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 당신의 꿈을 묻는

파퓨아 뉴기니 블루마운틴

by 만델링

시원한 비행기구름이 하늘을 세로로 쩍 갈라놓는다. 잠시 하릴없는 시간이 생기니 졸음이 온다. 멸치 똥도 따고 깍두기도 담가야 하는데 몸은 주저앉는다. 어디 마실이라도 갈까 하는 마음도 든다. 산뜻한 푸른 하늘과 따글 하고 묵직한 공기가 사라진 가벼운 하늘이 집에 갇힌 주부를 밖으로 보내려 한다.

는 여름이 만드는 풍경이 좋다. 부채와 선풍기, 에어컨, 냉동실 각얼음, 색이 선명한 과일, 날마다 새로운 얼굴의 구름, 수선스럽고 거친 바람, 사나흘의 짧지만 긴 휴가. 여름은 마음을 평안하게 만드는 완벽한 계절이다.

이런 여름날에는 아이스커피가 딱 좋다. 맛있어져라 얍~ 하는 주문을 걸고 가늘고 느린 물줄기로 조심스럽게 내린다. 상큼하고 열정적인 젊음의 과일향이 수준급으로 피어날 때 각얼음을 퐁퐁퐁 넣어 휘리릭 젓는다. 맞춤한 아이스커피가 탄생한다. 역시 나는 커피를 맛있게 내리는 기특한 재주를 지녔다.


오늘의 커피는 쓸쓸한 향과 서툴고 세련되지 못한 까슬한 쓴 맛이 좋다. 가을이나 겨울보다 늦봄과 여름에 잘 어울리는 커피다. 모히토나 블루문 같은 칵테일을 곁에 두고 마셔도 분위기가 좋다. 쓸쓸한 향기를 담은 칵테일과 서늘한 맛을 담은 커피를 대작하면 참 근사한 분위가 될 것이다. 오늘의 커피는 꿈이 무엇이었는지, 꿈이라는 것을 꾸기는 했는지 가물가물할 때 마시면 내 안에 좀 더 나은 내가 있다고 답해준다. 지금은 주름진 얼굴로 하루거리의 일에도 비실대며 휘청거리지만 열정과 순수한 마음, 강렬한 에너지가 있었음을 알려준다. 더 나은 내가 남은 삶을 잘 이끌어갈 것이라고 위로한다. 오늘의 커피는 '와, 여름이다~'하며 외치는 커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