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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테크니션 Jun 20. 2020

아이러니

60-70년대에는 집에서나 가게에서나 유명한 화가의 그림이나 성현의 명언을 액자에 넣어 걸어 놓는 것이 아주 일반적이었습니다. 그중 가장 많이 걸려있는 그림은 아마도 밀레의 만종이나 이삭 줍는 사람들일 것이고 가장 유명한 명언은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또는 “ 삶이 그대를 속일지 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라는 문구일 것입니다. 이 중에서 “삶이 그대를 속일지 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는 러시아의 문학가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 라도”라는 시의 한 구절입니다. 

푸시킨은 러시아 문학의 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문학가로서 러시아 문학의 발전뿐 아니라 러시아어 자체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톨스토이나 토스토 예프스키와 같은 러시아의 대 문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문학을 푸시킨 이전과 푸시킨 이후로 나눈다고 합니다.  

1799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그는 러시아 문학 사상 최초의 리얼리즘 소설로 꼽히는 “에브게니 오네긴” 그리고 대표작인 “대위의 딸”과 같은 작품과 가장 유명한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 라도”를 집필하였습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 지나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절망의 나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반드시 찾아오리라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늘 슬픈 법 

모든 것은 한순간에 사라지지만 가버린 것은 마음에 소중하리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며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설움의 날은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은 오고야 말리니”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푸시킨 본인은 삶이 그를 속였을 때 슬퍼하고 노여워하여 38세의 짧은 생을 마쳤습니다. 그는 러시아 상류 사회 사교계의 꽃이었던 곤차로바라는 아름다운 여인과 결혼하였습니다. 그러나 곤차로바는 결혼 후에도 사교계를 떠나지 않았고 러시아 근위대에 근무하는 프랑스인 장교 단테스의 끈질긴 구애로 말미암아 그들의 염문은 러시아 상류사회의 최대의 스캔들이 되었습니다. 이에 모욕감을 느낀 푸시킨은 당시 법으로 금지되었던 결투를 단테스에게 신청하였으나 단테스가 곤차로바의 언니와 결혼 함으로써 없었던 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단테스는 결혼 후에도 계속 곤차로바에게 구애를 했고 단테스의 양아버지가 “아내에게 배반당한 남자 된 것을 축하한다”는 조롱의 편지를 보내자 푸시킨이 화가 나 그를 비난하는 편지를 보내게 됩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단테스가 결투를 신청하여 푸시킨은 총상을 입고 부상의 여파로 이틀 후에 사망을 하게 됩니다. 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온다고 본인은 노래했으면서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진다고 했으면서 그는 그의 소설 “예브네기 오네긴”에서 주인공 렌스키가 오네긴과의 결투에서 죽음을 맞이 했듯이 38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의 아내는 7년 후 재혼을 하였습니다. 삶은 정말 아이러니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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