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 내가 좋아하는 커피

콜롬비아 산 알베르또

by 만델링

오전 6시 기상. 모닝커피를 마시며 어떤 커피 이야기를 할지 고민한다. 작은 아이를 학교 보내고 후 반쯤 이야기를 푼다. 곧 끝을 맺겠구나 여겼는데 설거지와 청소, 빨래, 잠깐의 외출을 한다던가 하면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흐름을 놓치고 반쯤 쓴 글을 고개를 갸웃거리며 낯설게 읽을 때가 많다. 그러다 보면 글은 거의 한밤이 되어서야 겨우 모양새를 갖춘다. 가볍고 부드럽게 완성되는 날보다 지루하게 끄는 날이 훨씬 많다. 떠오르는 친구가 있거나 마음에 드는 풍경을 봤거나 새로운 물건을 샀거나 멋진 카페에 간 날은 단숨에 쓰기도 하지만 그런 날은 드물다. 누가 시켜서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내가 아는 커피를 친구와 가족, 일상의 풍경에 머무려 이야기로 쓰고 적어도 일 년의 날짜만큼 365회는 해보자는 다짐이었다. 그 다짐으로 브런치에 글을 쓴 지 칠십 일째다. 두 달을 넘겼다는 뜻이다. 스스로 기특하여 나에게 근사한 커피를 선물할까 싶다.


오늘의 커피는 커피의 맛과 향, 종류에 대한 핵심 정리다. 다수의 사람들이 인정하는 맛이란 맛(taste)과 풍미(flavor)로 분류된다. 혀의 미뢰가 감지하는 맛은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감칠맛(umami)이다. 풍미는 코의 후각 기관(olfactory receptor)이 감지한다. '맛있다'라고 하는 총체적 경험은 풍미, 즉 향이 80%를 결정짓는다.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귀담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커피를 마실 때 커피 맛이 좋다고 하기보다 커피 향이 좋다, 정말 근사한 향을 가진 커피다, 라는 말을 더 많이 자주 한다. 향이 좋은 커피를 마신 후 맛있는 커피를 마셨다고 말한다. 우리도 그런 때가 있지 않은가. 커피잔을 두 손으로 모아 쥐고 따뜻하고 매끈한 온기를 느끼면서 코를 벌름거리고 향을 음미하며 음, 참 맛있는 커피구나 한다는 걸. 한 잔의 커피에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가 자작자작 솟아나는지 마시면 마실 수록 안다.

커피 맛을 결정하는 요소는 원두와 커피를 내리는 사람의 솜씨에 국한되지 않는다. 커피를 마시는 날의 기온과 습도, 끓이는 물의 종류와 온도, 추출 도구와 속도, 커피잔의 크기와 모양, 커피를 마시는 공간의 크기와 형태, 곁들이는 음식, 함께 마시는 사람의 수와 성격도 영향을 미친다. 이런 이유로 한 잔의 커피 맛을 결정하는 요소는 수십 가지가 넘는다고 할 수 있다. 거창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내가 정의하는 커피는 위로와 따뜻함이다. 알싸하고 향긋한 냄새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누군가의 우울과 슬픔도 가만히 가라앉힌다. 위로를 나누게 하는 유혹적인 존재다. 숨 막히게 답답한 일상도 쓴맛의 쓰나미로 감당할 수 있는 삶으로 보듬어 반복하게 한다. 쓸모없는 일에 몰입하는 즐거움도 준다. 시시한 중년이 되는 고단함을 코끝 찡한 소중함으로 느끼게 한다.


오늘의 커피는 롬비아 산 알베르토.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려고 노력해 보자고 말한다. 붉고 노랗게 가을이 끝나는 즈음에 마시기 좋은 커피다. 널따란 창이 있는 카페에서 느리게 지나가는 풍경을 배경으로 마시면 더없이 좋을 커피다. 못내 남아 있는 서운함도 사라지는 쓴맛이다. 깊이 생각하고 보듬어 안는 부드러운 단맛이 있다. 나이 들어도 전념할 수 있는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한다. 입안에 길게 남는 산뜻하고 고소한 맛이 있다.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를 한 엄마가 가만히 잡아주는 손의 온기가 느껴지는 커피다. 낡아지는 것을 지키고자 애쓰는 열정이 담백하고 소박한 쌉쌀함으로 비강에 오래 남는 커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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