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4 향기롭게 빛나는

과테말라 볼케닉 산 마르코스

by 만델링

커피가 맛있는 카페를 찾아다니는 마니아는 아니지만 아담한 크기의 가게에서 향기롭고 따뜻한 커피를 내리는 카페 주인장 서넛을 안다. 그중 정 씨 성을 가진 이는 배낭여행을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대화하는 방법을 배웠고 외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며 결혼을 인간의 미덕으로 여겨 일찍 결혼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녀를 사랑했던 남자들은 하나같이 경제 자립도가 D 마이너스였던 관계로 집안의 전적인 동의를 얻지 못해 지금까지 싱글로 빛나게 살고 있다. 한때는 그녀의 모든 것이 부러웠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일을 해내는 자세, 각지를 다니며 쌓은 넓고 다양한 경험, 자신이 번 돈으로 확장에 확장을 거듭하는 사업 규모, 나라면 살 수 없는 물건을 척척 구입하는 씀씀이 등 부럽지 않은 게 없었다. 경제적인 독립과 자유로움이라는 완벽한 날개를 그녀가 그렇게 빛나 보일 수 없었다. 늘 부럽기만 하다가 그 빛남의 한켠에도 부족하고 아쉬운 게 있다는 걸 알 조금 허전해졌다. 러내어 표현할 수 없는 외로움이라는 쓸쓸한 마음병이 있단다. 때로 외로움은 쑥쑥 자라나 불면증을 부르기도 한다며 내게 되려 위로를 구한다. 그녀는 사람의 혼자이고 싶은 마음을 어찌나 잘 알던지 날씨에 따른 마음의 변덕에 어울리는 커피를 권하기도 하고 드물게 그녀의 카페에서 오롯이 둘이서 커피를 마시는 호사를 누릴 수 있게도 해준다. 간절하게 혼자인 시간이 필요한 전업주부의 마음을 그녀는 안다. 입구에 늘어선 야생화 화분은 탐스럽다. 허브가 어지럽게 심어진 빨간 고무 다라이는 생경스럽고 카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지만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겉보기와 달리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그녀다.


늘의 커피는 과테말라 볼케닉 산 마르코스. 맛있는 커피를 맛보기 전의 그 기분 좋은 설렘을 만끽하게 한다. 이름에서 역동적인 화산지형을 상상할 수 있지만 과테말라에서 가장 덥고 습한 호수를 낀 지역에서 생산된 커피다. 깔끔하고 정갈한 쓴맛이 난다. 풍부한 향과 산미가 약하지만 기분 좋은 단맛이 있어 인기가 많다. 적당량의 카페인이 주는 각성효과에 빠져보자. 청춘들의 열기로 뜨거워진 카페에서 마시면 더 맛있게 마실 수 있다. 어쩌면 뜨거운 물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그곳에서는 가쁜 숨소리로 분쇄된 원두를 불려서 커피를 내릴 수 있지도 모른다. 수없이 많은 매력을 지닌 젊은이들이 모이는 홍대 앞 거리에 있는 그 어떤 카페라면 훨씬 더 좋지 않을까. 들뜸 속에서도 묘하게 마음이 편해질 것 같다. 향과 맛보다 그들의 에너지가 하나의 새로운 향기, 풍미, 개성을 가진 스페셜티 커피라 여겨질 것이다. 쿡~ 쓰고 연하게 단맛을 띤 커피는 젊음이 아름다움이라는 말, 건강하다는 것이 원하는 것을 이루는 근본이 된다는 말을 제대로 전달할 것이다. 하루 종일 기다려지는 그리운 누군가의 방문처럼 매일 마셔도 근사한 맛의 커피가 될 것이다. 오늘의 커피는 호화롭고 특별하지 않다. 대신 커피를 마시는 모든 사람이 특별하며 나름의 재능으로 빛난다고 말한다. 고로 피를 마시면 모든 이가 매력적인 사람이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소중하게 봉인된 젊은 날의 기억들을 소환하며 편안하고 향기롭게 미미한 기억을 꼭 붙들게 한다. 각설하고 괴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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