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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테크니션 Jun 20. 2020

붉은 여왕 효과

주어진 환경과 경쟁에서 적응만 잘하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예전의 기준이라면 이 가설은 진리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가설이 등장하면서 이가설은 더 이상 진리로 취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의 생물 진화학자인 밴 베일런은 1973년 “새로운 진화 법칙”이라는 논문에서 붉은 여왕 효과라는 가설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는 그의 지속 소멸의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이 가설을 도입했는데 이 가설에 따르면 지금까지 지구 상에 존재했던 생명체 중 90% 이상이 멸종하였는데 그 이유는 적자생존의 자연환경 하에서 진화하지 못하는 생명체뿐 아니라 다른 생명체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진화가 느린 생명체도 마찬가지로 멸종한다는 것입니다. 즉, 더 빨리 진화하는 상위 10%의 생명체만 살아남고 상대적으로 느린 하위 90%는 도태한다는 가설입니다. 유명한 루이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속편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라는 동화가 있습니다. 이 동화에서 앨리스가 붉은 여왕과 함께 나무 아래에서 계속 달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달리던 앨리스가 숨을 헐떡이며 붉은 여왕에게 “계속 뛰는데 왜 나무를 벗어나지 못하나요? 내가 살던 나라에서는 이렇게 뛰면 벌써 멀리 갔을 텐데”라고 묻자 붉은 여왕이 “여기서는 힘껏 뛰어야 제자리야. 나무를 벗어나려면 지금 보다 두배는 더 빨리 뛰어야 해”라고 답하였습니다. 거울나라에서는 한 사물이 움직이면 다른 사물도 따라 움직이는 특이한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붉은 여왕 효과는 바로 이 동화에서 유래가 되었습니다.


인도양의 모리셔스라는 섬에 도도새가 서식하고 있었습니다. 칠면조보다 큰 이 새는 이 섬에서 그 누구의 방해도 없이 살았기 때문에 서서히 비행능력을 잃게 되었습니다. 이 섬의 울창한 숲에는 많은 종류의 조류만 있었지 포유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조류들이 진화하는 동안 도도새는 오히려 퇴화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1505년 포르투갈인이 이 섬에 상륙하고 날지 못하는 도도새는 인간의 손에 무참히 남획되고 또한 인간과 함께 들어온 원숭이와 같은 포유류에 의해 잡아 먹혀 176년 만에 완전히 멸종되었습니다. 붉은 여왕 효과의 아주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도도새와는 반대로 영양은 살기 위해 죽어라 도망치는 법을 배우며 진화하였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영양은 밀림의 왕 사자를 그리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적당한 거리만 유지되면 사자를 따돌리는 법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속 110km로 달리는 치타에게는 사정이 다릅니다. 그래서 영양은 치타의 빠른 공격에 살아남기 위해 빨리 달리는 것뿐 아니라 방향을 좌우로 틀며 도망치는 법을 배우며 진화하였습니다. 또 다른 붉은 여왕 효과입니다.

이러한 붉은 여왕 효과는 진화적 군사력 확장 경쟁이라고도 합니다. 인간은 박테리아를 죽이기 위해 오랫동안 고성능의 항생제를 개발하였습니다. 그러나 항생제는 박테리아를 박멸하기는커녕 오히려 내성이 강한 슈퍼박테리아를 키우게 되었습니다. 박테리아는 생존을 위한 방어 본능으로 강력한 항생제를 물리 칠 수 있도록 자신의 군사력을 확장해 진화한 것입니다. 박테리아를 박멸하려면 인간은 박테리아 진화 속도보다 더 빨리 달려야 할 것 같습니다. 슈퍼 박테리아도 신종 바이러스도 그들의 적자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어서 참 걱정입니다. 

 생존경쟁을 위한 붉은 여왕 효과는 경영학에도 접목되었습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교수인 윌리엄 바넷은 1996년 “조직 진화 내의 붉은 여왕”이라는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바넷은 그의 논문에서 경쟁은 시장에서 기업을 더 강하게 만들고 성과를 높이려 노력하는 기업은 시장의 승자가 된다 그러나 승자의 지위는 실패를 만회하고자 더 분발하는 패자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거울나라의 붉은 여왕이 앨리스에게 말한 것처럼 쉼 없이 경쟁기업을 살피고 더욱 분발하지 않는 기업은 결국 시장에서 도태된다는 것입니다. 한 때 세계 필름 사진 시장을 주도했던 코닥필름은 사실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한 회사입니다. 하지만 필름 카메라 시장의 피해를 우려해 디지털카메라 상용화를 금지시켰습니다. 그러다 경쟁사의 디지털카메라 대중화에 따라 필름 시장이 급속도로 축소돼 2012년에 파산하였습니다.  2010년 세계 휴대전화 시장 30%를 점유해 세계 1위를 기록했던 핀란드 국민기업 노키아는 경쟁사의 스마트폰 공세에 대응하지 못해 2013년 문을 닫고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사에 합병되었습니다. 미국의 기업 중에서 1900년대에 상장한 수많은 기업 중 현재에도 존재하는 회사는 GE 단 하나이고 1970년에 포춘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중에서 30년 후까지 생존한 기업은 30%가 채 되지 않았습니다. 경제계에서도 붉은 여왕 효과 가설은 진리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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