처음이 아님을. 두근두근, 간질간질한 마음을 잠시 갖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다. 똑같은 지루한 일상에 활기도 줄 것이다. 풍부한 감수성으로 정성을 다해 이성을 좋아한다는 것은 즐겁고 재미있을 것이다. 다만 아무것도 모르는 배우자의 입장에서는세상 뒤집어지는 일이며 상처 받는다. 몰염치하고 뻔뻔하기 그지없는 태도다.이유불문 반칙이다.
오늘의 커피는 군고구마 맛이다. 달달하고 부드럽다. 나른하고 쓸쓸한 쓴 맛이 감돈다. 입안에 호박 고구마의 진득한 단맛이 고인다. 듬듬하고 고소하다. 한 모금 한 모금마다 구수함이 가득 찬다. 긍정, 희망, 위로, 감사, 겸손, 배려 등 사람의 속을 다 담은 맛이다. 인생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살 수 없다. 엉뚱한 욕심을 품고 분수에 넘치는 짓을 하고자 해도 안 된다. 괜히 서러워 목이 멘다. 그녀를 토닥토닥해준다. 안아준다. 마음이 닳아 해질 때 마시면 행복해지는 커피다. 마음이 넘어지면 일어서게 하는 오뚝이 같은 커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