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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대권 May 04. 2020

[인도 여행이 뭐길래?] #10

#10 축구는 맨 발로, 모래에서


"동행 없나요"


판공초 동행을 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최대 6명이 탈 수 있는 지프 투어인데 넉넉하게 앉아서 가려면 보통 5명을 선호했고, 대부분의 공고가 1명을 구하고 있었다.


우리가 올린 공고에도 연락이 몇 번 왔지만 인원 수가 맞지 않거나, 와이파이가 되지 않는 레에서 스케줄을 논의하기는 어려웠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레에 있는 시간을 좀 더 즐기기로 했다.


레의 시내는 넓지 않았지만, 그래도 구석구석 다니다 보면 여행객들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곳도 있었다.


외곽으로 걸어 나와 여유롭게 걷고 있을 때 근처에서 공을 차는 소리가 들렸다.

인도에서 축구

"같이 축구 하자" 


둘 다 체대생이라 공 차는 소리에 반응해 운동장을 찾아갔다.


인도 친구들 몇 명이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축구에 우리 둘 다 같이 하고 싶었고, 친구들에게 물어봤더니 흔쾌히 같이 하자고 해주었다.


처음에는 어색할 줄 알았는데, 하다 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금방 친해졌다.


해발 3500미터가 넘는 레에서 소가 있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축구를 하는 경험은 특별했다.

친구들

딱 하나 문제는 오르막을 걷기도 힘든 레에서 뛰는 운동을 하니 얼마 못가 숨이 턱턱 막히기 시작했다.


축구하다가 힘들면 잠깐 쉬고, 다시 축구를 했다.


높은 고도에서 달리면 힘든 것은 여행객인 우리뿐만 아니라 로컬 친구들에게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호날두가 롤 모델이라는 연두색 옷을 입은 꼬마와 인사를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작별 인사를 했다.


'또 같이 하자'라는 말과 함께.

헤나 체험

"How much is this?"


축구를 하고 나오는 길에는 여러 종류의 상인들이 늘어서 있었다.


'헤나'부터 '야채를 파는 할아버지', '돈 내고 체중을 재라는 듯이 체중계 하나를 들고 서 있는 소년'까지 다양했다.


현상이는 그중 헤나에 끌렸는지, 헤나 상인과 긴 협상 끝에 처음보다 많이 저렴한 가격에 헤나를 했다.


나는 구경만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몇 천 원 아끼는 것보다 여행 중에 자유롭게 하고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헤나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헤나 끝

 


"샤워 안 할 거야"


헤나를 마치자마자 현상이는 샤워 중단 선언을 했다. 지워지는 시간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서라고 했다.


다시 숙소에 돌아오기까지 계속 소매를 걷고 있었던 현상이의 헤나는 예상보다 빨리 지워졌지만, 그동안 하루에도 몇 번씩 팔을 보며 뿌듯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경험을 계기로, 여행 중에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웬만해서는 다 해보려고 한다. 돌아와서 후회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전 여행들은 '일정을 짜서 꼭 어디를 다녀오겠다', '꼭 이걸 먹겠다'라는 느낌이 강했다면, 인도에서의 시간은 여유롭고 그날 정해진 일정이 없어 부담 없이 어떤 곳을 가도 여행이고, 피곤하면 숙소에 돌아와 자는, 내 기준에서 새로운 의미의 여행이었다.


'특히 레에서의 시간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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