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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테크니션 Jun 20. 2020

춘래불사춘 (春來不似春)

해마다 봄이 오면 자주 쓰는 말이 “춘래불사춘” 입니다. 이는 봄이 왔어도 봄이 온 것 같지 않다는 뜻으로 봄이 왔으나 날씨가 아직 추워서 이 말을 쓰기도 하지만 계절은 좋은 시절이 왔지만 처한 상황이나 마음이 아직 추운 겨울 같은 경우에도 이 말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말은 중국의 4대 미녀 중 하나인 왕소군을 두고 지은 시 가운데 있는 글귀입니다. 

고래로 중국에서는 침어낙안(浸魚落雁), 폐월수화(閉月羞花)라고 불리는 4대 미녀가 있었는데 침어는 춘추시대 월나라의 미녀로 오나라의 왕 부차에게 접근해 오나라의 국정을 어지럽혀 멸망케 하는데 일조를 한 서시의 별명으로 그녀의 미모에 물고기도 넋을 잃고 가라앉는다 하여 붙여진 별칭이고 낙안은 바로 왕소군을 지칭하는 별칭인데 기러기도 그녀의 미모에 날아가다 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폐월은 유명한 삼국지에서 동탁과 여포 사이를 갈라놓기 위한 미인계에 사용된 초선으로 달도 그녀의 미모에 부끄러워 구름 속으로 숨는다는 뜻이고 마지막 수화는 동양 최고의 미녀로 꼽히는 당나라 양귀비의 별칭으로 꽃들도 그녀의 미모에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는 의미입니다.


왕소군은 중국 한나라 때 원제의 후궁으로 들어갔으나 황제에게 총애를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황제를 직접 볼 기회도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후궁이 너무 많아 황제가 후궁을 부르기 전에 화공을 시켜서 그린 후궁들의 초상화를 보고 간택을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후궁들은 화공에게 뇌물을 바치고 자신을 아름답게 그리게 하여 황제의 총애를 구하려 했는데 왕소군은 가난하여 화공에게 뇌물을 바치지 못하여 화공이 추하게 초상화를 그려 원제가 그녀를 한 번도 부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당시 한나라는 오랑캐인 흉노족의 침공에 매우 고심하다 그들에게 우호 수단으로 한나라의 여인을 그들에게 보내어 결혼을 시키는 화친 정책을 실시하였습니다. 원제도 흉노족 왕실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후궁을 보내게 되었는데 초상화를 보고 가장 못 생긴 왕소군을 오랑캐의 아내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왕소군이 떠날 무렵 원제가 왕소군을 보게 되었는데 그녀가 초상화는 달리 절세의 미녀임을 알고 크게 후회하였으나 이미 어쩔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에 전후 사정을 알게 된 원제는 대로하여 화공을 참형에 처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가슴에 한을 품고 오랑캐의 땅으로 떠나는 왕소군의 모습을 후일 당나라의 시인 동방규가 쓴 “왕소군의 한”이라는 뜻의 “소군원(召君怨)”이라는 시에 바로 “춘래불사춘”이라는 글귀가 실려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 비슷한 원통함을 겪은 우리에게 “춘래불사춘”이라는 글귀가 매년 봄이 올 때마다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와 오버랩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요?   


漢道方全盛 (한도방전성) 한나라는 융성한 시기여서  

朝廷足武臣 (조정족무신) 조정에 무신이 많은데 

何須薄命妾 (하수박명첩) 어찌하여 박명한 여인에게

辛苦事和親 (신고사화친) 슬프고 괴로운 화친을 시키나 


昭君拂玉鞍 (소군불옥안) 소군이 구슬 안장 들어 올려 

上馬涕紅頰 (상마체홍협) 말에 오르니 붉은 뺨에 눈물이 흐르네 

今日漢宮人 (금일한궁인) 오늘은 한나라 궁궐의 사람이나 

明朝胡地妾 (명조호지첩) 내일은 오랑캐의 첩이 된다네 


掩淚辭丹鳳(엄루사단봉) 눈물을 가리고 궁궐을 떠나  

含悲向白龍 (함비향백룡) 슬픔을 머금고 오랑캐 땅으로 간다네

禪于浪驚喜 (선우랑경희) 선우는 놀라 한없이 좋아하지만 

無復舊時容 (무복구시용) 다시 옛 모습은 돌아오지 않으리 


胡地無花草 (호지무화초) 오랑캐 땅에는 화초가 없어 

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 봄이 왔으나 봄이 아니로구나 

自然衣帶緩 (자연의대완) 저절로 허리띠가 느슨해지는 것은 

非是爲腰身 (비시위요신) 내 몸매를 관리해서가 아니라네   


萬里邊城遠 (만리변성원) 만리 밖 멀고 먼 변방의 성에서 

千山行路難 (천산행로난) 첩첩산이라 가는 길 험난하네 

擧頭惟見日 (거두유견일) 고개 들어 해를 바라볼 뿐이니

何處是長安 (하처시장안) 어느 곳이 내 고향 장안 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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