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 테크니션 Jun 20. 2020

국밥

어느 시골 마을에 국밥 집이 하나 있었습니다. 50대 중년의 부부가 운영하는 이 국밥집은 손님이 그리 많지도 적지도 않은 아주 평범한 국밥 집이었습니다. 시골 국밥집이다 보니 찾아오는 손님들은 간혹 외지에서 온 뜨내기손님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아주 오래된 단골손님이었습니다. 

어느 날 한 차례 점심 장사를 마친 국밥 집주인 부부가 막 한 숨을 돌리려 하는데 처음 보는 할머니와 어린 손자 인 듯한 아이가 국밥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할머니는 자리에 앉으면서 “나는 이미 밥을 먹어서 그러는데 국밥 한 그릇만 시켜도 될까요?”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주인아저씨는 “아 그럼요. 당연히 해 드려야죠” 하면서 주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잠시 후 국밥이 배달되고 어린 손자는 아주 맛있게 국밥을 먹기 시작하였습니다. 

“근데 할머니, 할머니도 점심 안 먹었잖아? 이거 같이 먹어” 하면서 아이가 밥을 덜어 주려고 하자 할머니는 “아니야 할머니는 속이 안 좋아서 못 먹겠어” 하면서 아이가 국밥을 다 먹는 동안 깍두기만 몇 개 오물오물 씹어 먹었습니다. 아이가 밥을 다 먹자 할머니는 주머니에서 오천 원을 꺼내 주인아저씨에게 주자 “할머니께서는 오늘 아주 운이 좋으신 것 같습니다. 우리 가게는 매일 100번째 손님에게는 돈을 받지 않습니다.” 하면서 오천 원을 돌려주었습니다. 할머니는 의아해하면서도 감사하다고 말하고는 손주의 손을 잡고 가게를 나갔습니다. 할머니와 손주의 뒷모습을 보는 주인아저씨의 입가에는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며칠이 지나 아침에 장사 준비를 하려고 가게 문을 연 국밥 집주인 아저씨는 며칠 전에 할머니와 국밥을 먹으러 왔던 아이가 가게 건너편 전봇대 앞에 서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저씨는 아마 아이가 그때 지나가던 길이 아니라 할머니와 새로 이 동네로 이사 왔는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다시 가게로 들어와 음식 재료를 손 질 하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였습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가게 주인이 무심코 문밖을 쳐다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아침부터 있던 아이가 아직도 전봇대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 앞에는 조그만 돌멩이가 많이 놓여 있었습니다. 아이가 하는 행동이 이상하여 가만히 살펴보니 아마도 아침부터 가게로 손님이 들어올 때마다 아이는 돌멩이를 하나씩 쌓아 놓은 것 같았습니다. 이 모습을 본 주인은 부랴부랴 전화기를 들었습니다. “어이 김 사장! 점심 아직 안 했지? 오늘은 특별히 반값에 모실 테니 다른 손님 좀 많이 모시고와” “응 철수냐? 너 지금 친구들 데리고 가게 와서 점심 먹어” 국밥 집주인은 여기저기 전화를 했고 손님이 가게로 들어올 때마다 아이 앞의 돌멩이도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가게 문이 열리면서 아이가 들어오면서 물었습니다. “아저씨, 내가 오늘 100번째 손님 맞죠?” 그러자 주인은 “응 그래 오늘도 네가 운이 좋구나 어서 들어오너라” 하자 아이는 할머니의 손을 잡아끌며 가게로 들어왔습니다. “할머니, 오늘은 내가 할머니에게 점심 사드리는 거야” 하면서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국밥 하나를 주문하였습니다. 

할머니가 국밥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손주는 즐거워하였습니다. 이 모습을 본 주인아주머니가 “여보! 아이 것도 하나 더 만들까요?” 하고 주인아저씨에게 물었더니 아저씨가 말했습니다. “아니야 저 아이는 지금 먹지 않고도 배부른 법을 배우는 중이야” 

할머니가 손주에게 “너도 좀 먹을래?” 하고 묻자 아이는 웃으며 “아니, 할머니 나는 지금 배가 너무 불러 못 먹어”라고 말했습니다. 이 모습을 본 두 주인 부부의 눈가에는 살며시 이슬이 맺혔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세월이 가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