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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테크니션 Jun 20. 2020

부러움과 질투 사이

어느 시골 기차역 플랫폼에서 아주 남루한 옷차림에 삐쩍 마른 소년이 기차를 기다리는 많은 승객들 사이를 지나다니고 있었습니다. 이 소년은 얼핏 보아도 승객은 아닌 것 같고 이 역 플랫폼에서 구두닦이를 하거나 물건을 팔면서 살아가는 아이인 것 같았습니다. 이 소년은 지나다니는 사람들 사이에 떨어져 있는 낡은 슬리퍼 한 짝을 주웠습니다. 소년은 이 슬리퍼를 들고 구석진 곳으로 가서 쪼그리고 앉아 신을 수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이 슬리퍼는 이미 낡을 대로 낡아서 고쳐 신을 수도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소년은 마치 이 슬리퍼가 자신의 처지와 닮아 보여 서글프기만 하였습니다. 그때 손에 있는 낡은 슬리퍼 앞으로 반짝이는 가죽구두를 신은 어떤 남자아이의 발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 아이는 말끔한 정장을 차려 입고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소년의 앞을 지나 쳤습니다. 그리고는 건너편 의자에 앉아 손수건으로 새로 산 구두인 듯 연신 구두코에 앉은 먼지를 털어내고 있었습니다. 소년은 부러운 눈으로 아이와 아이의 구두 그리고 아이의 곁에 있는 부모님을 한동안 쳐다보았습니다.        


그때 플랫폼 종소리가 땡땡 울리며 기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은 기차를 타려고 우르르 기차 쪽으로 몰려들었고 구두를 닦는데 정신이 없었던 남자아이는 인파에 밀려 부모를 놓쳤습니다. 앞서가던 아버지가 사람들 틈을 비집고 다시 돌아와 남자아이를 찾아 힘들게 기차에 태웠습니다. 그러나 서두르다 보니 구두 한 짝이 벗겨져 그만 플랫폼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기차는 이미 출발했고 구두는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 기차 문에 매달려 남자아이는 그만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때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소년이 쏜살같이 뛰어나와 남자아이의 구두를 주었습니다. 잠시 구두를 쳐다보던 소년은 갑자기 기차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기차 문에 매달려 있는 남자아이에게 구두를 넘겨주려 한참을 달리면서 손을 힘껏 내 뻗었으나 안타깝게도 채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기차와의 간격이 점점 더 멀어 지자 소년은 남자아이를 향해 구두를 힘껏 던졌습니다. 그러나 구두는 기차 밖을 맞고 튕겨 나와 플랫폼 끄트머리에 떨어져 버렸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본 남자아이는 잠시 물끄러미 떨어진 구두 한 짝을 지켜보더니 신고 있던 나머지 구두 한 짝을 벗어서 오히려 플랫폼에 서있는 소년에게 던졌습니다. 그리고는 활짝 웃으며 소년을 향해 손을 흔들었습니다. 소년도 웃으며 멀어져 가는 남자아이에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만일 부러움을 넘어서 가난한 소년이 부유한 남자아이를 질투하여 떨어진 신발 한 짝을 돌려주려 하지 않고 그냥 한쪽만 가져갔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 한쪽뿐인 구두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을 것입니다. 부유하고 부모가 있는 남자아이를 부러워하기는 했으나 질투는 하지 않은 가난한 소년의 선량함이 온전한 구두를 갖게 했을 뿐 아니라 구두를 잃게 된 아이의 마음도 행복하게 해주는 결과를 낳게 하였습니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 남의 행복의 나의 불행”이라고 생각하는 질투심은 참 많은 것을 잃게 합니다. 맹자의 “질투는 항상 남을 쏘려 다가 결국 자신을 쏜다”라는 명언처럼 남을 부러워하여 그것을 자신의 발전의 계기로 삼아 야지 질투에 눈이 멀어 남의 시기하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이집트 출신의 사라 로직이라는 감독이 만든 6분짜리 <The other pair: 다른 한 짝>라는 단편영화의 줄거리입니다.  카이로의 영화학교를 갓 졸업한 20세의 사라 로직은 이 데뷔 영화로 2014년 룩소 영화제 은상을 수상 하였습니다. 그녀는 마하트마 간디의 일화에서 모티브를 따 이 영화를 만들었는데 젊은 시절 변호사로 일하던 간디가 기차를 타다 신발 한 짝이 플랫폼으로 떨어져 집을 수 없게 되자 남은 한 짝을 던지며 그 연유를 묻는 사람에게 “따로 나누어진 신발 한 짝은 쓸모가 없죠. 그러나 짝을 찾은 신발은 누구에게나 쓸모가 있습니다. 특히 가난한 사람에게는 더욱 쓸모가 있겠지요.”라고 답했다 합니다. 20살의 어린 감독이 이 간디의 일화에 더 많은 영감을 불어넣어 두 아이의 순수하고 해맑은 이야기로 탄생시켜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갖게 하였습니다. 6분짜리 영화가 600분 이상의 여운을 남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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