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 쉽게 이해할 수 없어도

콜롬비아 나리노 수프리모

by 만델링

장기가 순탄하지 않았던 형제 이야기다. 서툴고 거친 인생을 살다가 별안간 조우한다. 대형 스크린을 통하지 않아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다. 탄탄한 줄거리에 마음이 가닿는다. 함축적이고 비유적이며 직관적이다. 름이 매끄럽다. 등장인물이 단출하다. 더스틴 호프만, 폐증 환자 역이다. 형이다. 톰 크루즈(61년 소 띠, 게자리, 키 180cm 같은 170cm, 잘생김에 사심 있어 나무 위키 검색함), 동생 찰리 역이다. 16세 때 가출했다. 수입차 판매 딜러다. 영화 <레인 맨 1989>. 어쩌다 본다. 이 영화, 넓고 깊게 감동적이다. 휘청이는 삶이 평안하게 자리 잡는 모습을 본다. 인간성 회복과 가족의 복원, 인문학부 교수님 강의에 나올 법한 이야기는 하지 말자. 사람은 서로에게 영향을 받아 어떻게 변하는가, 궁금하면 이 영화를 보자. 단박에 느낀다. 지구 상에 같은 몸에서 태어난 형제의 진한 애정을 씹을 수 있다. 살과 바람과 마음이 조화롭게 머문다. 담백하게 감동적인 영화다, 웬만하면 부사 빼고 새로운 단어로 꽉 채워 쓰고 싶은데 늘 부족하고 달린다. 오늘도 간신히 쓴다.


레이먼은 자폐증으로 3살 때부터 복지시설에서 지냈다. 16살 찰리는 아버지가 아끼는 자동차를 몰고 가출했다. 두 사람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만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찰리는 300만 달러의 유산을 독점하기 위해 사투한다. 찰리는 레이먼을 납치한다.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형 때문에 차를 타고 여행 아닌 여행을 한다. 형의 놀랄만한 관찰력과 기억력을 알게 된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빚을 갚고도 남을 만큼의 돈을 번다. 형을 이해하고 응원한다. 형제애로 승화한다. 웃기고 뭉클하다. 우리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배우들의 연기력에 감탄한다. 천부적 재능보다 엄청난 연습량이 뒷받침된 결과일 것이다. 두 배우의 호흡이 척척 맞는다.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이라 시간이 흘렀음에도 빛난다. 작품 내용, 배우의 연기가 촌스럽지 않다. 그때는 바지통이 24인치 허리둘레만큼 넓었구나. 셔츠 깃은 좁았구나. 재킷의 소매통은 여유가 있고 품은 넉넉했구나. 지나간 패션코드도 읽을 수 있다. 지금의 톰 크루즈보다 영화의 찰리가 조금 더 잘 생겼구나. 편향된 마음의 소리가 담긴 영화 감상이다.


오늘의 커피는 부드러움과 쓴 맛의 대표선수다. 아몬드 카레멜 맛이다. 군더더기 없고 깔끔하다. 밀크 초콜릿의 달착함이 고인다. 사는 동안 반복되는 남루한 이야기가 읽힌다. 하루에도 몇 번씩 겪는 쓴 맛을 여과 없이 느끼게 한다. 형제의 갈등과 화해처럼 쓴 맛과 부드러운 고소함이 마시는 풍미를 더한다. 물질적인 성공이 인생의 완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커피도 사악한 쓴 맛이 커피의 주된 매력은 아니다. 코를 마비시키는 쌉쌀함과 달보드레한 향이 있다. 기포가 톡톡 튈 듯한 상쾌한 맛이 느껴진다. 삭막한 마음과 메마른 감성을 촉촉하게 한다. 까만 커피 한잔에 짧고 굵은 인생의 단상이 앉아 있다. 예측 불허, 화난, 괴팍한 사람 아니다. 편히 기댈 수 있는 사람을 닮은 커피다. 한결같지만 뻔한 사람은 아니라는 뜻이다. 삶의 내밀한 부분, 고단한 부분, 시름을 달래준다. 시든 지 오래된 마음에 물을 준다. 수프리모는 붉은 꽃들이 만개하고 주황색 지붕들이 빛을 내는 아름다움을 상상하게 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세상에서 혈육이란 서로를 지키고 지켜주는 임무 수행자가 아닐까. 쓸쓸하고 유쾌한 형제에게 박수를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