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 여행을 꿈꾸는

부룬디 AA

by 만델링
유럽의 밤 열차는 내게 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돌아갈 수 없는 공간을 그리워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중요한 것은 그리하여 '유럽'이 아니라 '여행' 자체다

정여울의 책을 읽는다.

읽기만 해도 즐거워지는 책이다. 단순한 여행지 소개, 짐을 꾸리는 방법,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맛집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어서 더 관심이 간다. 저자는 자신만의 발걸음 소리를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 게 여행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먼 곳을 향한 그리움이 아니라 나만의 발소리를 듣는 시간이란다. 엽서 속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만을 보는 게 아니란다. 자신의 안에 차오르는 아픔을 보고 제대로 보지 못하는 자신의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 여행이란다.


오늘의 커피는 이 책과 함께 하면 좋은 커피다.

단맛과 화려한 색감을 지닌 마카롱을 작은 접시에 담아 커피 한 모금에 조금씩 녹여 먹으면 아~ 행복! 행복이라는 손에 잡히지 않는 단어의 따뜻함이 가슴에 쌓인다.

무겁지 않지만 가볍지도 않다. 건조하고 묵직하다. 단단한 느낌이지만 따뜻하고 포슬포슬하다. 독특한 향기와 다크 초콜릿의 쌉쌀한 맛이다. 일상의 단조로움을 소중하게 여기도록 만드는 커피다. 소박하고 익숙한 것이 싫증 날 때 내가 가진 것이 하찮게 느껴져 초라해질 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부룬디를 마시자. 혀 끝에 쓴 맛이 닿는 순간 이 정도면 정말 괜찮은 편이야 하게 된다. 스스로를 토닥토닥 위로하게 된다. 부룬디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다고 여기는 가난한 마음을 호~오 해준다. 살아갈 날들이 그리 혹독하지만은 않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