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인도에서 느낀 점
바라나시에 머무르는 동안 매일 겐지스 강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냥 '강'이라면 강이었고, 빨래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빨래터'이기도 했다. 수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수영장' 혹은 '인도 사람들의 목욕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천으로 감은 동물의 시체가 지나가는 것을 볼 때면?
그 시체들과 한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한눈에 들어올 때면?
시야는 좀 더 넓어져 강 주변의 화장터 연기까지 들어오기 시작했다.
갠지스 강의 밤은 더 활기를 띄었다. 사실 화장터와 시체가 눈에 들어오는 공간에서 활기라는 표현이 적합한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보고 느낀 감정은 활기가 분명했다.
그들만의 의식이 진행되는 가운데, 여행객이자 외부인인 나는 절대 끼어들 수 없는 그런 느낌도 받았다.
이렇게 여러 감정을 들게 하고,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하는 점에서 갠지스 강은 이전의 보고 느낀 것과는 달랐다.
그 다름은 평소 생각해보지 않았던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는 점에서 낯설면서도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며 친숙한 느낌으로 조금씩 바뀌었다.
바라나시를 인도 여행의 마지막으로 정한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갠지스 강을 보며 인도 여행 전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여행을 통해 배운 것을 정리해보고, 여행에 오기 전까지 가지고 있던 고민들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여행에 오기 전까지 나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이었을까.
나의 진로와 대학 생활 혹은 아직 해결하지 않은 군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여행으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군대를 다녀온 것 말고는 아직 진로와 학교에 대한 명확한 대답은 얻지 못했다는 게 솔직한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을 인도 여행에서 깨달았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바라나시에서 나의 고민은 정말 사소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삶과 죽음에 대해 나의 생각을 얘기해보라고 하면 제대로 정의할 수 없다.
내가 느낀 점이라면 그 삶과 죽음에 대해 어떤 의견이 있고, 어떤 의견을 취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져본 것'.
이거 하나는 값진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이 사소한 걱정들에 얽매여 마음을 쓰기에는 주어진 시간이 아까웠고 이 시간을 의미 있게, 나중에 조금이라도 덜 후회할 수 있게 보내고 싶었다.
성격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당시의 내가 봤을 때 행복해 보였으니 외지인으로서 판단할 수 있는 그들의 행복도는 무척 높았다.
그럼 과연 무엇 때문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 행복해 보였던 인도 사람들 중에는 당장 하루의 생계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고, 집안이 부유해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결국 행복이란 본인이 정하는 기준에 달려있지 않을까.
아직도 '그래서 네가 인도에서 느낀 게 뭐야?', '인도 여행의 매력이 뭐야?"라고 질문을 받으면 그 사람들을 당장 인도 항공권을 구매하게 할 흥미로운 대답은 내놓을 자신이 없다.
인도에서 경험한 사소한 일들이 지금도 새록새록 기억나고, 만났던 사람들이 보고 싶은, 그때의 내가 했던 생각들이 그립다. 이 정도면 대답이 될 수 있을까.
생각은 많이 난다. 말과 글로 표현하기 벅찰 뿐이다.
인도 여행이 나에게 미친 영향은 수 없이 많다.
모든 생각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가장 확실한 한 가지를 말하라면, 주저 없이 '이번 인도 여행은 마지막이 아니다.'일 것이다.