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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대권 May 07. 2020

[인도 여행이 뭐길래?] #12

#12 인도에서의 일상


"버스 타자"


판공초로 향하는 지프 투어 동행 구하기를 포기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동행을 구하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하기엔 레에서 보내는 여유 있는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한 달 이상 다른 나라에 머물러 있는 경험은 처음이었는데, 여행 속에서도 일상을 보내는 우리의 모습을 보며, 오래 떠나 있을수록 이런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낯선 환경 속에서도 익숙한 장소와 사람들이 생긴다는 것은 의미 있었다.


스스로에게 새로운 경험을 강요할 필요가 없었고, 여유로움을 챙길 수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판공초 로컬 버스를 타기로 결심한 후로, 이런 일상에 더 녹아들고 있었다.

바둑 말고 오목

'오목'


레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와이파이가 잘 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와이파이, 스마트 폰에 익숙해진 우리는 좀 더 아날로그적인 시간을 보낼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시간은 특별하진 않지만, 의미가 컸다.


언제 또 경험해볼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서로 별 얘기를 다 하게 되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건넬 수 있었다.


체스에 이어 오목도 우리가 시간 때우는 것을 도와주었는데, 레에 있는 기간 동안 실력이 많이 늘 정도로 많이 뒀다.


오목 두는 것을 보고 같이 하고 싶다며 말을 걸어온 여자애가 있었다.


그 당시 19살이었는데, 세계 여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인도에서 본 여행객을 통틀어 가장 어린 친구였는데, 나와 현상이는 그 애의 여행 얘기에 빠져 계속 들었다.


특히 이집트 다합에서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는데, 아직도 가보진 못했지만, 다합하면 그 애의 행복한 표정이 생각난다.

셋이서 먹은 저녁

'복날'


복날을 챙긴 기억도 가물가물한 우리에게 그 애가 오늘이 복날임을 상기시켜줬다.


닭고기는 못 먹어도 닭 죽이라도 먹자며, 자기가 아는 한식당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레에서도 외곽에 있던 식당이라, 이 애가 아니었으면 아마 찾지 못했을 것이다.


평소 기억하지 않았던 복날에, 세계여행을 하고 있다는 친구와 한국 음식을 먹으며 듣는 여행 얘기는 레에서의 일상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어줬다.

빨래

'빨래'


며칠 동안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둘이서만 일상을 보내기도 했다.


판공초로 가는 버스를 타는 날이 다가오고 있었고, 가기 전에 빨래를 한 번에 해야 할 때가 왔다.


인도 여행 내내 가장 요긴하게 쓰였던 노끈은, 우리가 빨래를 할 때면 언제 어디서든 빨래 건조대가 되어주었다.


딱히 세제가 없어 비누나 샴푸로 거품을 내서 손빨래를 하는 경험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여행이 길어질수록 이런 일상과도 같은 시간이 비례해서 늘어나는 것을 보고, 조금 더 천천히, 서두르지 않게 되었다.


이런 일상 덕분에 지치지 않고 더 열심히 돌아다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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