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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테크니션 Jun 20. 2020

거울

거울은 언제부터 사용되었을까요? 아마도 인류 최초의 거울은 연못이나 그릇에 담긴 물의 표면일 것입니다. 인조 거울이 없던 시절에는 인간은 이 수면 거울을 통해 자신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수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너무 사랑해 죽게 되는 나르키소스 일화는 아주 유명합니다. 나르키소스는 강의 요정 리리오페의 아들입니다. 리리오페는 아들의 운명을 알아보고자 예언가 테이레시아스를 불러 아들의 운명을 물어보았는데 그는 나르키소스가 자신의 얼굴만 보지 않으면 아주 오래 살 것이라고 예언하였습니다. 그래서 리리오페는 동료 요정에게 부탁해 나르키소스가 수면에 얼굴을 비추면 얼굴을 보지 못하도록 마법을 걸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나르키소스가 성장한 이후에 많은 요정들이 그에게 반해 구애를 했다가 거절을 당하자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에게 기도해 그에게 저주를 내리게 하였습니다.  그 저주로 나르키소스는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어 자기와 사랑에 빠져 호수에 비친 자기의 모습만 쳐다보다가 물에 빠져 죽게 됩니다. 그 후 그가 죽은 자리에서 꽃이 피어 수선화가 되었으며 자기애가 강한 사람을 나르키소스 이름을 따서 만든 “나르시시즘”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물의 표면이 아닌 인류 최초의 인조 거울은 6천 년 전 지금의 터키 영토인 아나톨리아 지역의 고대 무덤에서 발견된 흑요석 거울입니다. 그때는 돌을 갈아서 거울로 사용했습니다. 최초의 금속 거울은 BC 3 천년경 이집트 피라미드에서 나온 구리거울입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구리를 갈아서 거울을 만들었습니다. BC 2천 년경 중국에서도 청동을 갈아 만든 청동 거울을 사용하였습니다. 요즘 현대 사회에서 쓰고 있는 유리거울은 12세기에 개발되었고 19세기부터 은도금의 기법이 거울에 사용되면서 거울의 대량 생산 시대를 열게 되었습니다.    


아주 옛날 어느 왕국에 결점이 있는 사람이 거울을 쳐다보면 유리에 얼룩이 지는 신비한 힘을 갖고 있는 마법 거울이 있었습니다. 이 왕국의 왕은 이 마법 거울에 모습을 비춰 볼 여인을 초대한다는 포고문을 온 나라에 붙였습니다. 이 거울에 모습을 비추어 아무런 얼룩이 없는 여인과 결혼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꽤 시간이 흘렀는 데도 아무도 이 거울에 모습을 비추겠다고 나서는 여인이 없었습니다. 왕국 내의 명망 있는 집안의 여인들도 온통 얼룩으로 가득한 거울 앞에서 망신당할 것이 두려워 아무도 나서질 못하였습니다. 대신 그들은 친구들을 찾아가 거울 앞에 서라고 강권하였습니다. “너는 돈도 많고 예쁘고 어디 하나 부족한 것이 없으니 너는 거울 앞에 서도 얼룩이 없을 거야”. 그러나 이런 권유를 받은 대부분의 여인은 자신의 결점을 스스럼없이 들추어냈습니다. “아니야 사실 내 허리살은 매우 뚱뚱해” “그래도 넌 피부가 좋잖아 네가 도전해봐” 등 그들이 거울 앞에 설 수 없는 수만 가지 이유를 대며 나서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도 아무도 거울 앞에 서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랜동안 산에서 양을 키우던 여인이 오랜만에 마을에 내려왔습니다. 그녀는 포고문을 읽자마자 바로 왕궁으로 향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성문 앞을 지키고 있는 병사에게 말하였습니다. “마법의 거울을 보러 왔습니다” 이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많은 여인들이 과연 누가 마법의 거울을 보러 왔는지 보기 위해 성안으로 몰려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허름한 옷차림을 보자 실망하며 모두 수근 대기 시작하였습니다. 한 차례 웅성거림이 그치자 왕은 물었습니다. “그대는 거울에 모습을 비추어 보겠는가?” “예” “그런데 그대는 아무도 거울을 보기 위해 나서지 않는데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는 결점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포고문에 완벽한 사람을 찾는다는 말은 없었습니다. 그저 거울에 비추어 얼룩이 없는 사람을 찾는다고 하였습니다. 이 세상에서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하며 거울 앞에 섰습니다. 거울에는 아무런 얼룩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많은 여인들이 “말도 안 돼!”하며 그녀를 밀쳐 내며 모두 거울 앞에 섰습니다. 역시 아무런 얼룩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왕은 “약속대로 나는 이 여인과 결혼하겠노라”라고 선포하였습니다. 많은 여인들은 그제야 자신의 어리석음을 후회하였습니다.  


거울에 비추어진 모습은 아마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행복한 사람은 행복한 얼굴로 불행한 사람은 불행한 얼굴로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딱 그만큼만 거울에 비추어질 것입니다. 마법의 거울은 결국 마음의 거울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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